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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재벌(chaebol) 오너 일가의 갑질(gapjil)

 

서울의 대표적 오피스타운인 시청역 일대. 점심시간이면 근처 식당과 카페는 가벼운 옷차림에 회사 출입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대한항공 빌딩도 부근에 있다. 그런데 거기 다니는 직원들 상당수는 출입증을 풀어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대한항공 직원이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무엇이 이들 직원들에게 회사 로고가 새겨진 출입증을 감추게 했나. 바로 그 회사 오너 일가의 상식을 벗어난 갑질 행위다. 이는 ‘대한’ 명칭과 태극 문양 로고가 새겨진 국적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글로벌 용어로 승격했다. 외신들이 앞다퉈 ‘chaebol(재벌)’과 ‘gapjil(갑질)’이란 단어까지 소개하며 한국 재벌 일가 특유의 특권의식을 지적하는 바람에.

 

대기업 오너 일가의 갑질 행위는 심각한 ‘오너 리스크’로 작용한다. 열심히 일하는 일반 직원들의 근무의욕을 저하시킴은 물론 기업가치도 떨어뜨린다. 물벼락 갑질 행위가 외부에 알려지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대한항공 및 계열사의 주가가 급락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대기업 오너 일가의 갑질 행위는 재벌의 편법.불법 승계와 견제 없는 내부통제 구조와 관련이 있다. 검증 없이 회사에 들어와 불과 몇년 만에 ‘회사의 별’인 임원으로 승진함으로써 중요한 의사결정을 좌우한다. ‘회사는 내 것’이라는 인식 아래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얼마 안가 슬그머니 복귀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경영권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납부하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의 불법.탈법 행위를 저지른다. 기업들은 총수 일가 자녀들에게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는 내부거래를 통해 부당이익을 제공한다. 오너 2.3세가 대주주인 회사가 계열사 일을 도맡으면서 해야 할 일과 비용은 떠넘긴 채 이익만 챙기는 ‘통행세 징수’ 행위까지 벌인다. 폭언이나 물컵 투척은 폭행사건이지만, 직원들이 번 돈으로 총수 일가 주머니를 채우는 일감 몰아주기는 죄질이 훨씬 나쁜 갑질이다.

 

오너 일가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하진 않더라도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실추시킴으로써 주주와 종업원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차단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제도적 장치 확립이 긴요하다. 우선 대기업 오너들로선 인성이나 경영능력이 달리는데도 자식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경영에 참여시키는 일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자녀를 경영에 참여시키려면 해당 기업 및 계열사가 아닌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업무능력을 익힌 뒤 입사하게 하는 관행이 확립되도록 경제단체가 나서 노력하자. 해당 기업에 들어와서도 업무성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승진하는 절차를 거친다면 적어도 안하무인의 행동이나 갑질은 억제될 것이다.

 

자질과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주식지분은 소유하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 당사자와 기업, 서로를 위해 좋다. 2.3세들로선 오너로부터 지분을 상속 받고 그 지분에 따라 배당을 받아 생활할 수 있다. 단지 오너의 자녀,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고속 승진에 경영권을 쥐고 흔드는 특권을 누리다가 갑질 등 문제를 일으키면 본인은 물론 해당 기업도 외부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아 미래가 어두워진다.

 

규모가 작은 비상장기업이야 가족경영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증시에 상장해 수많은 주주들로부터 자본을 모은 상장기업이라면 오너 일가보다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맡기는 것이 기업이나 오너 주주 모두에게 이로운 결정이다.

 

정부로선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대기업의 불공정 내부거래 행위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더욱 엄중히 해야 할 것이다. 오너 일가를 불문하고 경영진의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행위로 인해 기업의 주가가 크게 하락할 경우 소액주주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할 수 있도록 상법을 개정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기업 자체적으로 오너 리스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권한이나 경영진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등 내부통제 장치를 두는 것도 긴요하다.

 

그럼에도 오너 리스크에 따라 주가가 하락하는 대기업이 나타나고 이곳에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다면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있을 때 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주주의 권리이자 책무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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