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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1광역시도 1예타 면제 나눠먹기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혁신적 포용국가’를 역설했다. 혁신성장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겠다고 약속하면서 구체적 각론 정책을 피력했다. 그중에는 정치적 파장과 지역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는 사안도 있다. 바로 대규모 공공토목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 면제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엄격한 선정 기준을 세워 광역별로 1건 정도, 공공 인프라(SOC)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해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이나 수도권은 예타 조사가 쉽게 통과되는 반면 지역 인프라 사업은 인구가 적어 예타 조사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나름 일리가 없진 않다. 하지만 국가 균형발전이란 명분을 앞세워 광역자치단체별로 1건씩 배정하는 방식은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21대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표를 의식한 정치적 논리가 횡행하고 지역차별론이 등장할 수 있다.

 

지역에선 일단 환영 분위기다. 어떤 사업이 예타 면제로 성큼 다가섰다든지, 지역 상공인들이 특정 사업을 선정해달라고 성명을 냈다든지 등의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한편에선 광역시가 없는 강원도나 충북ㆍ전북지역은 상대적으로 손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광역시도 1예타 면제는 문 대통령 측근 그룹인 김경수 경남지사와 송철호 울산시장,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해 말 공동으로 건의한 것이다. 예타 면제 심사에서 지역 숙원사업이 탈락할 경우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은 물론 지역 간 갈등도 초래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고, 단체장이 교체되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를 보라.

 

넓지 않은 국토에서 광역지자체별로 1건씩 예타 면제 사업을 배정하다 보면 경제성이 현저히 낮은 사업도 포함될 수 있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강원 양양공항과 충북 충주공항을 비롯한 지방공항 건설사업 등이 그런 경우다. 시도별 예타 면제 사업의 총사업비에 차이가 클 경우 형평성을 맞춰달라는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예타 조사는 재정 낭비를 막기 위한 제도다.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재정 지원이 300억원 이상이 대상이다. 대규모 재정 투입에 앞서 경제성과 재원조달 방법 등을 검토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여과장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지자체가 제출한 예타 면제 요청사업은 38건에 총사업비가 70조여원에 이른다(서울 동부간선도로 확장 사업비 미포함). 이중 상당수가 지역 민원성 사업이다.

 

사업비가 적어도 몇천억원, 조 단위에 이르는 도로ㆍ철도ㆍ공항ㆍ항만ㆍ교량 건설사업에 대한 면밀한 편익 분석 없이 추진할 경우 건설비는 물론 유지보수 관리에 혈세를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문 대통령 공언대로 17개 광역단체별로 1건씩 예타를 면제하면 38개 사업 중 절반에 해당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예타 면제로 추진해 지금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4대강 개발사업(22조원)보다 많은 세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토목사업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수 있음이다.

 

예타는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2017년까지 총 782건의 지자체 사업 중 273건을 ‘사업 부적합’으로 판정할 정도로 국고 낭비를 예방하는 순기능을 발휘했다. 그러나 정부 공약사업에선 견제력을 잃었다. 사업성이 부족해도 국가재정법 등이 규정한 긴급사업, 국토 균형개발, 국가 정책사업, 남북한 교류사업 등에 편입되면 예타를 피해갈 수 있어서다. 남부내륙철도사업 등 17개 광역지자체가 예타 면제를 신청한 사업 중 일부는 이미 예타에서 한두차례 떨어진 전력이 있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예타 면제 증가는 이미 우려할 수준이다. 예타 면제 사업은 2015년 13건에서 지난해 26건으로 늘었다. 사업비로 보면 KTX 호남선 무안공항 경유 사업 등 11조9000억원으로 2015년(1조4000억원)의 8.5배나 된다.

 

이런 판에 1광역시도 1예타 면제까지 밀어붙이면 예타 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화할 수 있다. 과거 보수정부 시절 야당 입장에서 예타 면제를 줄이고 예산사업의 국회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과도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지역의 성장판을 열어야 국가경제의 활력이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지역 성장판을 여는 방법이 건설투자인 토목사업이어야 하는가. 건설투자는 속성상 대규모 자금을 필요로 하는 부채 유발 구조이고, 공공 토목사업은 막대한 재정지출을 요구한다. 건설투자 의존형 경제성장이 ‘부채추동推動형 성장’으로 오래갈 수 없는 이유다.

 

1광역시도 1예타 면제 나눠먹기는 대통령이 강조한 혁신성장과도 거리가 있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이나 4차 산업혁명과도 멀어 보인다. 행여 총선을 의식해 강행하는 토목사업이라면 투입되는 국민 세금에 비해 효과는 적고 후세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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