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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의 정치광고이야기(2)

“Bad Is Stronger Than Good.”

 

자아심리학 분야에서 꽤 알려진 연구논문이다. 좋은 일, 좋은 행동, 좋은 감정보다는 왜 나쁜 일, 나쁜 행동, 나쁜 감정이 오래 기억되고 파급력이 큰가 하는 가설을 다양한 연구 사례와 실험 결과를 들며 풀어가고 있다.

 

10만 원이 생겼을 때 갖는 즐거움보다 10만 원을 잃어버렸을 때 당황스러움이 더욱 강하며 오래 기억된다. 부부사이의 사소한 말다툼은 사랑을 나누는 일보다 5배정도의 파괴력을 지닌다. 말하자면 미운 정 하나 쌓일 때 고운 정 다섯을 쌓아야 부부관계는 그나마 제자리다. 남에 대한 칭찬보다는 흠집에 더욱 솔깃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덧댄다. 정답에 대해 “맞았어요”라는 격려보다는 오답에 대해 “틀렸어요”하는 지적이 학습효과가 크다는 연구사례도 있다. 타인에 대한 좋은 인상 보다는 나쁜 인상이나 고정관념이 쉬이 빠르게 형성되고 오래오래 남는다. 이렇듯 “Bad is stronger than good”이라는 가설은 우리 의식과 내면에서 늘 증명되고 있다. 가족 드라마의 “Good”보다 막장 드라마의 “Bad”에 사회적 반향이 드센 것도 같은 맥락이다.

 

“Good”보다 “Bad”에 감정을 더 싣고, 크게 반응하고, 여파 또한 오래 이어진다. 사람들 마음은 그렇게 작용한다.

 

이러한 심중의 허(虛)를 정치인들이 놓칠 리 없다.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만 있다면. 그래서 네거티브 전략은 정치에서 선거에서 오랜 전통이다. 경쟁 후보에 대한 공격은 때론 치명타가 되기도 하고, 때론 부메랑을 맞기도 한다. 네거티브에 대한 파장이 크다는 반증이다. 더욱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퍼 나르고 공유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의 도래는 네거티브 전략이 보다 “잘 먹힐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 주간지의 “1억 피부숍” 보도가 선거결과에 미친 파괴력은 자못 컸다. 이러한 이슈를 키우고 효험을 보게 한 것은 물론 인터넷 팟캐스트 ‘나꼼수’다. 후보자에 대한 ‘병역비리’ 관련 문건이나 숱한 자금수수 비리설 등은 역대 선거판 고정 메뉴다. 경쟁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가 이슈화 되고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순간 설(說)에 대한 사실성 여부는 뒷전이 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선거 기간은 짧다. 폭로하고 되받고, 역으로 폭로하고···. 그래서 진흙탕 싸움이라 한다. 탕 안에서 정치인들은 진흙을 온 몸에 두르고 머드팩 마사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을지 모르지만, 선택을 해야 할 유권자들은 구분이 난감하다.

 

네거티브 전략은 정치광고에서도 흔히 쓰여 왔다. TV 정치광고는 195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 등장했다. 아이젠하워(Eisenhower)와 스티븐슨(Stevenson)이 경쟁했던 당시 선거에서는 53편의 정치광고가 방영됐는데, 이 중 35편이 네거티브 소구를 하고 있다. 66%의 정치광고가 네거티브였다는 말이다. 이후 열 네 차례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네거티브 정치광고는 꾸준히 사랑을 받는다. 반면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는 네거티브 전략을 쓰고 있는 TV 정치광고는 적은 편이다. 92년 대선 이후 네거티브 정치광고는 열편이 채 안 된다.

 

정치광고의 네거티브 전략은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냉소 혹은 무관심의 원인이라는 혐의를 받아왔다. 이러한 개연성에 공감하면서도 감성을 넘어선 지성과 이성을 두루 갖춘 역량이라면 건강한 네거티브 또한 가려 낼 수 있어야 하겠다. 이는 독자의 몫이다.

 

이제 여러분과 함께 네거티브 정치광고 몇 편을 감상해 보자. 널리 알려진 데이지 소녀(Daisy girl) 편부터 미국 대선에서 세 편, 우리나라 대선에서 두 편을 추려보았다. 단순한 조롱에서부터 공포 소구, 도덕성, 과거 비리나 정치적 사건에 관련된 사실을 인용하며 경쟁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다섯 번 째. DJ 공격편: 이회창 후보 1997년 대통령 선거
김대중 후보의 정계 은퇴선언과 번복 회견, 그리고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IMF 재협상 발언 등을 줄기로 도덕성을 공격하고 있다. “나는 일생에 거짓말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라는 토론회 발언으로 이어지며 DJ에 대한 공격은 정점에 이른다. 97년 15대 대통령 선거는 김대중 후보에게 네 번째 도전이었다. 92년 대선 세 번째 도전에서 김영삼 후보에게 패한 후 선거일 다음날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가, 약 3년 후인 1995년 다시 정계복귀를 공식 선언한다. 이러한 대국민 약속 파기를 대쪽 이미지 이회창 후보와 대비시키며 공격의 소재로 쓰고 있다.

