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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완의 시론담론] 청나라 삼전도 굴욕 ... 잊어선 안될 선조들의 저항정신

 

“대통령을 수행 취재하는 기자들을 폭행한 것은 대한민국을 폭행한 것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참으로 모욕적이고 굴욕적인 외교”라는 성명으로 중국 경호요원들의 기자폭행을 규탄했다. 이번 사태는 중국 정부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다.

 

경남대 허성구 교수는 “중국측 지도부와 언론 등에서 대한민국을 함부로 다룬 분위기를 느낀 말단 공안과 현장 용역까지 그 감정의 태도가 폭력으로 나타났다”는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순방행사를 중단하고 귀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색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빈방문한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 어렵다. 이상철 용인대 교수(경호학과)는 "한국 대통령이 바로 근처에 있는 상황에서 벌어졌다"며 "경호 규정을 벗어나 평소 감정이 섞인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을 수행중인 기자들을 폭행한 것은 참으로 야만적인 행위요. 중국 정부의 수준을 보여 주는 단면이다. 특히 수행중인 기자들을 그 나라의 공안의 책임 하에 경호원들이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두고두고 후회하게 만들어 주어야 고쳐질 것이다.

 

14일 오전 취재기자들은 문 대통령의 동선을 쫓아 스타트업 부스 쪽으로 이동하려했지만 보안요원들이 막아서면서 1차 실랑이가 시작됐다. 이 때 그들은 한국일보  K사진기자의 멱살을 잡고 뒤로 거칠게 넘어뜨려 한동안 일어나지도 못했다.

 

중국 경호원들은 이 장면을 촬영하려던 연합뉴스 등 다른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뺏으려고 하는 등 긴장은 계속됐다. 이후 오전 11시쯤 일부 기자들도 맞은 편 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중국 경호원들과 충돌했다.

 

경호원 10여 명은 항의하는 매일경제 L모 사진기자의 멱살을 잡고 복도로 끌고 나가 집단 구타가 다시 시작됐다. 함께 이동중이던 청와대 춘추관 이모 국장이 만류하며  "한국 경호팀, 경호팀 도와달라"고 수차례 외쳤지만 폭행에 가담하는 중국 경호원들의 수만 더욱 늘어날 뿐이었다.

 

집단구타를 당한 기자는 오른쪽 안구 주변 골절과 출혈도 생겼고, 코피까지 흘렀다. 병원으로 옮겼으나 수술을 위해 한국으로 먼저 철수시켰다.

 

폭력사태에 외신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 기자들의 폭행사건에 대해 중국 외신기자클럽(FCCC)은 즉시 성명을 통해 "보안 요원들이 한국 취재진을 집단 폭행한 것에 대해 크게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또 외신기자클럽은 “2017년 한해동안 중국내 특파원에 대한 각종 폭행 사건이 수차례 있었다"면서 "언론인에 대한 폭행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중국 정부는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해명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당시 현장 폭력장면의 영상과 함께 상황을 자세히 전하며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 당일 행사는 한국인들이 자체적인 것”이라며 미지근한 태도와 반응을 자세히 소개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도 문 대통령의 방중을 알리는 기사 말미에 "한국 취재진이 중국인 보안요원에 폭행을 당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한국이 기자 폭행 사건에 대해 중국에 진상조사와 사과를 요구했다"면서 "중국인 경호원 15명이 한국 취재진을 집단 폭행했다"고 보도한 뒤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외신기자 폭행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 주최측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폭행을 한 경호원들은 우리가 형식적으로 계약하여 용역대금을 주지만 중국 공안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우리 정부도 난처한 입장이다. 중국 당국의 관리 부실로 사태가 빚어진 것이 명확해질 경우 정부는 중국측에 사과 등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이날 행사는 자체 행사로 중국측 고위인사도 없는 것으로 미뤄볼 때 과잉제지는 고의성도 있어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수행 취재단에 폭행사태와 관련 “문재인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외교참사"라고 혹평하는 등 야당에서는 "중국과의 외교 일정을 중단하고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는 "기자 폭행은 국민 자존심을 멍들게 한 것“이라면서”대통령이 돌아오는 즉시 외교장관과 주중대사를 경질해야 한다"고 했다.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도 “(대통령이) 차라리 알현과 조공을 하라”며 쓴소리를 냈다.

 

바른정당 유의동 수석대변인도 “믿을 수가 없다. 외교적 결례를 넘어 의도적인 모욕으로 말문이 막힌다”며 “중국 한복판에서 국빈인 대통령은 찬밥 신세로 혼밥족이 되고 기자들은 중국 경호원들의 주먹과 발길질에 샌드백 취급을 당했다” 는 울분을 터뜨렸다.

 

15일 오전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은 폭력사태에 대한 조치를 지시했고, 강경화 외교장관이 확대정상회담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에게 해당 문제를 거론했다"고 밝혔다.

 

영조 때 문신이었던 남유용 선생이 남한산성의 삼전도를 지나가면서 시조를 읊었다. “좋은 돌은 항복의 치욕적인 역사를 기록하는 비석이 될 것이고, 글재주가 있는 사람은 치욕스러운 비문을 짓게 될 것이니 부러워하지 말라”는 것.

 

속뜻은 “삼전도비를 거쳐 흘러가는 강물이 더러워진 물이니 허유와 소부의 고사처럼 자신의 소에게 그 강물을 먹이지도 않겠다”며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을 나타냈다.

 

(원문)“삼전도를 지나면서 짓다(過三田渡有作). 돌로 나면 단단하고 크기를 바라지 말 것이니, 삼전도 어귀의 비석을 보아라. 사람으로 나면 재주와 글을 바라지 말 것이니, 삼전도의 비문을 읽어 보아라. 삼전도 강물은 밤낮으로 소용돌이쳐 흐르는데 아래로 흘러 곧장 동강변에 닿았네”

 

삼전도의 굴욕, 청나라에게 굴욕을 당했던 우리 선조들의 저항정신, 선비의 역사적 다짐이 어떤 것인가를 문 대통령은 깊이 한번 더 읊조리는 것이 중국을 향한 외교태도다. [제이누리=김선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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