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이권홍의 '중국, 중국인'(213) ... 중국사에 담긴 미스테리

강청은 늘 다른 사람의 말을 잘랐다. 마침 장춘교가 북청(北淸)대학의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 그녀가 끼어들었다. “현재 북청대학에서 공작조와 제대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조반파(造反派, 반란을 획책하는 부류, 혁명파〔革命派〕의 반대 개념) 제2의 인물이 호창성(呼昌盛)이고, 무극근(武克勤)의 태도도 애매합니다.” 모택동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녀는 북경시위(北京市委)를 세웠어. 이 기본 입장은 변하지 않을게야.”

 

강생이 안경을 올리면서 말했다. “무극근은 그저 관망하고 있을 뿐입니다. 주석께서 새로운 전략부서를 만들기만 하면 그녀는 곧바로 따라올 것입니다.” 모택동은 또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처음 대자보를 붙인 모든 혁명파(革命派)는 지금부터 어느 정도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보호하도록 해.”

 

강청은 검은 테 안경 너머로 눈을 깜박이며 좌우의 동료들을 보면서 말했다. “주석께서 내리신 이번 지시는, 우리가 반드시 그대로 처리해야 해.” 진백달은 고개를 계속 끄덕였다. 강생도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장춘교, 요문원은 더더욱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모택동은 마음속으로 비웃는 듯한 웃음이 일었다. 지금의 강청은 몇 년 전보다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더 마음에 들더라도 강청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던 연안(延安)시기를 추억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 강청은 연안에 막 도착했었다. 모택동이 발언할 때마다 강청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맨 앞에 서서는 고개를 바짝 들고 경청하였다. 존경하고 사모하는 눈빛으로 연설하는 그를 바라봤다. 대도시에서 온 젊고 예쁜 여성임이 분명하였다. 강청의 눈빛은 모택동의 강연에 대한 열정을 북돋아 줬다. 당시 강청의 용모는 출중하였다. 커다란 검은 눈동자는 햇빛 아래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나중에 진행된 사항, 특히 도시로 들어온 이후의 이야기는 모택동은 더더욱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강청이 저 정도의 나이에 이르렀으면서도 하늘거리며 알랑거리는 작태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싫어졌다. 전고가 된 구절, “얼굴의 미모로써 사람을 섬기는 사람은, 그 미모가 시들면 사랑이 풀어지는 법이라”(『사기·여불위열전吕不韋列傳』)는 한 마디 말이 번득 스치고 지나갔다.

 

모택동은 역사상 어느 황제의 곁에 있었던 어떤 여인의 말이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애써 떠올려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강청의 얼굴은 희고 깨끗하지만 확연히 늘어져 있었다. 특히 목덜미의 피부가 더 늘어져 있었다. 모택동은 그녀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가련하면서도 싫었다. 피하려는 감정이 자연스레 일었다.

 

모택동은 무엇을 젊음이라 부르는지 알고 있었다. 젊음이 좋았다. 어떤 것도 늙어버리면, 묵으면 늘어지면 게을러지면, 자신의 열정을 불러오지 못하지 않던가. 그래서 모택동은 자신의 열정이 유지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늘 신선한 젊음과 새로운 일을 찾아다녔다. 문화대혁명이 바로 신선한 일이었다. 문화대혁명이라는 정치 공연 중 재빠르면서도 적극으로 뛰어다니는 강청이 어여쁘기 그지없었다. 용모가 아니라 행동이!

 

감정을 논하지 않고 정치만 얘기한다고 하여도 원기왕성하며 생기발랄한 새로운 기상으로 넘쳐났다.

 

 

보고를 들으면서 모택동은 살이 오른 통통한 요문원의 둥근 얼굴을 보면서 자신이 썼던 「평신편역사극評新編歷史劇 『해서파관海瑞罷官』」이 떠올랐다. 그 문장으로 인해 또 어렴풋하게 북경시위 서기 팽진(彭眞)이 생각났다.

 

문화대혁명을 떠올리면 모택동의 눈앞에 가장 먼저 스치는 인물이 둘 있었다. 한 명은 유소기였다. 햇빛은 유소기의 백발과 하얀 상의를 비춰 눈부시게 빛을 내었다. 유소기는 우두커니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과거의 어떤 기억에서도 지금의 자신의 처지보다 못한 모습은 떠올리지 못할 것이었다.

