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누리를 시작페이지로  즐겨찾기 추가하기 기사제보 제이누리 소개 후원하기
로그인 | 회원가입
최종편집 2019.4.19 / 11:20
실시간뉴스
오피니언발언대
도청 앞 천막촌사람들을 보는 단상(斷想)"천막촌 근본 이유, 국제자유도시 회의감 ... 생태환경 파괴 문제도"
"대표이슈는 제2공항 문제 ... 숙의형 공론과정이 해결책"
강봉수 제주대 교수  |  jnuri@jnuri.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1.28  14:33:5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네이버밴드
   
▲ 강봉수 제주대 교수

제주도청 건너편에 천막마을(?)이 형성되고 여기에서 생활하다시피 하는 이른바 ‘천막촌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함께 모여 정부와 도정을 향하여 항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제주 시민운동사에 처음 있는 생소한 일이다.

기존의 시민운동 방식을 돌아보면 대체로 특정 현안이 발생하면 그것에 반대하는 개인이나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연대체나 운동본부를 구성하여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천막촌 형성과 항의방법은 전혀 새로운 운동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천막촌 형성의 출발은 성산읍 주민인 김경배씨의 단식투쟁이었다. 지난해 12월 29일, 그는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위회의 활동을 파행적으로 종료시킨데 대해 그 부당성을 제기하면서 혈혈단신으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사전에 누구와 의논한 것도 기획된 것도 아니라고 하였다. 그가 단식투쟁을 하기 위해 작은 텐트를 치려하자 제주시는 주야로 공무원을 동원하여 막으려 하였다. 김경배씨를 지지하고 뜻을 같이 하는 몇몇 시민들과 제주녹색당원들이 모여 조그만 천막 하나를 간신히 쳤다. 그러자 곧 제주시장은 계고장을 보내 철거를 명령하였다. 김경배씨와 시민들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시청의 계고장 발부에 반발하였다.

지난 1월 7일, 제주시의 행정대집행은 천막촌 형성의 전환점이 되었다. 제주시는 이날 공무원을 대거 동원하여 무자비한 행정대집행을 강행하였다. 이 과정에 항의시민들과 공무원들 간에 극한 대립이 있었고 김경배씨와 시민들의 인권을 탄압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언론과 패이스북 등을 통해 이러한 모습을 알게 된 시민들이 분노하여 본격적으로 하나 둘씩 모여들었고 천막이 다시 쳐지기 시작하였다. 제주녹색당이 먼저 천막당사를 차리고 시민들을 지원하였고 제주민중당(준)도 뒤를 따랐다.

그동안 제2공항 반대 활동을 전개해온 단체인 성산읍대책위와 제주도민행동 천막이 들어섰고, 연이어 소속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자발적 시민들의 천막이 계속 쳐졌다. 김경배씨 천막을 중심으로 패니미즘 여성천막, 청년과 청소년 천막, 강정친구들 천막, 연구자 천막, 우리지역아동센터 천막, 비무장 평화의 섬 제주를 만드는 사람들 천막, 제주문화예술공동체 천막 등이 그것이다. 무려 10개가 넘는 천막이 쳐지면서 지금처럼 천막마을이 형성되었다.

천막마을에는 대표도 없고 조직도 없다. 혈혈단신 목숨을 건 단식을 하다가 38일째에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으로 후송된 김경배씨, 그리고 무기한 동조단식에 들어간 윤경미씨, 엄문희씨, 최성희씨 등이 중심처럼 보이지만, 하루나 이틀 동안 기한을 정하여 동조단식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행정대집행 이후부터 도청현관입구에서 작은 텐트를 치고 기거하며 항의하는 시민들도 있고, 천막에서 단식자들과 숙식하는 사람, 개인적으로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천막촌을 찾아 지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매일 지지 방문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여기에 드나들고 생활하다시피 하는 사람들을 총칭하여 이른바 ‘도청 앞 천막촌사람들’이라 부르기로 했다고 전한다.

도청 앞 천막촌사람들이 제기하는 항의주제도 하나가 아니다. 제주 제2공항의 절차적 투명성 문제로 시작되었지만 영리병원 허용 철회, 비자림로 문제, 제주공항웰컴시티 및 복합환승센터 개발 반대, 월정 해녀 생존권 보장 촉구, 행정시장 직선제 반대 및 기초의회 부활, 녹지그룹 노동자 임금체불 해결, 교육노동자들의 노정교섭 촉구 등 그야말로 제주사회의 이슈들을 모두 망라하고 있다. 제반 항의주제들은 각각의 개별적 이슈라고 볼 수 있지만 크게 보면 모두 연결된 문제이다. 그것들은 무분별한 난개발과 풀뿌리민주주의 실종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 때문이다.

