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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룡의 '담담(談談)클리닉'(40) 내 인생에 박수를 치자

“이러나저러나 한 평생, 잘 놀다 가면 그만이지.” 「왕의 남자」같은 사극 영화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대사죠. 작가 고종석에 따르면 ‘노름’이나 ‘노래’가 그런 것처럼 ‘노릇’도 ‘놀다’에서 나온 말이라더군요.

 

 

‘노릇’은 한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역할, 구실입니다. 분석심리학(융 심리학)에선 페르소나Persona라고 하지요?

 

페르소나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의 연극에서 배우들이 쓰는 가면이라는군요. 어원이 가면이라고 해서 위선을 떠올리는 분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에서 당연하고 마땅하다고 여겨지는 도리나 본분 같은 것을 말합니다.

 

“어른이면 어른 노릇을 해야지” 세속을 떠나 산 속에 들어가 혼자 살지 않는 이상 노릇은, 페르소나는 피할 수도 없고 필요하기도 합니다. 노릇은 외부세계와 조응하는 인격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며 어른으로, 남편으로, 아내로, 선생으로, 선배로, 후배로 여러 ‘노릇’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물론 그것이 ‘나’이기도 하죠.

 

근데요. 그것이 나의 전부고, 인생의 전부라면 참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하는 여러 노릇 말고 다른 나, 다시 말해서 내면세계와 조응하는 나는 없는 걸까요? 자기 내면의 목소리와 요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관계하는 인격 말이에요.

 

분석심리학에선 외부인격과 내부인격의 조화를 강조합니다. 흔히 외부인격을 전부로 알고 몰입한다면, 어느덧 총체적인 자신을 잃어버리고 심지어 우울병과 같은 장애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페르소나는 필요하지만 절대적 중요성으로 맹신하지는 말라는 소리지요.

 

이러나저러나 한 평생, 잘 놀다 가면 좋지요. ‘잘’ 놀다 가야 한다는 겁니다. 스스로에게 박수칠 만한 인생. 외부세계에 관계하는 노릇만으론 박수가 나오지 않겠지요.

 

먼 훗날 진심으로 ‘잘’ 놀았다고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이범룡은?
=제주 출생.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신경정신과 병원의 문을 열었다. 면담이 어떤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 또한 치유의 힌트가 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밝은정신과>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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