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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완의 시론담론]'공론화위원회' ... 우리는 누구에게 책임을 줬나?

 

국책사업의 결정을 이처럼 단기간 결정해도 좋은가? 이 방법 외에 다른 대안은 없었는가? 국회와 전문가를 배제한채 원전 문외한에 가까운 일반 국민들에게 무작위로 결정을 물어도 좋은가?

 

새정부가 출범하자 마자 아무런 대책도 없이 대선공약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울진원전 5, 6호기 공사’를 중단시켰다. 기습적으로 내려진 결정에 서울대와 카이스트(KAIST) 등 원자력 관련 교수와 언론, 전문가들의 반발이 거셌다.

 

덜렁 공사부터 중단되자 원자력 관련 교수들과 국내외 200여개 대학 교수진 4000여명이 ‘반대 연판장’에 서명하면서 국회와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도 잇따라 열리는 등 거센 반대운동이 벌어졌다.

 

새 정부는 언론과 국민들의 여론이 나쁘게 돌아가자 화급하게 ‘공론화위’를 통해 결정을 내리겠다는 대안을 제시, 지난 20일 최종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같은 국민들의 여론수렴 방법은 많은 숙제를 안게됐다.

 

공론화위원회는 출범부터 법적 지위를 두고 논란이 됐던 조직이다. 공론화위는 당초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토론회를 열고 국민들 2만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기로 했다가 문제점이 노출되자 뒤늦게 시민참여단을 꾸리기로 했다. 결론은 지난 20일 5, 6호기 건설 재개를 권고였다. 그리고 공론화위는 해체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공론조사가 ‘국민과의 협치’를 위한 새로운 실험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정부와 국회 등 정책 책임자들이 자신들의 책임 회피와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평가도 많다.

 

공론조사에 대해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보수정권에서는 관심이 없던 공론조사를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수행했고, 의견 수렴도 잘됐다”며 “상당한 비용과 전문성이 요구돼 전임 정부에서는 엄두도 못 냈던 것을 성공시켰다”고 말했다.

 

또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도 “공론화위가 정부와 전문가, 시민 의견의 최대공약수였다는 점에서 ‘차선책’ 중에서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의민주주의제는 국민이 선거를 통해 정치권에 권리를 이양해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것인데, 우리는 공론화위 시민참여단에게 권리를 양도한다고 결정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 것은 그들이 임기 내에 책임 있게 일을 하라는 것”이라며 “이를 시민참여단에게 미룬 것은 대의민주주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서경교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추출된 471명의 시민참여단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운다는 것은 책임정치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면 무엇 때문에 대통령과 국회의원, 관료를 뽑느냐”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대 이준웅 교수의 주장에는 정보가 한참 부족한 것 같다. 이같은 공론화조사위원회 운영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박근혜 정부가 2013년 10월,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인 의견을 수렴한다면서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었다.

 

당시 공론화위는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위치에서 의견을 수렴하여 그 결과를 정부에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당시 위원회는 홍보비만 10억원을 사용하는 등 1년 동안 42억원을 사용하고도 제대로 된 공론화 조차 없이 보여주기 식의 토론회만 개최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런 위원회가 있는 줄도 몰랐다.

 

당시 핵연료와 원전에 대한 이슈가 없었던 상황에서 공론화위원회가 만들어져 유명무실 했으나 새정부 출범 이후 첨예한 대립구조에서는 달랐다.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은 이번에도 똑같은 방법을 다시 써 먹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마치 국민적인 갈등구조를 푸는 새로운 아이디어 처럼 발표했다.

 

공론화위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킬 당시 이낙연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신고리 5ㆍ6호기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며 “ 무엇이 진실인지,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가를 잘 숙지해 소관 업무가 아니더라도 국민께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모든 정부 기구가 전방위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적법한 절차로 진행되던 원전공사가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로 중단됐고, 이후 89일 동안 활동한 공론화위에 투입된 46억원의 예산 외에도 건설 중단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협력사에 줘야 할 공사지연 배상금 등이 한국수력원자력 추산에 따르면 1000억원에 달한다.

 

애초 5, 6호기 폐기에 대해 반대했던 원자력 관계자와 교수와 국민들은 새정부가 제시한 공약일지라도 충분한 검토 없이 중단하여 국민적인 반발이 뜨겁게 달아 오르자 ‘공론화위’을 급조한 것은 정부의 책임회피로만 느껴져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제시 한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을 뒤늦게라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국민들의 의견을 통해 재고했다는 측면은 나름대로 평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중단됐던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재개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공론화위의 공사 재개 권고 이틀 만이었다. 서면으로 발표된 1800자 분량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에 대한 대통령 입장’에는 ‘사과’와 ‘유감’ 같은 표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민주주의는 토론할 권리를 가지고 결과에 승복할 때 완성된다” “공사 중단이라는 저의 (대선)공약을 지지해 주신 국민들께서도 공론화위의 권고를 존중하고 대승적으로 수용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담았다.

문 대통령은 이어 “더 이상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중단하고,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이 확인되는 대로 설계수명을 연장한 월성 1호기의 가동을 중단하겠다”며 “탈원전을 위해 천연가스와 신재생어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은 ‘울진의 신한울원전 3,4호기와 영덕의 천지원전 건설 등을 백지화 하겠다’는 추가적인 원전중단 선언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원전건설을 전문가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러면 영화 ‘판도라’를 보고 두려워하는 국민들과 의견을 끝까지 같이 하겠다는 뜻인가?

야당 반응도 싸늘하다. “정직한 사과가 도리”(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 “사과 한마디 없이 무책임하다”(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 “대통령은 당당하지 못했고 청와대는 여전히 비겁하다”(박정하 바른정당 대변인)는 제목을 달았다.

 

자유한국당은 “공론위 90일동안 1000억원의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켜 놓고, 그것을 숙의 민주주의라는 궤변으로 덮으려 하는 건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비난했다.

 

또 국민의 당 손 수석대변인은 “법적 근거조차 없던 공론화위는 감동적이고, 이로 인한 국민의 고통은 외면해도 되는 것이냐”, 바른정당 박 대변인은 “사드(THAAD) 체계 배치 때와 같이 또 한 장짜리 서면”이라고 꼬집었다.

야당은 공론화위가 권한 없이 ‘원전 축소’를 권고하고 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공식화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원전 축소에 대해선) 애초에 정부 의뢰에는 없던 항목인데 공론화위원회 재량으로 급조된 문항”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23일 “ 탈원전 정책은 새정부의 기본 철학과 가치를 갖고 대선을 치렀고 선택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생각이라면 '좋은 공약'이란 미명 하에 청와대가 아무런 국민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다는 소리가 된다.

 

'촛불로 탄생한' 즉 '국민의 뜻으로 탄생한' 정부는 그래선 안된다. [제이누리=김선완 객원논설위원]

 

김선완은?=영남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정치부·사회부 기자 생활을 거쳐 현재 에듀라인(주) 대표이사. 한국리더십센터 영남교육원장을 맡고 있다. 경북외국어대 통상경영학부와 경북과학대학 경영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 사단법인 산학연구원 이사 및 부원장, 대구·경북 지방자치학회 연구위원으로 활동중이다. ‘마케팅의 이론과 실제’, ‘판매관리의 현대적 이해와 해석’, ‘리더와 리더십’ 등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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