이로 보면, 나는 천막촌이 이루어진 배경에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여긴다. 그것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거의 20년 동안 추진해온 국제자유도시 건설 비전에 대한 회의(懷疑)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자유도시를 용납하더라도 제주의 자연과 사회의 수용능력을 벗어난 난개발과 생태환경의 파괴에 대한 문제제기가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천막촌의 항의주제들 중에 대표이슈는 단연 제주 제2공항 문제다. 천막촌이 형성된 일차적인 이유는 정부(국토부)가 약속했던 제주 제2공항 건설 추진의 절차적 투명성과 정당성이 지켜지지 않은 데 있고, 도민의 살림을 책임진 도지사가 적극 개입하여 시민들의 뜻을 전하지 않고 중앙정부의 눈치만 보면서 수수방관하는 태도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천막촌에서는 현재 이 이슈를 중심으로 단식, 항의시위, 문화제 등이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항의방법들이 처음부터 기획된 것이 아니라 천막촌 사람들이 매일 혹은 필요시마다 모여서 의논하고 기획하여 실행하는 식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현장이나 패이스북 등을 통하여 주제와 프로그램, 재능기부자를 공모하고 실행하는, 그야말로 모든 프로그램이 자발적으로 기획되고 진행되고 있다. 나도 여기서 천막촌인문학(매주 2회 노자 도덕경) 강의를 하고 있다. 필자가 이 강의를 하게 된 것도 천막촌을 방문하여 이러한 자발적 시민들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결정한 것이었다. 필자가 보기에 지금 천막촌에서 벌어지는 시민운동은 매우 노자적이라고 여긴다.

노자는 기(氣)들의 자발적 운동에 의해서 세상이 탄생하였고 운동변화의 자연법칙[道]을 만들어 간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김경배씨의 단식시작부터 자발적 시민들이 모여들고 천막촌이 형성되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는 모습이 마치 기들의 자발적 운동에 의해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노자철학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특히 자발적 시민들 중에 여성들이 많다는 점도 매우 노자적이다. 물론 노자는 중심주의를 거부하는 철학자이지만 강보다는 약, 가득 참보다는 텅 빔, 남성보다는 여성에 더 주목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입지타당성에 대한 공개토론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기본계획 용역 절차에 들어가는 모순된 행보를 보여주고 있고, 원희룡 도정의 수수방관 태도도 변함이 없다. 도의회가 절차적 투명성과 정당성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지역 국회위원인 강창일씨가 언론을 통해 같은 주장을 언급하였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지난 25일, 혈혈단신 38일 동안 단식투쟁을 벌이던 김경배씨는 건강악화로 주치의와 시민들의 설득에 따라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동조단식에 들어간 윤경미씨와 엄문희씨의 단식은 벌써 12일째이고 뒤따라 나선 최성희씨의 단식도 5일째로 접어들었다. 천막촌사람들의 결기는 더욱 강해져만 가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이처럼 불행한 사태를 지켜보아야 하는지 걱정이다.

천막촌사람들은 당장 세 가지 점의 해결을 요구한다. 지난 7일에 있었던 인권 탄압적 행정대집행 처사에 대해 도정이 사과할 것, 국토부의 기본계획 용역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제2공항 추진의 절차적 투명성과 정당성 확보 약속을 지킬 것, 도민들의 객관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달라는 것 등이다. 이미 국토부는 천막촌사람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그래서 그들은 청와대가 나서달라고 요구한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도정이 나서 이들 중 한두 가지라도 들어줘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과 정치권이 적극 나서 중재와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

궁극적인 문제 해결책은 천막촌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숙의형 민주주의를 통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여긴다. 사실 이 방법도 원희룡 도지사로 인해 신뢰에 금이 갔다. 영리병원 문제가 공론화 과정을 통해 도민들의 안을 내었지만 원희룡 도지사가 이를 거부하는 비민주적 결정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제도적 장치는 도의 관련 조례이기에, 주민참여 조례에 따라 도민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 정부와 도와 도민들도 따르기로 약속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나는 이번 천막마을 형성과 천막촌사람들을 보면서 광장민주주의를 떠올렸다. 자발적 시민들이 누구라도 정부나 도정을 향해 자신의 의견을 내고 항의를 표시할 수 있는 직접 민주주의의 열린 광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집행부인 도정과 간접 민주주의의 장소인 도의회 주변에 직접 민주주의의 광장을 만들 수 없을까? 현재 장소를 생각한다면 도교육청 자리가 가장 적절해 보인다. 제주시 동지역의 균형발전과 원도심 활성화 차원에서 도교육청을 구제주시 지역(현 시민회관?)으로 옮기고 이곳을 광장 민주주의 장소로 만들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 강봉수 제주대 교수

2
2
이 기사에 대해
강봉수 제주대 교수의 다른기사 보기  
< 저작권자 © 제이누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네이버밴드 뒤로가기 위로가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주간 인기뉴스 Top5
1
고충홍, 제주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장 선출
2
제주서 술 취해 상습 행패부린 60대 구속
3
출근길 교통사고로 서귀포해경 경찰관 등 3명 사상
4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결정
5
월정리 해녀 기습시위 ... "바다가 썩고 있다"
[발행인시평] '촛불'의 미래, '확증편향'의 감옥에서 나올 때 가능하다
[발행인시평] 삼나무 잘려나간 비자림로 ... 무얼로 채울 것인가?
제이누리 사이트맵
제이누리  |  제이누리 소개광고및제휴안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원노형5길 28(엘리시아 아파트 상가건물 6층)  |  전화 : 064)748-3883  |  팩스 : 064)748-3882
사업자등록번호 : 616-81-88659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제주 아-01032  |  등록년월일 : 2011.9.16
제호 : 제이누리 2011.11.2 창간  |  발행/편집인 : 양성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성철
Copyright 2011 제이앤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nuri@j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