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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룡의 '담담(談談)클리닉'(43) 신체의 병은 독립적 실체가 아니라 마음의 작용

 

1. “시간이 금방 가네요. 나이 들수록 점점 빨라져요.”

 

60대 후반인 Y씨는 약 한 달에 한 번 가량 우리 병원에 방문하세요. 엊그제 온 것 같은데 벌써 한 달이 더 지났다며 시간이 왜 이리 빨리 가는지 모르겠대요. 표현을 보세요. 저도 그랬지만, Y씨도 부지불식에 시간을 자신과는 무관하게 일정한 속도로 흘러가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실체인 것 마냥 여기고 있어요. 변하지 않는 진리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점점 빨리 가니 절대진리가 바뀌었을 리는 없고 내가 이상해졌나?

 

Y씨가 이상해졌을 리 있겠습니까. 다른 분들도 나이 들어갈수록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고들 하잖아요. 그 분들이 다 거짓말하겠어요? 사실이죠. Y씨가 시간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던 거고요.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은 아닙니다만, 위대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시간은 당신과 무관한 독립된 무엇이 아니며 따라서 객관적 시간의 이행이란 허구라고 말했다더군요.

 

또 불교에서는 시간 뿐 아니라 애당초 객관적 실체라는 건 없다고 하더라고요. 삼라만상 모든 건 오직 마음의 작용일 뿐이라고. 그래놓고선 마음마저도 자성(自性)이 아니라 연기(緣起)이고 공(空)이라고요. ...네, 압니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원. 배가 산으로 가네요.

 

이 글에도 시간의 객관성 시비가 혼재되어 있어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만, 그 간에 의미 있는 마음의 불꽃이 몇 번 없던 거예요. 그게 연세 드신 분들에게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라고 합니다.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요? 인간에겐 전개되는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지각하게 하는 본성이 있는데, 그게 시간인데, 젊을 때의 조밀함과 달리 나이가 들며 듬성듬성하게 되면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 그렇게 말한다고요.

 

2. 『가만히 끌어안다』(게리 홀츠, 로비 홀츠 지음)를 읽었습니다. 친구L이 추천한 책이에요. 신체의 병은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실체가 아니라 의식하지 못하는 마음의 작용일 뿐이고, 당신의 마음이 그렇게 작용한 이유를 깨닫는다면 신체의 병은 치유될 수 있다는 체험이 그려진 이야기죠.

 

저자가 앓은 병은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이었어요. 중추신경계의 대표적 탈수초성 질환으로 감각 이상, 마비 등 국소적 중추신경계 기능장애가 다발적으로 나타나는 병이에요.

 

진행되면 걷기는커녕 서 있을 수조차 없어 휠체어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자가 면역 혹은 바이러스 질환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면역억제제 외에 다발성 경화증에 특화된 치료법은 없다고 알려졌지요.

 

뭐? 그런데 호주 원주민에게 전해져 오는 마음 치유법으로 그 병이 나았다고? 뚜렷한 호전을 보이는 내용이 없진 않습니다만, 신비한 비기나 특수한 경험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다발성 경화증의 자연 경과는 저절로 호전됐다 재발됐다 하는 경우가 꽤 있으니까요.

 

전 그보다 호주 원주민들이 사람을 보는 관점, 세상을 보는 관점에 관심이 있더군요. 흔히 동양적 세계관이라는 전체론(Holism)과 관계론을 서양인 언어로 보여주고 명백한 신체질병에 대해서 정신분석적 접근으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억압된 감정을 통찰하고 치유하는 겁니다.

 

​만다라 [曼茶羅]. 범어로 Mandala라고 한다. Manda는 ‘진수’ 또는 ‘본질’이라는 뜻이며 접속어미 la는 ‘변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만다라의 본래 의미는 본질이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서 변하게 된다는 것이며, 이와 같은 의미를 지니는 불화를 뜻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우울병 등 정신적(?) 질병은 저 깊은 잠재의식이 살아가는 방향과 목적을 일깨우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기 위한 경고라는 견해는 융 심리학에서 나옵니다.

 

융이 동양철학에 심취했고 그래서 그의 ‘분석심리학’에 깊은 영향을 줬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지만, 『가만히 끌어안다』는 정신적 질병 뿐 아니라 명백한 신체질병에 대해서조차 그 관점을 유지합니다. 훨씬 극적으로 표현하고요. 저자 자신의 치유경험이 그토록 강렬했기에 남은 평생을 전체론적 치유사로 활동했겠지요.

 

친구 L은 이 책을 읽고 ‘토론’이라기보다 ‘수다’ 정도로 진행하자고 방어막을 쳤습니다만, 질병이나 치료의 구체적인 부분을 차치한다면 이 책엔 깊이 생각해볼만한 세계관 혹은 철학적 사유가 있다고 봅니다.

 

☞이범룡은?
=제주 출생.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신경정신과 병원의 문을 열었다. 면담이 어떤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 또한 치유의 힌트가 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밝은정신과>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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