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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회] 명월리 유적들 ... 4·3 성담과 잃어버린 마을 ‘빌레못’

 

청풍명월의 고장인 이곳 역시 4·3의 광풍을 피할 수 없었다. 고림동이라 불리는 명월 상동은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 한다.

 

1948년 11월 소개령이 내려져 상동과 중동 주민들은 명월 하동·옹포리·강구리 등지로 피난을 떠나야 했고, 명월 상동과 중동에서 토벌대의 방화로 명월리에 있었던 향토 유산 대부분이 잿더미가 되었다.

 

1949년 봄부터 상동 주민들은 마을에 성을 쌓았고, 성안에는 이웃 마을인 금악리와 상명리 주민들도 집단거주 했다. 현재 상동에 남아있는 안성은, 도로를 내기 위해 중간 성담이 없어져서 두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내성인 안성 근처에는 성담 쌓는 일을 지휘한 군경 사무실 터도 남아있다.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조천읍 선흘리 낙선동의 4·3성처럼 경찰이 높은 위치에 망루를 지어 마을 사람들을 감시하면서 성을 쌓도록 했다. 좁디좁은 함바집에서 수백 명이 몸을 비벼대며 살아야 했고, 통시인 화장실이 비좁아 생리작용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하고 의문이 들 정도였다.

 

성안에는 보초막과 총 겨누는 총안, 파출소도 있었다고 전한다. 주민이 가장 많이 살았던 중동은 1950년 봄이 되어서야 마을로 돌아갈 수 있었고, 마을포제 단 근처에 있는 중동 성담도 이 당시에 쌓은 것이라 한다.

 

제주시 화북동의 곤흘동처럼 4·3으로 잃어버린 마을인 명월 ‘빌레못’ 마을에는 25호 130여 명이 살고 있었다. 순례길에서 약 100m 떨어진 지경에 위치해 있는 ‘잃어버린 마을 빌레못’ 마을터에 세워진 표지석에는 다음과 같이 4·3의 아픔을 적고 있다.

 

여기는 4·3의 와중에 마을이 전소되어 잃어버린 북제주군 한림읍 명월리 빌레못 마을터이다. 빌레못이란 돌빌레 위에 못이 형성된 곳으로 옛날에는 식수와 우마 먹이는 물로 사용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80여 년 전 강씨, 홍씨, 양씨 세 가호가 설촌한 이래 25가호 130여 명의 주민들이 밭농사를 지으며 살던 전형적인 중산간 마을이었다.

 

바람도 소리 없이 찾아들어 머물러 가던 이 마을에도 1948년 제주 전역을 휩쓴 4·3의 광풍은 여지없이 몰아쳤다. 11월 20일 경 소개령에 의해 가옥은 전소되어 잿더미가 되고 주민들은 해안 마을로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어디 그뿐이랴. 20여명의 고귀한 인명이 희생되어 바람길 구름길에 떠도는 고혼이 되었구나. 1949년 봄 명월리 고림동에 축성을 하고 가건물을 지어 살게 된 이후 주민들은 빌레못으로 돌아오지 않아 지금은 연못터와 대나무만이 예전에 사람이 살았음을 증언하고 있다.

 

다시는 이 땅에 4·3과 같은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기원하며 이 표석을 세운다.

 

2002년 4월 3일 제주 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실무 위원회 위원장 제주도지사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문영택은?
= 4.3 유족인 부모를 두고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구좌중앙초·제주제일중·제주제일고·공주사범대·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프랑스어교육 전공)을 졸업했다. 고산상고(현 한국뷰티고), 제주일고, 제주중앙여고, 서귀포여고, 서귀포고, 애월고 등 교사를 역임했다. 제주도교육청, 탐라교육원, 제주시교육청 파견교사, 교육연구사, 장학사, 교육연구관, 장학관, 중문고 교감, 한림공고 교장, 우도초·중 교장,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한수풀역사순례길' 개장을 선도 했고, 순례길 안내서를 발간·보급했다. 1997년 자유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수필집 《무화과 모정》, 《탐라로 떠나는 역사문화기행》을 펴냈다. 2016년 '제주 정체성 교육에 앞장 서는 섬마을 교장선생님' 공적으로 스승의 날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지난 2월 40여년 몸담았던 교직생활을 떠나 향토해설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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