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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명 수형생존인, '공소기각' 선고 뒤 소감 ... "짐 내려놨다. 고맙다"
임재성 변호사 "시간과의 싸움 ... 군사재판 불법성 인정"

 

“이 분들은 죄가 없다. 처음부터 죄가 없었고 오늘도 죄가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렇게 71년의 한이 풀렸다.

 

'공소기각'으로 사실상 무죄선고를 받은 18명의 4.3수형생존자들은 “그동안 안고 있던 짐을 내려놨다. 너무 고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재갈창 부장판사)는 17일 오후 1시30분 18명의 4.3수형생존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4.3관련 군법회의 재심 청구 재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71년 전에 있었던 군사재판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사실상의 무죄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의 선고 직후 4.3수형생존자들은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소감을 털어놨다.

 

기자회견에서 먼저 입을 연 이는 이번 재심을 주도했던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의 양동윤 대표였다.

 

양 대표는 수형생존자들을 향해 “이제는 죄가 없다고 말해야 한다”며 “처음부터 죄가 없었다. 70년 동안 감옥에 다녀왔다고 죄가 있다고 했지만 오늘(17일) 대한민국 법원은 죄가 없다고 했다. 늦었지만, 정말 늦었지만 정의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그러면서 수형생존자들에게 만세를 외칠 것을 권했다. 양 대표는 먼저 “수형생존자들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마음 고생이 많았다”며 ‘우리 가족 만세’를 외쳤다. 다음으로는 “동네 사람들 역시 여러분과 함께했고 응원을 해줬다. 제주도민들이 모두 오늘까지 도와줬다”며 ‘동네사람들 만세’를 외쳤다. 마지막으로는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양 대표는 또 “오늘은 4.3의 역사가 바로 잡힌 날”이라며 “누가 이들을 빨갱이라고 했고 누가 제주를 빨갱이의 섬이라고 했는가, 제주는 70년 전에도 아름다웠고 지금도 아름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대표는 이어 18명의 수형생존자들 중 건강상의 이유로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못한 현창용 할아버지와 정기성 할아버지를 제외한 16명의 수형생존자들의 가슴에 꽃을 달아줬다.

 

4.3도민연대는 이후 공식입장을 통해 “오늘의 선고는 4.3 해결과정에 대단히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명예회복은 4.3수형생존자들의 마지막 소원이었다. 이 판결에 이르기까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제주도민과 국민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면 소주를 한 잔 마시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왔던 김평국 할머니(88)는 가장 먼저 “기분이 좋다. 조금 이따가 소주를 마실 것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김 할머니는 “무슨 망 속에 가둬두었던 놈이 다 깨져서 날아간 것 같다”며 “시원하다. 어디든 다니면 도청이나 시청에서도 빨간 줄이 있다고 했었는데 이게 사라지고, 자손들이 볼 때에도 옥살이의 흔적이 없어지게 됐다. 그것이 가장 후련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박동수 할아버지(88)는 “70년 전 아무런 죄도 없이 잡혀서 고문을 당하고 재판도 없이 형무소에 갔다”며 “이게 한이었지만 오늘날 무죄판결을 받았다. 정말 반갑다.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 제2의 인생이다”라고 힘을 주어 말했다.

 

한신화 할머니(97)는 “이제는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오계춘 할머니(95)는 “큰 짐을 놨다”며 “눈물이 났다. 죄를 벗은 눈물이다. 서러운 것을 오늘 다 풀었다”고 토로했다.  

 

가족들도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김평국 할머니의 딸은 “너무 기쁘다”며 “어머니의 얼굴은 항상 어두웠다. 자식들에게 말씀도 잘 못하셨다. 하지만 오늘 누명을 벗게 돼 너무 기쁘고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박순석 할머니의 아들도 “어머니가 4년 전까지 이와 관련해 아무 말씀도 안하셨다”며 “아버지에게도 말씀하지 않으셨다. 어머니의 마음고생이 느껴졌다. 오늘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들의 변호를 담당한 임재성・ 김세은 변호사는 이들을 향해 “수고하셨다”고 말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공소기각 판결에 대해 “71년 전 당시의 군법회의는 총체적인 불법이었다”며 “법원의 판결은 무죄판결보다 더 나아가 당시의 불법성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이번 재판과정 중 가장 염려스러웠던 부분이 ‘시간’이라고 꼬집었다. 임 변호사는 “재심이 이렇게 일찍 끝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제주지법과 검찰이 적극적인 고려 속에서 이 문제가 재심 청구 이후 1년 반 만에 마무리 됐다. 이분들이 정말로 건강할 때 배・보상도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또 “수형생존자 분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민연대와 논의를 해야하지만 재심이라는 절차를 통해 생존자분들의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본다. 빠른 시일내에 청구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뜻을 보였다. 양 대표는 “이 분들은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며 “이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연내 제기할 것이다. 국가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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