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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고 교수, 서울대 전신 경성제대 학적부에서 확인

 

서울대 전신인 경성제국대학 재학번호 1번 학생은 과연 누굴까.

 

 85년 만에 경성제대 재학번호 1번 학생이 소설가 춘원(春園) 이광수(1892~1950)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 법대 최종고(65·인물전기학회 회장) 교수는 28일 “서울대 학적부를 뒤져 발견한 춘원의 학적기록에서 그가 경성제대 법문학부 1번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춘원은 일본 와세다대 철학과를 다니다 중퇴한 것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학계에서 그의 일생을 정리해 펴낸 『춘원연보』에서도 경성제대 재학 사실은 기록되지 않았다.

 

 경성제대는 1924년 예과를 개설했고 2년 뒤인 1926년 동숭동(대학로)에 본과를 열었다. 당시 문과 2개 반 73명, 이과 2개 반 80명 등 총 157명을 선발했다. 그중 법문학부(법대와 인문대의 전신·34년 법학과와 문학과 분리)에 춘원이 입학했던 것이다. 재학번호는 지금의 학번과 같다. 춘원이 경성제대 전체 1번 학번 학생이 되는 셈이다.

 

 최 교수는 지난해 여름 우연히 81년 출판된 『경성제국대학』에서 “춘원 이광수가 경성제대에 선과생(選科生)으로 입학했다”는 짧은 글을 보고 학사과와 기록관을 뒤져 입학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학적부가 비공개 사안이라 미국에 있는 춘원의 딸인 이정화 박사의 동의를 얻은 뒤 지난해 10월 학적부 사본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적부의 일부가 없어졌지만 다행히 1회 학적부는 남아 있었다고 한다.

 

 춘원은 1910년 일본 메이지(明治)학원을 졸업하고 귀국했다 15년 다시 일본으로 가 와세다대 철학과에 편입했다. 와세다대에 재학 중이던 1917년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 『무정』을 발표해 한국 소설의 새 역사를 썼다. 19년 3·1운동에 앞서 도쿄 유학생들의 2·8 독립선언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대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이후 중국 상하이(上海)로 망명한 춘원은 임시정부에 참가해 독립신문사 사장 등을 지냈다. 21년 귀국해선 동아일보 편집국장, 조선일보 부사장 등을 지내고 『마의태자』 등 여러 문학 작품을 내놨다. 하지만 39년부터 어용단체인 조선문인협회 회장을 지내는 등 친일활동을 벌였다. 이 때문에 해방 후 반민족특위법에 의해 구속된 뒤 병보석으로 출감했다. 50년 6·25전쟁 당시 납북돼 병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춘원이 경성제대에 입학한 건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되기 직전인 1926년으로 당시 그의 나이 34세 때였다. 최 교수는 당시 춘원이 만학도로 수업을 들어가자 영문과 교수였던 사토 기요시(佐藤淸) 교수가 “당신은 조선 소설계의 태두인데 왜 여길 들어왔소”라고 물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춘원이 “와세다에서는 철학을 했지만 영문학을 한번 공부하고 싶었다”고 답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춘원의 경성제대 입학 사실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그가 폐병에 걸려 졸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일본 유학 시절 얻은 폐병 때문에 26년 9월부터 28년 3월 31일까지 네 차례 휴학했고, 결국 30년 1월 학칙에 의해 제적됐다. 최 교수는 “그동안 경성제대를 일제의 산물로 여기며 역사의 일부로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춘원의 입학 사실 자체가 85년간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대 총동창회는 동창명부에 춘원의 이름을 추가하고 서울대 역사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원엽 기자

 

 

 

◆선과생(選科生)=다른 학교에서 수학한 것을 인정받아 무시험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 1926년 당시 이광수(문학과)와 현준혁·김용하(철학과) 세 명이 선과생으로 입학했다. 일반 입학생의 경우 일본어·영어·수학·선택(문과는 일본 역사, 이과는 자연과학) 시험과 신체검사를 거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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