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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의 제주풍향계(13) 어느 한 계층 또는 부류 편향은 안된다

‘TV역사특강’은 ‘TV', '역사’, ‘특강’ 이라는 세 단어가 어우러진 복합어다. 따라서 그것을 방영하는 프로그램은 그 세 단어가 지니고 있는 각각의 속성과 장.단점을 면밀히 유의하여 제작되어야 한다.

 

‘TV'를 접하는 대중은 그 수가 몇 10만 몇 100만 등 기하학적인 수에 이를 정도로 매우 많다. 그리고 그 계층 및 부류는 이념, 연령, 직업, 지역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러므로 ‘어느 한 계층 또는 부류에 편향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강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역사’는 사실에 근거하여야 하며 역사를 개진하는 사람의 주관적 관념이 섞여 있어서는 아니 된다. 근거하는 사실은 기록, 유물 등등 논란이나 이론(異論)의 학설이 없고, 검증된 물리적 실체여야 할 것이다.

 

‘특강’은 강의 시기(時期)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하고, 강의하는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전문성과 명망성(名望性)에 어느 누구도 이의제기를 할 수 없을 정도의 강사여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모 방송사가 제주4․3사건 70주년 추념식 직후인 오전 11시에 방영한 「○○○의 역사특강 ‘제주4.3은 대한민국 역사다’」 프로그램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그 프로그램의 강사 S씨는 자신의 편향된 이념을 바탕에 깔고 강의를 함으로서 ‘TV'라는 매체의 강한 속성인 ‘어느 한 계층 또는 부류에 편향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불문율을 깨어버렸다.

 

4.3희생자에 대한 가해자는 군경(軍警) 서북청년단 등 우익이 상대적으로 매우 많았다. 그러나 그 가해자에 좌익사람은 전혀 없었다거나 극소수였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주로 진보좌파 인사들이 주축이 된 ‘제주4.3사건진상조사위원회’가 펴낸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에도 좌익의 가해로 희생된 제주사람이 만만치 않았음을 곳곳에서 기술하고 있으며, 심지어 전 제주경찰서장을 지냈던 김영중(金英中)의 연구집 ‘제주4.3사건 정립’에는 좌익사람이 가해자로 되어있는 희생자가 1756명으로 기술되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S강사는 4.3발발 당일 남로당 무장대가 12개의 경찰지서와 서청 등 우익단체 요인들의 집을 습격하는 과정에서 우익사람 12명이 살해되었다고 설명하고, 이런 이유로 좌익은 가해자로써 비난받는 것을 피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S강사는 좌익의 가해로 희생된 사람은 단 12명밖에 없다는 점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S강사의 이러한 이념 편향성 강의는 좌익의 가해로 죽임을 당한 희생자의 수많은 유족들의 가슴을 또 한 번 멍들게 만들었다. S강사는 자신의 강의가 이러한 후유증을 낳았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궁금하다.

 

S강사는 논란이나 이론의 학설이 엄연히 존재하고, 검증된 실체에 근거하지 않은 역사를 설파했다. 그것도 방송을 통해서 말이다.

 

S강사는 김익렬 9연대장과 김달삼 사이의 평화협정이 있었는데, 이 협정을 미군정이 ‘오라리 방화사건’을 일으켜 일방적으로 파기하였고, 그 협정 파기로 사태가 험악해져 수많은 희생자를 낳게 했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평화협정체결사실’ 그 자체의 존부(存否)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고,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는 변변한 학설도 없다. 검증되지 않은 증거를 내세운 주장만 있을 뿐이다.

 

진보좌파 측 인사들은 미군정의 일방적 협정파기의 유일한 실체적 증거로 ‘오라리 방화’를 항공 촬영한 동영상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그 항공 촬영은 ‘오라리 방화사건’ 당일인 5월 1일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미 국무부가 ‘May Day on Cheju-do’라는 기록영화를 만들려고 4월 26일부터 제주도 곳곳을 계속 촬영해 왔던 것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이는 당시 ‘미군정보보고서’에 적시되어있기도 하다. 그러니까 평화협정을 파기하는 명분용 자료를 만들려고 촬영한 것이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이 진보좌파에서 이런저런 증거나 증언을 제시하고 있으나 어느 것 하나 검증을 거친 것이 없다.

 

S강사는 검증된 물리적 실체에 근거하지 않는 역사 강의가 자칫 역사를 왜곡시킬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이 시청하는 TV의 특강은 그 강사를 섭외하는데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 특강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전문성, 다중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그에 대한 이미지, 학문의 업적 등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사는 이 프로그램 특강의 강사를 섭외하는데 그리 신중했던 것 같지 않다. S씨는 4.3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전문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1947년의 ‘3.1절 기념식 발포사건’과 1948년의 ‘4.3 발발’을 연결시키는데 있어서 논리의 비약과 연결의 오류를 범했다.

 

‘○○○’이라는 이름이 생소하여 인터넷에 검색을 해 보았더니 직업이 ‘학원인’으로 나왔다. 좀 더 구체적으로 검색했더니 인터넷 학원의 대표이사, 또 다른 몇 개의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는 것이 나타났을 뿐.

 

대학의 강단에서 강의했다는 정보는 검색되지 않았다. 강사의 이미지가 꼭 석학의 이미지일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오락 프로그램의 연예인 이미지이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4.3’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강의하는 강사라면 더욱 그렇다. / 정경호 전 제주도의원

 

☞정경호는?
= 도의원을 지냈고 정당의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도 ‘제주타임스’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더불어 제주의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어느 전직 대학총장은 그를 두고 ‘정치인인지 문필가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그는 4․3 연구가다. 1990년대 초 ‘월간제주’에 1년 동안 4․3을 주제로 한 칼럼을 썼으며, 4․3특별법의 제안자이자 기초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6년 동안 대변인을 지내면서 제주정가에 대변인 문화를 착근(着根)시킨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2014년 6.4선거에선 신구범 캠프의 대변인을 맡아 정가논평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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