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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체감되지 않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은 2018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1000달러를 웃돈 것으로 추정된다고 22일 밝혔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3만 달러를 넘은 나라는 23개국. 그중 인구 5000만명 이상이면서 소득 3만 달러 이상인 국가는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6개국이다. 이제 한국은 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인 ‘30-50 클럽’의 7번째 멤버로 등극한다.

 

소득 3만 달러는 선진국 진입 지표로 통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가운데 30-50 클럽에 가입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것도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이룬 것이다. 하지만 설 차례상에서 이를 이야깃거리로 삼을 집이 몇이나 될까. 반가운 소식이지만 실감하기 어렵다. 경제상황 돌아가는 것을 보면 기뻐할 수만도 없다.

 

3만 달러 달성이 왜 체감되지 않을까. 3만 달러면 원화로 3300만원이 넘는 돈이다. 3인 가족이라면 연간소득이 얼추 1억원이다. 그런데 이는 국민총소득을 가계소득으로만 잘못 알고 따진 결과다.

 

국민총소득은 가계소득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소득도 포함한다. 2017년 기준 국민총소득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61.3%. 그 다음 기업 비중이 24.5%, 정부 비중 14.1%였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안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팔아서 번 이익과 정부가 거둔 세금도 들어있다.

 

한국 경제는 국민소득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보다 적다. 미국(79%), 영국(75.2%), 독일(73%)과 비교해도 그렇고, OECD 평균(64.7%)보다도 낮다. 같은 3만 달러 소득이라도 한국 국민의 삶의 질이 선진국보다 떨어진다는 의미다. 더구나 우리나라 국민소득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지는 추세다. 2015년 62.3%였던 것이 2년 새 1%포인트 하락했다.

 

환율효과도 감안해야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에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더하고,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뺀 금액을 달러화로 환산한 것이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이 달러당 1130원에서 1101원으로 원화가치가 올라갔으니 달러화 표시 1인당 GNI는 원화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하는 효과를 낸다.

 

또 1인당 소득은 평균이지 모든 국민이 그 정도로 풍족한 삶을 누린다는 게 아니다. 연봉이 1억원이 넘는 대기업 정규직이라면 몰라도 겨우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이나 시간제 알바에겐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 통계를 보면 상위 20% 가구는 월평균 소득이 974만원인 반면 하위 20%는 132만원에 머물렀다. 게다가 상위 20% 소득이 8.8% 증가한 가운데 하위 20% 소득은 7% 감소해 빈부격차는 더 벌어졌다.

 

소득 1만 달러(1994년)에서 2만 달러(2006년),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2018년)를 넘어서는데 12년씩 걸렸는데 4만 달러 돌파에는 얼마나 걸릴까.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이 길이 결코 순탄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7%로 6년 만에 최저치다.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떠받쳤지만,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후퇴한 결과다. 한국 경제의 기관차인 수출이 올 들어 10% 넘게 감소 추세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중국의 성장률이 주춤하고 있다. 미국의 성장세 둔화와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논란 등 대외여건이 불안정하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을 2.6%로 또 낮췄는데 이마저 장담 못한다.

 

3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4만 달러 시대가 그냥 올 리 없다. 일본은 3만 달러에 진입한 1990년대 초부터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우리보다 소득이 1만 달러 높았던 스페인은 2만 달러대로 주저앉았다.

 

미국과 독일ㆍ북유럽 등 3만 달러 고비를 잘 넘긴 국가들의 성공 키워드는 규제완화, 구조개혁, 성장동력 창출 등이다. 반면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 등은 구조개혁을 외면하고 재정 관리를 소홀히 하다가 3만 달러를 돌파한 뒤 후퇴했다.

 

4만 달러 시대를 열려면 먼저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제도와 행동양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체질의 근본적 개선이 요구된다. 고비용 저효율의 산업구조를 깨고,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도 절실하다.

 

정치.사회 환경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처럼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아야 한다. 사회적으로 신뢰자본을 축적하는 것도 긴요하다. 2만 달러 시대의 구태를 걷어차지 않는 한 4만 달러 달성 염원은 희망 고문에 그칠 수 있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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