 

다른 한 명은 바로 팽진이었다. 자신의 크기와 닮아 커다란 몸을 하고 있는 그 인물은, 기억 속에 언제나 자신을 마주하고 있었다. 길고 커다란 얼굴, 높다란 머리카락 언저리, 늘 동여맨 고대인들의 두발의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 사납고 고집스러운 팽진은 늘 모택동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문화대혁명은 이론적 사고 범위를 벗어났다. 이제 문화대혁명은 팽진과 유소기라는 두 인물을 축출하는 화면으로 바뀌어져 있을 뿐이었다.

 

보고를 거의 다 듣고는 모택동은 손을 저으면서 강청 등에게 말했다. “몇몇 대학의 반공작조의 자료를 여기 남겨 두시게. 내가 좀 봐야겠어. 그리고 유소기에게 전해주시게. 내일 상황 보고회를 주재하라고. 그대들이 보고회에서 상황을 다시 얘기하고 상의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문제들이 풀릴게야.” 모택동은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있는 진백달, 장춘교, 요문원 등을 가리키며 말했다. “기인우천(杞人憂天)할 필요 없네. 하늘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테니.”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잇달아 일어서며 “주석님, 편히 쉬십시오.” 하직을 고했다. 모택동은 찻상 위에 올려 져 있는 뭉툭한 자료들을 툭툭 치면서 침착하고 포용력을 발휘하듯이 말했다. “평상시 장기간 군대를 기르는 것은 긴급한 때 쓰기 위함인 게지. 내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그대들이 내게 준 임무를 완수해 내지.”

 

모든 이들이 공손하게 떠났다. 강청이 가장 나중에 나서면서 몸을 돌려 모택동에게 말했다. “주석님, 제가 뭐 해드릴 일이 없습니까?” 모택동은 손을 저었다. “상황 보고회의에서 폭죽을 터뜨릴 준비를 하시게. 난 자료를 살펴봐야 하겠네.” 강청은 머뭇머뭇하며 무엇인가를 말하려 하다가 적당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떠났다. 나가면서 젊은 간호사 이수지를 잡아끌면서 다정스럽게 무엇인가를 당부했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자 모택동은 객실에서 천천히 몇 발짝을 옮겨 소파에 앉았다. 찻상 위에 놓여있던 자료를 들어 다리를 꼬고는 무릎 위에 올려놨다. 찬찬히 보다가 오른 손을 들었다. 때마침 객실로 들어서고 있던 이수지가 급히 연필을 찾아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모택동은 첫 페이지에 체크 표시를 하였다. 이수지가 몸을 숙이면서 물었다. “주석님, 여기에서 자료를 보시려고요?” 모택동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수지가 말했다. “제가 어깨를 주물러 드릴게요.” 모택동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자료를 보고 있었다. 이수지가 소파 뒤에 서서 모택동의 셔츠 양끝의 단추 두 개를 풀고 옷깃을 걷어 올렸다. 내의 위쪽에서 모택동의 두툼한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모택동이 자료 위에 긁적거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오자 탈자를 고쳤다. 그 줄에 북청대학에서 공작조에 의하여 반혁명으로 타도되고 있는 ‘호창성(呼昌盛)’이 ‘호창승(勝)’으로 잘못 쓰여 있었다.

 

또 다른 줄에 모택동은 ‘북청대학 학생 노소룡(盧小龍)’ 중의 ‘대학’ 두 글자 아래에 줄을 그었다. 이수지도 알고 있었다. 당연히 ‘북청중학(中學)’이라 해야 했다. ‘북청대학’은 틀린 말이었다. ‘中’이 ‘大’로 잘못 쓰여 있었다. 연이어 모택동은 또 다른 자료에 묵직하게 의문부호와 느낌표를 적었다.

 

이수지는 손으로 모택동이 안마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택동은 어깨를 천천히 움직이면서 안마할 부위를 조절하고 있었다. 그녀는 더욱 힘을 가해 주물렀다.

 

 

(위문장은 『부용국芙蓉國』(가운로柯雲路,中国文联出版社,2008.12)중 일부로, 약간 첨삭하였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관련기사

더보기
2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