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국민의 마음에 불안감이 싹트고 있다. 희망과 비전을 품어야 할 시기에 국민의 시선이 드리운 곳은 전.현직 대통령의 난타전이다. 그 성명전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몹시 불편하다. ‘성공한 대통령’을 기대하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도 참으로 개탄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것에 대해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하신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될 사법 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 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다”고 했다.
MB의 성명 바로 다음날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나온 즉각적 반응이다. 여,야간 생사를 건 전쟁이 예견되고 이제 이전투구 양상이 전개되는 조짐이다.
청와대 핵심 비서관은 “박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은 문 대통령의 말 그대로”라며 “문 대통령이 직접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거론하며 ‘분노’라는 표현을 쓴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특정 사안에 대해 ‘분노’, ‘모욕’, ‘부정’ 등 극단적인 감정을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 건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지난해 5월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끝으로 ‘당신이 바라는 모든 국민의 대통령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제 재임중 이곳을 찾지 않겠다. 성공한 대통령 된 후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요.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한 것을 가슴에 묻고 다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보자’는 각오 아니었던가?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그의 뜻을 이어받는 데 그치지 않고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진보와 보수를 용광로 처럼 녹여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보겠다는 선언이라 보았다.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진정성을 강조한 것이라 여겼다.
그런 그가 저항하는 MB의 성명에 이리 즉각 분노하는 모습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사실 편치 않다. 어찌보면 '공정과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보복'이란 말로 의제 자체를 바꾸고 싶은 MB에게 그가 휘말려든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전,현직 대통령의 태도는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MB와 문대통령 모두 국민의 안위는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국민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은 감정의 충돌이다.
MB는 17일 오후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으로 함께 근무한 비서관 2명이 구속되자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MB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까지 들먹였다. 자신의 안위를 담보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날 저녁 그의 이런 행태에 대해 청와대가 '노 코멘트'라고 할 때까지 좋았다. 그게 내공이었다.
청와대는 “(문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한 것은 법질서에 대한 측면을 포함해 개인적인 분노와 불쾌감까지 모두 포함됐을 것”이라며 “(MB가) 노 전 대통령을 직접 거론 해서는 안 될 금도를 넘었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해석까지 했다.
문 대통령이 ‘분노’라는 표현을 두고도 “MB로 부터 그러한 말을 듣는 입장에서는 결코 센 발언이 아니다”면서 “전날 ‘노코멘트’라고 했던 것은 (MB의 주장에) 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말을 할지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친절한 설명도 덪붙였다.
이같은 청와대의 또 다른 측면은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의 프레임으로 진행하고 있는 검찰 수사 등을 MB가 ‘정치 보복’으로 규정한 대목‘에서 문대통령 뿐만 아니라 청와대에 속한 모두가 발끈했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최근 “MB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명품 구입비로 사용됐다”는 의혹까지 제기, 이제 진흙탕 싸움은 예고된 바나 다름 없다. 흡사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중 나온 '논두렁 시계'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검찰과 정치권의 공세에 MB측 반격도 만만치 않다. 김두우 전 홍보수석과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도 각각 맞불작전에 나섰다.
김 전 수석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올해가 개띠 해라고, 저희들도 이전투구를 한 번 해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해 전 정권과 현 정부의 진흙탕 싸움을 예고했다.
그는 "노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에 있던 분들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고 유리알처럼 투명하냐"고 반문하면서 "당시 검찰은 수사 중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많은 부분을 덮은 걸로 알고 있다"며 MB을 둘러싼 현 정부의 검찰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MB 측근인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도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에게 책임을 물으라'는 MB 발언에 대해 "그것은 MB의 정치적인 발언으로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겠다고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두둔했다.
특히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8일 오후 경기 수원에서 열리는 자유한국당 경기도당 신년인사회를 취재 중인 기자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아주 부적절한 것(발언)으로 노무현 비서실장 같은 말씀”이라고 폄하했다.
그는 앞서 17일에도 검찰이 MB당시 청와대 고위관계자를 수사한 것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보수를 궤멸시키고 이를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두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최근 ‘존경 받는 정치인’을 고른 한 여론조사에서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는 MB, '분노'의 마음을 가누지 못하는 문 대통령을 보며 자숙을 생각한다.
전,현직 대통령의 '맞장질'에 맞불 소총수로 나선 참모들 역시 볼썽 사납긴 마찬가지다. 역사와 국민 앞에 더이상 죄인이 되지 않길 바란다. [제이누리=김선완 객원논설위원]
☞ 김선완은?=영남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정치부·사회부 기자 생활을 거쳐 현재 에듀라인(주) 대표이사. 한국리더십센터 영남교육원장을 맡고 있다. 경북외국어대 통상경영학부와 경북과학대학 경영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 사단법인 산학연구원 이사 및 부원장, 대구·경북 지방자치학회 연구위원으로 활동중이다. ‘마케팅의 이론과 실제’, ‘판매관리의 현대적 이해와 해석’, ‘리더와 리더십’ 등의 책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