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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룡의 '담담(談談)클리닉'(46) 공감과 추론은 다르다 ... 신체의 근접성

 

왕이 “과인과 같은 사람도 백성을 잘 보호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맹자는 “할 수 있습니다”고 대답했다.

 

왕이 “어떤 근거에서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라고 묻자, 맹자가 대답했다.

 

“제가 호흘이라는 신하에게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왕께서 대청 위에 앉아 계실 적에 소를 끌고 대청 아래를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는데, 왕께서 그것을 보시고 ‘소가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셨다더군요. 그 사람이 대답하기를 ‘피를 받아서 종에 바르려고 합니다’라고 대답하자, 왕께서는 ‘그 소를 놓아 주어라. 나는 그 소가 두려워 벌벌 떠는 것이 마치 아무런 죄도 없으면서 사지로 끌려가는 것 같아서 차마 볼 수 없구나’라고 했다면서요. 그래서 그 사람이 ‘그렇다면 종에 피를 바르는 의식을 그만둘까요?’라고 묻자 왕께서는 ‘어떻게 그것을 그만둘 수가 있겠느냐? 양으로 바꿔라’고 하셨다는데,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왕이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고 대답하자, 맹자가 말했다. “그런 마음이라면 통일된 천하의 왕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백성들은 모두 왕께서 소 한 마리가 아까워서 그랬다고 하지만, 저는 왕께서 끌려가는 소의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왕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백성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나라가 비록 작기는 하지만 내가 어찌 소 한 마리를 아까워하겠습니까? 그 소가 두려워 벌벌 떠는 것이 마치 아무런 죄도 없으면서 사지(死地)로 끌려가는 것 같아서 차마 볼 수 없었기에 양으로 바꾸라고 했던 겁니다.”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는 백성들이 왕이 소 한 마리가 아까워서 그렇게 했다고 말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백성들은 단지 왕께서 작은 양으로 큰 소를 바꾸는 것만을 보았을 뿐이니, 어떻게 왕의 깊은 뜻을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왕께서 그 소가 아무런 죄도 없으면서 사지로 끌려가는 것을 측은하게 생각하였다면 어째서 소와 양을 차별하셨는지요?”

 

왕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정말 무슨 마음에서 그랬을까요?” (...)

 

---“양혜왕 상”, 『맹자』중에서

 

의견. 『신과 개와 인간의 마음』중에서

 

심리적 연결이 공감에 필수적인 만큼 공감을 유지하는 것은 상대가 곁에 있을 때 가장 쉽다. 이것은 원거리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스카이프(skype)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배려하는 마음을 증가시키는 용단은 무엇보다 신체의 근접성이다. 당신의 애인이 해고를 당했다면 당신은 멀리서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애인의 눈물을 어루만질 때 비로소 그 느낌이 당신의 폐부에 새겨진다.

 

공감에서 근접성의 위력을 보여주는 예로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의 한 사고실험을 살펴보자.

 

당신이 새로 장만한 300달러짜리 양복을 차려입고 연못가를 거닐고 있는데 한 아이가 물에 빠진 것을 발견했다고 상상해보자.

 

당신이 물에 뛰어들면 새로 산 양복을 망칠 텐데, 그래도 당신은 아이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겠는가? 아마도 당신은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물에 뛰어들 것이다.

 

이번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을 상상해보자. 당신이 월급날 저녁에 거리를 거닐고 있는데 자선단체 모금원이 20달러만 기부하면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한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아이를 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양복 값의 지극히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당신은 돈을 기부하는 대신에 아이가 굶어 죽도록 놔둘 확률이 높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가?

 

☞이범룡은?
=제주 출생.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신경정신과 병원의 문을 열었다. 면담이 어떤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 또한 치유의 힌트가 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밝은정신과>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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