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구자헌의 법률 이야기(4)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로 인해 유력 정치인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초임검사 시절, 누군가로부터 '잘 처리해달라'는 전화를 받곤 했다. 소위 '까칠'한 초임 시절에 그런 전화를 받으면 우선 화가 났다. 속으로 '청탁이나 하고 말이야..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사람이군' 하면서 소위 칼을 갈기도 하고 청탁 대상자를 소환해 '청탁'에 대해 나무라기도 했다.

2년 후 나름 특수수사의 대가를 부장으로 모시면서 '청탁'에 대한 그 분의 대처법을 배웠다. 그 분은 꼬장꼬장한 특수수사통으로 소위 굵직굵직한 대형사건을 많이 했기 때문에 청탁의 기회도 많았을 것이다.(청탁에 대한 반응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는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청탁은 대부분은 친구를 통해, 검찰 선배로 부터 등 인간적 관계를 등에 업고 찾아온다. 청탁은 들어줘서도 안되지만 매정하게 내칠 수도 없다.

청탁에 흔들려 양심에 반하는 결정을 해서도 안되고 인간적 관계에 지나치게 '팍팍해서도' 안된다.(때로 지나치게 엄격해 청탁에 매우 냉정한 사람들도 많다)

실제 수사에 임하여, 피의자를 소환해서는 수사는 수사대로 엄격하게 진행을 한다. 때론 더 엄격하게...

조사를 마치면 차 한잔 대접한다. 김갑동씨 조사받느라 수고했다고 인사를 건넨 다음 이어서 꼭 몇마디 더 붙인다.

"누구로 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분은 원래 수사 관련 일로 전화를 하시는 분이 아닌데 몸소 전화까지 하신 걸 보면 김갑동씨와 각별한 우정이 있나 봅니다"

그러면 대개 조사는 엄격하게 받고도 편안하게 조사실을 나간다. 수사의 결론이 바뀌지 않으면서도 김갑동씨는 그 전화를 한 누구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검사의 처세술이라 할 만하다. 청탁이 통한다는 오해를 살만하여 신뢰에 금이 가긴 하겠지만 말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이러저러한 많은 청탁이 숨어있다. 어쩔 수 없는 인간관계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청탁에 대응하는 철학이 있어야한다.

직무상의 양심을 지키되 인간관계의 정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근래 김재호 판사의 청탁사건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청탁'이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이긴 하겠지만 '우리 사회가 너무 팍팍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때때로 친구들 또는 친지들로부터 사건 관련 부탁을 받는다. 어떻게 하는 게 옳을까? '청탁은 옳은 게 아니라고 정중히 거절하는 게 옳을까?' 난 그렇게 못한다. 일단 부탁을 받으면 해당 검사에게 전화하여 '사건을 면밀히 살펴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얘기한다. 사건의 결론이 바뀌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적인 관계에서 내가 해야하는 최소한의 성의를 다 할 뿐이다.

김재호 판사는 전화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 유력 정치인의 남편으로서, 공인으로서의 처세로는 더 조심하고 엄격해야하므로...그렇지만 내가 김재호 판사라도 전화 한 통 쯤은 했을 지 모른다.

 

☞ 구자헌은?= 제주 출생, 오현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1997년 사법시험(39회)에 합격해 2000년 사법연수원(29기)을 수료했다. 2005년까지 대전ㆍ대구(상주)ㆍ인천ㆍ부산 동부지청 등에서 검사로 재직했다. 이후 부산,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11년 봄 제주에서 법률사무소 부경을 개업했다. 제주도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초임검사 시절 선불금을 갈취했다며 사기죄로 고소당한 탈매춘 여성들에 대해 우리나라 사법사상 처음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려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