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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회] 범섬과 최영 장군 ... 목호의 난 평정, 몽골지배 100년 역사 마무리

 

범섬에 상륙하지 않고 이 글을 쓴다는 것이 다소 쑥스럽다. 서귀포여고에 재직시 딱 한 번 범섬 바닷가에 가본 후 언젠가 가야지 한것이 여태 가보지 못했다.

 

멀리서 보면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아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이섬을 범섬이라 부른다. 섬 주위에는 크고 작은 해식동굴들이 있는데, 같은 크기로 나란히 생긴 두 개의 해식동굴을 호랑이 콧구멍이라 하고, 반대쪽의 커다란 해식동굴을 호랑이 똥구멍이라 한다.

 

섬 위쪽은 평평하고 남쪽 가장자리에서는 용천수가 솟아, 1950년대까지 가축을 기르고 고구마 농사를 지으며 사람이 살았다. 섬 남쪽에는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 때문에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바위투성이지만, 북쪽에는 돈나무·구실잣밤나무·해송 등이 울창하다.

 

특히 난대성 식물인 박달목서라는 희귀종 1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상록활엽수림과 함께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가 서식하고 있어 섬 전체가 제주도지정 문화재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다. 청정섬인 범섬 또한 제주역사를 지켜보았던 역사의 현장이다.

 

목호정벌을 위해 제주에 온 최영 장군과 그 진압군은 새별오름 등지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전투에서 밀린 목호군 수뇌부가 범섬으로 도망가자 그들을 쫓기 위해 최영 장군은 범섬 앞 법환포구에 군막을 쳤다.

 

비록 작은 섬이기는 하지만 해안에서 1.3km나 떨어져 있고, 배붙일 곳 없는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섬을 공략하기가 그리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이곳에서 숙영하며 공격방법을 찾았다.

 

결국 전함 40척을 이어 묶어 범섬으로 건너가 목호군 수뇌부를 격퇴했다. 최영 장군은 외돌괴 전설을 낳을 만큼 특별한 병법을 동원하여 출정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법환포구에는 이후 ‘막숙’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범섬과 최단거리로 배를 연이어 묶은 지점이라 하여 ‘배연줄이 또는 배염줄이’라는 이름이 전해지게 된 것이다.

 

최영 장군은 외돌괴와 법환포구의 지형을 이용하여 배연줄이라는 곳을 거쳐 군사를 이끌어 직접 범섬을 압박해 들어가자 목호의 수뇌부인 초고독불화와 관음보는 벼랑으로 몸을 던져 자살하고, 석질리필사는 처자식과 함께 항복했다. 최영 장군은 항복한 석질리필사와 아들 3명을 목 베어 죽이고 자살한 수뇌부의 시신을 찾아내 목을 베어 개경으로 보냈다.

 

이곳은 고려가 백여 년간 몽골족에게 빼앗겼던 제주도를 되찾은 역사적 사연이 깃든 곳으로, 마지막 싸움의 무대이다.

 

역사는 범섬을 최영 장군이 목호의 난을 평정함으로써 몽골지배 100년 역사를 마무리한 현장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를 살았던 제주선인들에게 이곳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살육과 희생을 통해 지배세력이 교체된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는 비극의 현장이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문영택은?
= 4.3 유족인 부모 슬하에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구좌중앙초·제주제일중·제주제일고·공주사범대·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프랑스어교육 전공)을 졸업했다. 고산상고(현 한국뷰티고), 제주일고, 제주중앙여고, 서귀포여고, 서귀포고, 애월고 등 교사를 역임했다. 제주도교육청, 탐라교육원, 제주시교육청 파견교사, 교육연구사, 장학사, 교육연구관, 장학관, 중문고 교감, 한림공고 교장, 우도초·중 교장,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한수풀역사순례길' 개장을 선도 했고, 순례길 안내서를 발간·보급했다. 1997년 자유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수필집 《무화과 모정》, 《탐라로 떠나는 역사문화기행》을 펴냈다. 2016년 '제주 정체성 교육에 앞장 서는 섬마을 교장선생님' 공적으로 스승의 날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지난 2월 40여년 몸담았던 교직생활을 떠나 향토해설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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