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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의 '제주풍향계'(14) 관광산업 침체국면 ... 이제 패턴을 바꿀 때다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후폭풍이 거칠고 매섭다. 그런데, 이 시점 19세기 말 영국의 '붉은 깃발 법'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1년여 전 문재인 대통령이 이 용어를 언급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불가피성을 역설한 기억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적기(赤旗)조례'로 불리는 이 법의 정식명칭은 '도로에서의 기관차에 관한 법(The Locomotives on Highways Act)‘인데, 이 법이 150여 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는 것은 내용이 다소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기이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최고속도를 시속 3km(도심)로 제한하고, 자동차에는 기수(旗手)가 반드시 있어야 하며, 이 기수가 낮에는 붉은 깃발, 밤에는 붉은 등을 들고 자동차의 55m 앞에서 차를 선도하도록 했다. 즉, 자동차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붉은 깃발을 앞세워 자동차가 마차보다 빨리 달릴 수 없도록 하는 기이한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영국에서는 자동차가 늘어나기 시작하자, ‘마차(馬車)운송조합’ ‘기차운송조합’ 등이 들고 일어나 자동차의 위험성을 과장해서 알렸다. 의회에도 적극적인 '로비'를 벌였다. 그러던 중, 승객 21명을 태우고 달리던 증기버스에서 보일러가 폭발하는 인명사고가 터졌다. 실업자가 된 마부(馬夫)나 기차운송업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은 집회 시위 등을 열고 자동차의 증가를 사회적 문제로 크게 부각시켰다. 이로 인해 자동차 운행의 규제논쟁이 점화되는데, 끈질긴 공방 끝에 마차·기차업자들이 승리해 위와 같은 황당한 법이 생겼던 것이다. 이에 더하여 증기차 운행 세금도 10배나 높아졌다.

 

그 결과, 20세기 최대 산업에서 영국은 완벽하게 미래를 잃고 말았다. 즉, 마차 사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이 규제는 이후 약 30년간 유지되면서 산업혁명의 발상지였던 영국은 자동차를 가장 먼저 만들고도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독일 미국 프랑스 등에 내주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자동차가 사람보다 빨리 갈 수 없도록 제한했으니, 영국인들은 자동차를 살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영국의 기업들은 더 빠른 자동차를 만들 이유가 사라진 셈이었던 것이다.

 

이제 다시 영리병원에 대해 얘기해 보자.

 

제주에 있어서 의료관광산업을 19세기 말 영국의 자동차산업과 비교한다면 그 비중이나 파이(Pie)의 크기, 그리고 중요성 등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제주경제를 받치는 양대(兩大) 산업의 한 축인 관광산업이 침체국면을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료관광산업을 그렇게 치부할 수만은 없다. 관광의 패턴을 바꾸거나 보완산업을 모색해 봐야하기 때문이다.

 

의료관광산업이 제주의 관광산업을 보완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이유는 여럿 있다. 먼저 기후 공기 풍광 등 제주의 자연조건이 의료관광산업에 최적이다. 의료관광산업의 인프라(Infrastructure)는 충분(관광)하거나 부족함이 없다(의료). 그리고 중국이라는 거대 수요처가 배후에 있다. 또한 치료 당사자와 동행하는 사람들은 고부가(高附加) 관광객이 될 수 있고, 관광객의 체류시간 확장에 기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 뿐 아니라 동남아, 유럽 등지에서도 한류열풍을 타고 우리나라 의료관광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에 거칠게 항의하는 그들이 내세우는 반대의 핵심이유는 ‘의료 공공성 약화’인데, 녹지국제병원이 개설될 경우 또 다른 영리병원의 개원으로 이어져 의료의 공공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이유에는 ‘내국인의 영리병원이용 예상’이 전제되고 있다. 외국인만 이용해야 하는 조건부 허가인데도 그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그럴 만도 하다. 그 ‘조건부’라는 것이 허물어진 사례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허가의 경우, ‘조건부’가 허물어진 사례는 없었다. 그 한 사례로 카지노 영업허가를 들 수 있다. 지금부터 50여 년 전인 1967년 인천 올림포스호텔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영업허가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의 야당과 언론 사회단체 등의 저항이 만만찮아 사회적 이슈로 크게 부각되었다. 당시 반대진영에서 내세우는 핵심반대 논리도 지금의 영리병원과 비슷했다. 올림포스호텔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영업을 허가해 주면 또 다른 카지노 영업허가로 이어져 건전한 국민정서가 피폐화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때도 반대론자의 이유에는 카지노에 내국인이 출입 이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전제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외국인전용 카지노에 내국인이 출입하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내국인의 영리병원이용 예상’은 기우(杞憂)라고 해도 틀린 말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영리병원 개설허가를 해준 원희룡 도지사가 만약 녹지국제병원이 ‘조건부’를 허물어버릴 때 ‘허가취소’라는 단호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야 한다.

 

그리고 20세기 최대산업인 자동차산업의 강대국이 되었을 19세기 말의 영국이 '붉은 깃발 법'으로 그 기회를 놓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정경호 전 제주도의원

 

☞정경호는?
= 도의원을 지냈고 정당의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도 ‘제주타임스’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더불어 제주의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어느 전직 대학총장은 그를 두고 ‘정치인인지 문필가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그는 4․3 연구가다. 1990년대 초 ‘월간제주’에 1년 동안 4․3을 주제로 한 칼럼을 썼으며, 4․3특별법의 제안자이자 기초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6년 동안 대변인을 지내면서 제주정가에 대변인 문화를 착근(着根)시킨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2014년 6.4선거에선 신구범 캠프의 대변인을 맡아 정가논평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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