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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완의 시론담론] 지탄받을 일이지만 그게 재벌개혁의 명분은 아니다

 

민심은 무서운 결과를 가져왔다. 재벌 3세의 어린 처녀의 망나니 같은 짓에 국민들은 크게 화가 났었는데 정부가 대한항공 본사와 3남매 집까지 압수수색하여 속을 후련하게 해주었다.

 

관세청 직원 100여명이 동원되어 최근 3일 동안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전산센터와 본사, 한진관광에 이어 조현아(45)·원태(43)·현민(36) 3남매 자택까지 밀수 및 관세포탈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또 관세청은 대한항공의 10년치 수입통관 자료와 한진그룹 조양호·이명희 회장 부부 등 총수 일가의 5년 동안 사용한 해외 신용카드 내역도 조사중이다. 이중 항공기 부품으로 신고해 놓고 개인 용품을 들여온 사실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일일이 대조하는 등 전수조사중이다.

 

무엇보다 혐의중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관세를 내지 않고 가구와 명품, 의류, 인테리어 소품, 식품 등을 반입하면서 그동안 대한항공 충성도 높은 직원들을 시켜 인천공항 상주직원 통로를 통해 물건을 들여와 관세 신고를 회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압수수색과 조사방법은 기업 도덕성이 낮은 잡범쯤으로 보이도록 취급 되었다. 한진그룹 70년 역사에 큰 위기가 닥친 것이다. 이같은 소식은 연일 CNN 등 전세계 언론에 도배가 되었다.

 

한진그룹의 압수수색 소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기업의 유착관계 조사와 평창올림픽 북한참가, MB 구속사태, 남북회담 보도이후 가장 폭 넓게 국제뉴스로 다뤄졌다. 그만큼 한진그룹은 세계적인 뉴스거리다.

 

이같은 결과는 조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전무의 사소한 갑질이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재벌 3세의 젊은 아가씨가 한진그룹내 여러 직책을 맡아 일하면서 시시콜콜 직원들에게 억압적으로 군림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마케팅 전무로서 광고수주를 받은 회사의 제작영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들에게 함부로 ‘물벼락 갑질’을 안긴 대가 치고는 다소 혹독하다.

 

그녀는 3년 전 장녀 조현아씨(대한항공 부사장)가 미국 뉴욕에서 자사 비행기를 타기 전에 지인들과 마신 와인에 취해 기내 ‘땅콩’ 배분 방법을 두고 승무원들과 다투면서 생긴 사건의 교훈을 새까맣게 잊어 버린 것 같다.

 

2014년 12월, 장녀 조 부사장이 뉴욕 케네디 공항에서 생긴 ‘땅콩회항’사건으로 당시에도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됐다. 결국 그는 항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어 1심에서 풀려난 뒤 대법원에서 6개월 실형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한진그룹은 올해 말까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에 다시 임원으로 복귀시킨 성급한 결정으로 국민적인 여론이 나쁜 시기에 또다시 여동생마저 감정조절이 안된 작은 일로 공분을 사고 말았다.

 

이에 일부 대한항공 직원들이 소셜네트워크(SNS) 익명게시판에 “총수 일가 여성들이 해외에 나갈 때마다 수천만원어치 쇼핑을 즐기고 반입 과정에서 관세를 내는 일이 드물다”는 내부자 고발이 올라왔다.

 

여기다가 대한항공 사장인 조원태씨는 운전수와 폭력시비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 마저 오래전에 자택 수리중 인부와 인천 하얏트호텔 공사장 직원들과 마찰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일가는 정말 사면초가다.

 

이에 정부는 처벌하기 어려운 ‘물벼락 갑질’ 대신 실체가 분명한 관세포탈 등의 혐의로 재벌을 바로 잡겠다는 ‘도덕성의 칼날’을 들이댄 것이다.

 

아직은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압수수색은 시작에 불과하다. 재벌 3세들의 사소한 빌미가 일파만파 번진 것이다. 뒤늦게 조 회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빌고 두자녀의 모든 직책을 내려 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후약방문이요. 타이밍도 늦었다.

 

그런다고 재벌을 개혁할 명분을 얻은 문재인 정권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국민과 정부에 밉보이면 재벌들도 이렇게 된다는 신호탄이다.

 

한진그룹은 1945년 11월 탄생했다. 당시 25살의 시골청년 조중훈씨가 트럭 한 대를 장만해 인천시에 자그마한 종합상사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나라의 발전을 기원하는 뜻으로 ‘한(韓)민족의 전진(進)’이라는 의미로 상호를 ‘한진(韓進)’이라 지었다.

 

창업자 조씨의 부지런함과 긴 안목으로 굴지의 운수회사와 해운, 조선, 항공, 호텔, 보험 등 재벌로 성장한 기업으로 큰아들 조양호씨(68) 등 4형제가 경영자로 있다.

 

창립 후 23주년이 된 1968년 11월, 운영이 어려워진 정부의 ‘대한항공공사’를 떠 맡아 만든 ‘대한항공’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항기로 30년 동안 국제화물 수송량 1위, 여객수송 10위로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하지만 글로벌 항공회사의 2, 3세 자녀들의 철 없는 행동으로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정부는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으로 씻을 수 있을까? 이런다고 국민들의 마음이 시원해질까?

 

다만 소망이 있다면 한진그룹 일가의 실수를 빌미로 정부가 ‘재벌 길들이기’로 전선을 옮기진 않았으면 좋겠다. 지탄받을 건 지탄받아야 하지만 '길들이기'로 전선을 옮기는 건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하던 방식이다. 그리 되면 ‘드루킹 댓글’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정권이 탈출구로 한진그룹을 정조준 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피할 수 없다.

 

‘드루킹 댓글사건’은 중요도에 비해 감추기에 바빳으나 ‘물벼락 갑질’은 돌연 다수의 인원을 투입, 전광석화처럼 압수수색을 하고 실시간 언론에 공개하는 상황이다. 30년 전 군부정권이 하던 방식으론 '촛불혁명'이 일군 시대정신을 계승하지 못한다. [제이누리=김선완 객원논설위원]

 

김선완은?=영남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정치부·사회부 기자 생활을 거쳐 현재 에듀라인(주) 대표이사. 한국리더십센터 영남교육원장을 맡고 있다. 경북외국어대 통상경영학부와 경북과학대학 경영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 사) 산학연구원 부원장, 대구·경북 지방자치학회 연구위원을 지냈다. 대구경북언론인회 사무총장과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에서 역량강화 분야 산업강사로 활동중이다. ‘마케팅의 이론과 실제’, ‘판매관리의 현대적 이해와 해석’, ‘리더와 리더십’ 등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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