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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의 날씨이야기(40) 기압과 건강 ... 해발 800m 사람의 두뇌에 가장 쾌적

 

말도 없고 여자같이 얌전한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산에만 올라가면 놀랍게 변하는 것이었다. 평소 여자 앞에서는 말 한마디도 못하던 친구가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사근사근 말을 붙이질 않나, 먹을 것을 해결하지 않나 그의 변신은 우리들을 경탄하게 하곤 했다. 어쨌든 그 친구의 놀라운 변신력은 그가 우리들에게는 산에 갈 때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그런데 기상 일을 하다보니 높은 곳에 올라가면 즉 기압이 낮아지는 곳에서는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산 정상처럼 높은 곳에서는 기압이 낮아지는 변화로 인해 사람들의 자신감이 커지고 기분이 고양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아마 그 친구는 둔한 우리보다는 기압 변화에 민감해서 그렇게 변했을지도 모르겠다.

 

한 연구에 의하면 해발 800미터 정도 높이의 기압이 사람의 두뇌에 가장 쾌적한 상태가 되면서 기억력도 가장 좋아진다고 한다. 해면에서의 기압을 1기압이라 하는데 높이 올라 갈수록 기압은 낮아진다. 따라서 800미터의 높이가 되면 기압은 90헥토파스칼 가량 낮아 920헥토파스칼 정도 된다.

 

그런데 대개 이 정도의 높이의 산에서 가장 유명한 종교인이 많이 나왔다고 하는데 이것은 바로 기압과 관련이 있는 듯 싶다. 모세가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시내산이나, 우리나라의 고승들이 수도한 곳도 유명한 산의 중턱인 해발 800미터 전후의 절이나 암자였다는 사실과, 옛날 고시 공부하던 사람들이 산 중턱의 암자에서 공부해서 많이 합격했던 것도 이런 이유였던 것이 아닐까? ‘도통하려면 산으로 가라’는 옛말이 헛말이 아닌 것이다.

 

요즘 병역 기피로 말이 많은데, 전방 산악지역에 근무하는 성실한 장병들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희소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높은 산악지역에 근무하는 동안 머리도 좋아지고 긍정적으로 변하며 건강해진다니 말이다. 하나님은 힘든데서 근무하는 대신 이런 축복을 주시는 공평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영국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사무실이 고층에 있을수록 사내 연애를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기압이 적절하게 낮아지면 머리도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사랑하는 마음도 커진단다. 그렇다면 사랑을 고백해야 할 사람은 고층건물의 분위기 있는 스카이라운지를 이용하라. 성공할 확률이 최소한 두 배는 높아질 테니 말이다.

 

적절한 기압을 이용하면 사랑을 하는데 도움을 받거나, 머리가 좋아지는 것 외에 건강에 활용할 수도 있다. 만성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기후학을 이용하는 방법 중 저기압 치료는 기압이 낮아지는 고지대에서 이루어진다. 주요 치료 효과는 산소의 압력을 부분적으로 줄이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기관지성 천식, 진폐증과 규폐증에서 기인한 폐 섬유증, 백일해, 정맥두염, 빈혈 등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비만으로 고생해온 한 청년이 해발 1000~4000m 고지에서 매 주 세 번씩 숨쉬고 달리는 ‘고지대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 해발 1000m는 대전 계룡산, 해발 4000m는 스위스 마테호른 봉에 육박하는 높이로, 각각 대기 중 산소량 이 평지의 88%와 60%에 불과하며 기압은 낮다. 이 청년은 진짜 산에 올라가는 대신, 스포츠의학 클리닉에서 산소 농도를 제한하는 특수 마스크를 쓰고 달리기와 사이클을 했다. 두 달 만에 17kg의 감량에 성공한 청년은 저기압 요법에 매우 만족해한다.

 

해발 고도가 높아지면 기압이 낮아지고 산소량도 줄어든다. 저기압과 저산소 환경에 인체가 적응하면 혈액 속 적혈구가 증가하는데, 이것은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이 좋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청년의 훈련은 산소마스크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산소량을 조절, 산에 가지 않고도 산에 간 것 같은 효과를 내는 일종의 고지대 훈련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고지대 훈련을 하면 우리 몸 속에 혈장량(피의 양)이 늘어난다. 한 스포츠의학 전문가는 “저산소 환경에 적응되면 심폐기능과 혈액 순환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비만 환자의 경우 몸 속에 지방이 쌓이면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피가 잘 돌지 않는 곳에는 계속 지방이 쌓이는 악순환을 겪게 되는데, 저기압 치료를 하면 혈액 순환이 원활해져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온케이웨더>

 

반기성은?

 

=충북 충주출생.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공군 기상장교로 입대, 30년간 기상예보장교 생활을 했다. 군기상부대인 공군73기상전대장을 역임하고 공군 예비역대령으로 전역했다. ‘야전 기상의 전설’로 불릴 정도로 기상예보에 탁월한 독보적 존재였다.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군에서 전역 후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위원을 맡아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항공기상학, 대기분석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기상종합솔루션회사인 케이웨더에서 예보센터장, 기상사업본부장, 기후산업연구소장 등도 맡아 일하고 있다. 국방부 기후연구위원, 기상청 정책자문위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조선일보, 국방일보, 스포츠서울 및 제이누리의 날씨 전문위원이다. 기상예보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대통령표창,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날씨를 바꾼 어메이징 세계사>외 1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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