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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룡의 '담담(談談)클리닉'(45) 노시보(Nocebo) ... 통증은 두뇌의 책략

 

“통증에 영향을 미치는 마음의 힘은 통증이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도 최대 50%까지 통증이 감소할 수 있는 플라시보 효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 『신과 개와 인간의 마음』 중에서

 

소설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가수 마돈나, 야구 선수 호르헤 포사다 등 유명인사들은 요료법을 지지합니다. 즉 통증에 오줌을 마시거나 사용하는 치료법이죠. 저자에 따르면 그 또한 플라시보 효과로 판명됐다고 합니다.

 

두통에는 타이레놀 같은 해열진통제를 널리 사용합니다. 편의점에서 팔죠. 재미있는 건 ‘요통’에 대해선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는 플라시보와 효능 차이가 거의 없더라는 겁니다.

 

통증은 노시보(Nocebo) 효과가 상당부분 발휘되어 나타난다고 알려졌습니다. 노시보는 플라시보의 반대 개념으로 암시에 의해 신체 증상을 유발하는 겁니다.

 

책에선 노시보를 설명하기 위해 이런 사례를 들었죠. 피실험자에게 가짜 전극을 머리에 꽂고 전류를 흘려보내는 시늉을 합니다. 피실험자는 실제로 통증을 느낍니다. 찌릿찌릿. “으아악...”

 

마음이 신체 감각 뿐 아니라 신체 반응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실험 하나만 더 이야기 하겠습니다. 아마 전쟁 중에 시행된 비인도적이고 침습적인 실험이었을까요?

 

피실험자는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실시간 혈압 측정 장치가 부착된 상태였고요. 팔목에 주사바늘을 꽂습니다. 아주 조금씩 당신의 혈액을 빼내어 여기 있는 용기(플라스크)에 채울 거라고 말해 줍니다. 그리곤 눈을 가립니다.

 

이윽고 똑 똑 용기에 핏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조금씩, 조금씩. 피실험자의 혈압도 저하되기 시작했습니다. 위험한 수위까지 혈압이 떨어지자 실험을 멈췄습니다. 사실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였습니다. 눈을 가리자 바꿔치기하여 피실험자를 속인 겁니다. 피실험자는 조금도 출혈되지 않았습니다.

 

 

존 E 사르노 박사는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임상재활의학과 교수였어요. 요통(Back pain) 전문의였지요. 통증에 대한 오랜 연구로 대부분 통증의 원인은 ‘마음(정신)’에 있다고 밝혔어요.

 

그는 1985년부터는 물리치료 처방을 아예 중단하고 그만의 마음교육 치료법으로 완치율을 높였지요.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임상재활의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24년 동안 긴장성근육통 증후군(TMS, Tension Myositis Syndrome)을 성공적으로 치료, 이미 오래 전에 정신의학 교과서에까지 실렸어요.

 

그에 따르면, TMS는 그 부위 근육, 신경, 힘줄(건)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이 수축돼서 생긴다고 합니다. 혈관 수축은 자율신경계에 의해서 매개되는데요. 이 분들은 감정의 톤, 만성적 스트레스, 무엇보다 무의식적 정동(affect)에 과도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라는 겁니다. 혈관수축으로 인한 허혈과 산소 결핍이 그 부위 통증을 일으키는 거지요. 관상동맥이 수축되어 협심증을 불러오는 걸 연상하면 좋겠습니다.

 

사르노 치료의 핵심은 환자에게 이런 병리를 설명하고 무의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시키는 것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증상은 숨겨진 정서(무의식적 정동, 특히 분노)를 당사자에게 감추기 위해 주의를 돌리려는 두뇌의 책략이라는 걸 말이죠. 그러고 보니 통증전문의 사르노 교수는 임상 수십 년을 통해서 결국 정신분석과 유사하게 설명하는 지점에 이르렀네요.

 

그는 물리적 치료 접근은 가능한 한 짧게 끝내라고 말합니다. 척추 교정이나 일방적인 물리치료는 필요 없다고 말합니다. 사르노는 자신의 이런 ‘교육’ 치료법으로도 만 명 이상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했고, 그 가운데 10% 정도만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를 위해 정신과로 의뢰했다고 합니다. 그건 환자가 자신의 무의식 갈등을 보다 완전하게 이해할 필요성을 느끼는 경우들이었죠.

 

사르노의 치료법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독자께선 『TMS 통증치료혁명』(존 E. 사르노, 출판사 승산)을 읽어보면 좋겠네요.

 

약간 다른 관점에서요. 요통에 대한 노시보 효과 하나만 더 말하고 끝내겠습니다. 허리가 아파서 정형외과에 갑니다. X-ray 사진을 찍지요. 정형외과 의사는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를 고려하여 사진을 면밀하게 들여다봅니다. 원인을 찾으려고 말이에요. “요추 4번과 5번 사이 살짝 디스크 '끼'가 보이네요.” 혹은 사진을 가리키며 이 부위가 살짝 휘였네요 혹은 여기가 조금 내려앉은 것 같아요 등등.

 

진심으로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한 거죠. 교과서에서 보는 이상적이고 완벽한 허리 사진과 비교를 통해서 말이에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정형외과 의사의 허리도 사진을 찍어보면 환자나 비슷비슷하게 어긋나 있죠. 길거리 걸어가는 사람들 붙잡고 허리 사진을 찍어보세요. 교과서에 수록된 완벽하고 이상적인 허리 모양을 갖고 있는 사람 없습니다. 통증과 관련이 없다는 말이죠.

 

심각한 문제는 뭐냐. 환자는 이제 허리만 아프면 ‘아, 그 4, 5번 사이 디스크 끼 때문에...’ 평생 약 먹고 물리치료 받으며 그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정형외과 의사는 자기도 모르게 원하지 않는 암시를 준 셈이에요. 이게 노시보의 다른 측면입니다.

 

이 분에게 무의식적 분노니, 심리적 갈등이니, 마음이 통증을 유도한다니, 뭐 이런 말들이 귀에 들어오겠습니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아니에요. 전 요추 4,5번 디스크 ‘끼’ 환자라고요. 제 통증은 마음과는 전혀 상관없다구욧!”

 

☞이범룡은?
=제주 출생.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신경정신과 병원의 문을 열었다. 면담이 어떤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 또한 치유의 힌트가 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밝은정신과>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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