 

   

네 번째. 웃음거리(laughter): 험프리(Humphrey) 1968년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 닉슨(Nixon)의 러닝 메이트였던 애그뉴(Agnew)를 비웃음으로 조롱하는 민주당 험프리의 정치광고다. ‘부통령 애그뉴?’(Agnew for Vice President?)라는 문구에 19초 동안 마냥 조소를 퍼붓고 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선택될 시점 애그뉴는 미국정치 무대에서 중량감이 떨어지는 신인이었다. 공화당 안에서도 “애그뉴가 누구야?”라며 비아냥거릴 정도였다. 험프리 진영에서는 이를 정치광고의 소재로 유머스럽게 활용하고 있다.  당시 대선의 최대 이슈는 베트남전쟁이었다. 5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베트남 전쟁에 파병 미군은 5만 명을 넘어섰고, 반전운동이 촉발되고 있던 시점이기도 하다. 공화당 후보 닉슨과 애그뉴가 선거에서 승리했다.

 

   

세 번째. 5년 편: 권영길 후보 2002년 대통령 선거
“5년 전으로 돌아가겠습니까?”하며 한나라당의 과거를 들추어낸다. “5년을 더 고생하시겠습니까?”하며 집권 민주당의 치부를 공격하고 있다. IMF 구제금융, 대우자동차 해고근로자 진압사태,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와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씨의 구속집행 장면을 연달아 보여준다. 그리고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고 등 굵직한 정치적 이슈와 구체적 사실을 연계시키며 양 당을 공격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부패원조당, 민주당은 부패신장개업당”이란 선명한 글씨와 효과음은 유권자의 뇌리에 쉬이 자리 잡을 것 같다.

 

   

두 번째. 윈드서핑 편: 조지 부시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인 존 캐리(John Kerry)의 상원의원 시절 정책에 대한 오락가락 투표행적을 윈드서핑과 잘 조화시키고 있는 정치광고다. 내레이터는 캐리가 어느 방향으로 미국을 이끌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실제 캐리는 이라크 전쟁에 대해 두 번은 찬성을, 두 번은 반대표를 던진다. 국방예산·교육개혁·의료정책에 대해서도 찬성과 반대를 왔다 갔다 한다. 윈드서핑처럼 바람이 방향을 바꿀 때 마다 캐리의 정책도 바뀔 것이라고 조소한다. 성격마저 우유부단하다는 암시를 넌지시 주고 있다. 부시가 재선한 선거다.

 

   

첫 번째. 데이지 걸(Daisy Girl): 린든 존슨 1964년 미국 대통령 선거
원제는 소녀의 평화(Peace Little Girl)지만 데이지 걸로 많이 알려진 정치광고다. 민주당 후보 존슨(Johnson)은 핵전쟁으로 인한 세상의 종말을 예고하며 공화당 후보인 골드워터(Goldwater)의 극단주의를 에둘러 공격하고 있다. 꽃잎을 따는 어린 소녀의 평안은 거대한 폭발로 순식간에 조각나고 공포가 엄습한다. 존슨은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단언한다. “We must love each other or we must be dead."
골드워터는 당시 극우주의자로 통했다. 이런 그의 이미지는 공화당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더욱 견고해 진다. 내용은 이렇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과격주의는 악이 아니며, 정의를 추구할 때 중용은 선이 아니다.” 그가 대통령에 실제로 당선되면 베트남전쟁이 핵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했다. 데이지 걸 편은 이러한 선거맥락과 경쟁후보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한번 방영된 정치광고였지만 선거에 미친 영향력은 상당했다. 민주당 존슨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선거였다.

 

   

 

 

☞강형구는? =제주출생.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서 잠시 일하다 미국으로 떠나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 석사, 플로리다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BK 연구교수, KAIST 대우교수를 거쳐 현재 미국 앨라배마대학교에서 광고홍보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정치광고, 정치적 소비자 운동, 소셜네트워크 이용행위 등을 전공·연구한다. <Journal of Communication> 등에 20여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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