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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시평] 어리둥절하다 내주게 될 판인 제주도 ... 미래세대를 향한 책임

 

연말연시는 결국 시작과 끝이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또 한해에 대한 기약과 희망을 가져본다.

 

그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안덕면 신화역사공원에서 맞았다. 물론 새로운 한해의 출발도 그곳에서였다. 지난해 마지막 날 저녁 9시 ‘도민무료입장’을 실감하듯 1만5000여명이 몰렸다. 3만5000원인 입장권이 무료였고, 그렇게 도민들은 쏟아졌다. ‘카운트다운 파티’란 이름으로 불꽃놀이와 환호가 이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리도 자괴감이 엄습해오는 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한참동안 과거를 더듬어봤다.

 

지금으로부터 15년여 전인 2002년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란 간판을 내걸었다. 정부와 제주도가 의기투합하듯 선도·핵심프로젝트들이 속속 등장했다. 신화역사공원은 그중 하나다. 제주의 신화와 역사, 제주의 전설이 깃든 매력적인 제주의 대표적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 그 자리엔 그런 ‘주제’가 없다. ‘J지구’란 공간에 그 내용이 후속개발의 형식으로 담길 것이라 하지만 전체 공간에 비해선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저 구색만 갖출 공산이 크다. 반면 벌써부터 이름을 알리고 있는 신화역사공원의 대표주자는 신화월드와 콘도·호텔 시설들이다. 게다가 어느 세월이 흘러서면 지금의 제주도에서 가장 큰 규모 카지노업장이 들어설 모양새다. 이미 현장엔 지금 영업만 하지 않고 있을 뿐 시설과 장비는 거의 들어서 있다. 게다가 그 콘도와 호텔 등을 비롯해 땅 주인 역시 우리가 아니다. 홍콩 자본이 어엿한 소유주다.

 

 

우리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곰곰이 생각을 거듭해본다.

 

우리가 안덕의 곶자왈을 갈아엎어 얻어내려고 한 건 무얼까? 국제자유도시란 간판을 내걸고 얻은 건 무얼까?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운운하며 그곳 기업에 취업한 제주의 청년들이 많건만 그들은 과연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은 것일까? 우리가 땅을 팔아 치우고 남의 손을 빌려 개발에 나서지 않고 우리 스스로 ‘개발의 삽’을 쥘 순 없었을까? 어쨌든 숙박시설과 놀이시설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면 그 운영주체는 우리 제주도의 공기업이 맡아 할 순 없었을까? 어찌됐건 신화역사공원으로 몰릴 관광객이 대세가 될 진대 우리가 주인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게 번 돈으로 제주의 미래를 위해 재투자할 수 있었을텐데 ···.

 

2018년 새해가 돼 만감이 교차하기 시작한다. 따지고 보면 뒤늦게 후회할 일들은 과거 광풍(狂風)처럼 무언가에 홀리듯 누군가 외친 ‘구호’에 그저 따라간 결과다. ‘외자유치’란 허울, ‘투자유치’란 미명에 제대로 된 셈도 하지 못하고 쫓아간 결과다. 하긴 어느 시절 도지사는 제주도 특정지역 500만평 땅 중심부에 내·외국인이 출입하는 대규모 ‘오픈카지노’를 놓고 각종 시설을 방대하게 배치하겠다는 ‘메가리조트’ 계획을 발표하기도 한 적도 있다. 산 하나를 통째로 갈아엎은 말레이시아의 겐팅하일랜드가 바로 그 지사가 모델사례로 삼은 관광지다. 가관이었다.

 

우리에겐 그저 얄궂은 바람과 비로 보이는 제주의 척박한 기후특성은 달리 보면 경쟁력이다. 이방인의 눈에는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운치와 새로운 경험이다.

 

자연과 문화는 불필요하다고 갈아 엎고 배척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만이 갖고 있는 경쟁력의 단초다. 거기에서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 그럴 듯한 시설물이 필요하다는 ‘하드웨어’적 발상이 아니라 ‘어떻게 그 자원을 디자인할 것인가’란 ‘소프트웨어’적 발상이 필요하다.

 

이 땅을 다 팔아치우는 것보단 이 땅에서 다시 우리의 후세대를 키울 나무를 심어야 할 것 같다. 감귤은 그래도 우리네 세대가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도와준 ‘대학나무’였다. 우리가 지금 심을 나무는 무엇일까? 우리 후세대들이 뛰놀 수 있는 일터, 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삶터를 지금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 미래세대들이 열매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가올 6·13 지방선거는 그 철학을 견지할 리더를 선택하는 우리의 의식(儀式)이다. 그저 분위기에 휩쓸려 선거를 치르고 나면 이렇듯 우린 영문도 모를 참담한 결과를 만나게 된다.

 

제주도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듯이 미래에도 우리 제주인들이 주인이다. 주인이 쫓겨날 판이 된다면 제주의 미래는 없다. [양성철=제이누리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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