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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근로시간 단축의 볕과 그늘 ... 中企지원ㆍ노동개혁 함께 가자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월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가 관련 논의를 시작한지 5년 만에 결론냈다. 이로써 장시간 근로 관행에 제동을 걸고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확립과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일을 덜 하는 만큼 근로자의 월급봉투는 얇아질 수 있다. 기업으로선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 어떤 제도 변화든 볕과 그늘이 따른다. 근로자의 노동과 그에 대한 기업의 대가(임금)와 관련되는 것이라 더 그렇다.

 

공무원에만 적용돼온 법정공휴일 유급휴무 제도를 민간으로 확대하는 ‘빨간날 평등법’에 대해 노동계는 환영하지만 중소기업계는 유감을 표시한다. 이는 모든 근로자들이 공휴일에도 돈을 받고 쉴 수 있게 하자는 ‘보편적 휴식권’ 보장이다. 하지만 휴일에도 못 쉬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인력이 부족한 소기업들로선 비용 부담이 커진다며 부담스러워한다.

 

최대 쟁점이었던 휴일근로수당의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고 현행대로 통상임금의 150%를 유지하기로 한 데 대해선 노동계가 반발한다. 노동계는 휴일할증(50%)과 연장근로할증(50%)을 모두 적용해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주 52시간제를 기업규모에 따라 달리 적용키로 한 점도 역차별 논쟁을 부를 수 있다. 기업들에 적응할 시간을 주자는 취지이지만, 영세기업일수록 장시간 노동 비중이 높은데 법안 적용 시기는 늦으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이다. 그나마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은 이번 노동시간 단축과 상관이 없다.

 

근로시간 단축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함께 고용시장에 변화를 몰고 올 변수다. 근로시간 단축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최악의 청년 취업난 속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오는 7월부터 단계적 시행에 앞서 고용현실을 반영해 정교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당장 기업들의 부담이 문제다. 연장근로가 많은 제조업과 운수업,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부담이 클 것이다. 일부 대기업은 지난해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연습해왔다. 이와 달리 중소ㆍ영세기업은 기존 68시간도 지키기 어렵다며 울상이다. 지금도 구인난인데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공휴일이 유급휴일이 되면 비용 부담과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이 현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을 연간 12조1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한쪽에서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면 다른 쪽에서 부담을 줄여주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바로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노동개혁과 생산성 향상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에서 보듯 선한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른바 ‘선의善意의 역설’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연착륙시키려면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임금체계를 투입(근로시간)이 아닌 산출(생산량)에 따라 보상하는 쪽으로 바꾸는 등 노동생산성 제고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산업별 근로형태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예외조항을 두는 보완 입법도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경우 원청업체로부터 받는 일감 물량에 따라 노동시간이 들쭉날쭉할 수 있다. 숙박ㆍ목욕ㆍ휴양시설 등 공휴일에 일이 몰리는 서비스업처럼 휴일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디테일을 무시한 획일주의는 제2의 최저임금 인상 사태와 같은 부작용을 잉태할 수 있다.

 

벌써 그늘이 나타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야근ㆍ특근을 해야 겨우 아이들 학비ㆍ식비를 내고 살 수 있다”며 주52시간 근무를 철폐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일을 더하고 싶어도 근로기준법 때문에 근무를 못하면 수입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다.

 

이번 개정안은 여야가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 처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근로시간 단축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우리 형편을 고려하면 가야 할 길이다. 그렇다고 모든 계층에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나 노동자 어느 한쪽에 부담이 기울지 않게 해야 한다. 편법이나 꼼수가 등장하지 않도록 확실히 시행하는 한편, 그늘을 최소화하고 볕이 잘 들도록 보완책 마련에도 노사정이 지혜를 모으자.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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