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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회] 제주에서 생을 마친 서련 판관 ... 김녕굴의 요물 뱀 퇴치

 

우리나라 쳔연기념물 98호인 김녕사굴은 필자가 초등학교 6년 동안이나 소풍 갔었던 곳이다. 김녕사굴은 제주에서 가장 먼저 관광용 동굴로 개발된 곳이자, 한국의 동굴 중에 맨 처음인 1962년 12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굴이다.

 

김녕사굴이라 불린 과학적인 이유로는, 동굴 형태가 마치 대형 뱀이 살아서 구불구불하게 뻗어 나가는 S자 모양을 띄기 때문이라고 한다.

 

뱀 닮은 동굴 모양 때문인지 김녕사굴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이 굴 안에는 커다란 구렁이가 살고 있었다. 해마다 어린 처녀를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온갖 변괴를 부려 흉년이 들게 하며 주민들을 괴롭혔다.

 

조선시대 제주판관으로 부임해온 청년 서린이 뱀을 물리쳤다는 업적이 김녕굴 입구에 세워진 ‘제주판관서린공사적비(濟州判官瑞麟公事蹟碑)’에 적혀 있어, 뱀굴의 전설을 사실인양 전하고 있다.

 

김녕사굴의 뱀을 죽인 판관 서련은 실존인물로 무과에 장원급제를 했고, 1513년(중종 8년) 2월에 제주판관으로 부임한 후 2년 만인 1515년 4월 제주에서 숨을 거뒀다.

 

충남 홍성 태생으로 19세에 제주판관으로 부임한 그는 아전들로부터 크기가 닷 섬들이나 되는 김녕굴의 뱀 이야기를 들었다. 굴속에서 요기를 부려 흉한 이변을 일으키기 때문에 주민들이 해마다 술과 음식을 차려 제사를 지낸다 했다.

 

제사 때마다 15세 소녀를 뱀에게 바치지 않으면 제주땅에 비바람이 그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야기를 들은 서련은 못된 짓 하는 요물을 없애기 위해 날래고 힘센 군사 수십 명을 창칼로 무장시킨 후 김녕굴로 향했다.

 

해마다 하는 것처럼 주민들이 술과 음식을 바치고 15세 소녀를 굴 입구로 들여보내는 순간, 큰 뱀이 나와 소녀를 집어삼키려 하는 게 아닌가. 서련은 가지고 있던 큰 창으로 뱀을 찌르자 부하 군병들도 일시에 칼과 창으로 뱀을 난자했다.

 

이어 뱀을 끌어내어 불에 태우니, 더럽고 비린 냄새가 천지에 진동했다. 서련이 뱀을 죽인 후 말을 타고 제주성으로 돌아오는 동안 등 뒤로 한 줄기 붉은 요귀가 구름을 타고 뒤따랐다.

 

관아에 도착한 서련은 말 위에서 쓰러져 10여 일 후 사망했다고 전한다. 그래서인가, 서련 판관의 죽음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중 하나로 굴에 사는 요괴를 죽이고는 이내 제주를 떠났던 서련 판관은 제주와 추자도 사이에 있는 무인도인 사서코지까지 갔을 때 폭풍이 몰아쳐서 배와 함께 난파되었단다. 뱀 귀신이 그를 따라가서 복수를 한 것이라고 전한다. 그 후부터 어부들이 바다에 조업을 나가 사서코지에 이르면 고사를 지내기 시작했다 한다.

 

육지부 설화는 백성을 괴롭히는 악귀나 요귀를 관원이 퇴치함으로 백성들이 평안하게 되었다는 긍정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반면, 제주설화는 요괴인 당신을 퇴치한 관원이 뱀의 흉험(凶險)으로 복수를 당하기도 한다.

 

이것은 설화를 듣는 도민들 의식의 반영으로 제주사람과 무당과의 관계, 그리고 육지출신인 관원과의 관계를 대변해주는 것처럼 여겨진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문영택은?
= 4.3 유족인 부모 슬하에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구좌중앙초·제주제일중·제주제일고·공주사범대·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프랑스어교육 전공)을 졸업했다. 고산상고(현 한국뷰티고), 제주일고, 제주중앙여고, 서귀포여고, 서귀포고, 애월고 등 교사를 역임했다. 제주도교육청, 탐라교육원, 제주시교육청 파견교사, 교육연구사, 장학사, 교육연구관, 장학관, 중문고 교감, 한림공고 교장, 우도초·중 교장,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한수풀역사순례길' 개장을 선도 했고, 순례길 안내서를 발간·보급했다. 1997년 자유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수필집 《무화과 모정》, 《탐라로 떠나는 역사문화기행》을 펴냈다. 2016년 '제주 정체성 교육에 앞장 서는 섬마을 교장선생님' 공적으로 스승의 날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지난 2월 40여년 몸담았던 교직생활을 떠나 향토해설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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