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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법정시한 넘긴 예산안처리...법적근거 없는 ‘소소위’ 가동

 

새해 예산안이 진통 끝에 8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결국 이번에도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을 닷새나 넘겼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이 보이콧한 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합의한 대로 처리됐다.

 

그 시각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선거제 개혁이 빠진 데 항의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었다. 예산안 심의를 둘러싼 파행과 범법은 이미 상습화됐다. 여야가 걸핏하면 당리당략에 빠져 다투느라 예산심사소위가 늦게 출범해 실질심사에 차질을 빚는다. 그러다가 시간에 쫓기면 법적 근거도 없는 ‘소小소위’를 가동한다. 예결위원장과 예결위 여야 간사들이 비공개로 진행하는 소소위는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여야 실세와 예결위 의원들의 쪽지·카톡예산 등 지역구 민원 챙기기 예산이 끼어든다. 야당 의원들이 기를 쓰고정부 예산안을 삭감하려 드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쪽지·카톡예산 확보용이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부끄러운 연례행사는 진행됐다. 예산안 지각 처리는 거듭된 국회 의사일정 파행으로 일찍이 예고됐다.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를 둘러싼 대치로 예결위 예산소위 구성이 지체됐다. 여기에 선거제 개혁과 예산안 처리 문제가 연계되면서 난항을 겪어 심사가 지연됐다.

 

 

결국 이번에도 소소위가 꾸려져 깜깜이 밀실 심사가 이뤄졌다. 더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예산안 처리에 반대하는 군소 3당을 배제한 채 민주당과 한국당이 7일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그러면서 일자리 예산을 조금 줄이는 대신 2020년 총선을 의식해 두당이 모두 원하는 지방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늘렸다.

 

이 와중에 민주당과 한국당은 국회의원 세비 인상도 끼워넣었다. 기본급에 해당하는 일반수당 1.8% 인상 및 입법활동비, 차량유지수당을 포함한 연봉을 기존 1억4000만원에서 1억6000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셀프 인상’이다. 공공 부문의 긴축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연간 최저임금 시급총액과 맞먹는 금액을 올리겠다니 참으로 어이없다. 결과적으로 ‘예산안 패싱’을 당하는 상황이 된 소수 야3당이 “촛불 민심을 거역한 기득권 동맹이자 야합”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정의당은 “더불어한국당이 되겠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어쨌든 2018년도 국회는 2014년 개정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래 법정 시한을 넘겨 예산안을 가장 늦게 처리했다는 오명을 얻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5년 중국 방문 길에 폭탄 발언을 했다. “한국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정치권이 발끈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정치판의 당리당략 놀음과 이전투구, 잇속 챙기기 등 정치인들의 행태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오죽하면 국립국어원이 2007년 발표한 신조어에 ‘국회스럽다’는 말이 들어갔을까.

 

국회의 가장 큰 책무인 예산안 심의가 충분한 기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밀실 합의에 따라 졸속 처리되는 것을 국민이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시한을 넘긴 예산안 처리가 위험한 것은 심의 자체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헌법은 물론 자신들이 만든 국회법의 예산심의 규율까지 어기며 예산안 심의를 소홀히 하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국민 무시 행위다. 여야는 매번 기록도 남기지 않는 소소위로 예산안을 넘겨 정치적으로 매듭짓는 행태부터 종식시켜야 한다.

 

예산안은 투명성이 확보된 소위에서 심의돼야 마땅하다. 예산결산특위 등을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긴요하다. 미국은 정부의 예산집행에 대한 감사가 의회에서 상시적으로 진행되고, 그 결과를 예산편성과 심의에 반영한다. 영국도 정부의 예산편성 과정부터 의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수백조원에 이르는 나라살림을 불과 한달이란 기간에 살핀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예산 배분의 적절성과 재정 낭비까지 꼼꼼히 들여다보려면 상반기에는 거시총량, 하반기에는 미시 사업예산으로 나눠 심의하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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