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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서울사람의 제주느낌표(!)
島와 道 ... 관광지 ‘섬(島)'과 대한민국의 한 ‘지역(道)’[서울사람의 제주 느낌표(3)] 관광은 제주도민이 살아가는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
박헌정  |  portugal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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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4  09: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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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사람에게 제주는 늘 ‘설레고 즐겁고 기뻐야만’ 할 것 같은 공간이다. 그러니 매번 그 감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10여 년 전부터 제주에 ‘꽂혀’ 일년에 적게는 두어 번, 많게는 대여섯 번 정도 다니다 보니 제주에 대한 잡다한 지식이 꽤 쌓인다. 그런데 내가 제주에 대해 좀 안다고 생각하는 주변 지인들이 내게 묻는 것은 항상 정해져 있다. “제주도에선 뭘 먹어야 하느냐?”다. 사실 나도 잘 모른다. 예전에는 잘 안다고 생각해서 신나게 떠들어댔는데 제주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모르겠다.

‘제주의 전통음식을 묻는 건가?’ 싶어 이것저것 알려주다 보면 좀 이상한 생각이 든다. 만일 제주에 세계 최고의 스파게티나 스테이크 전문점이 있다면 어떡해야 하나? 이미 외지인에게는 ‘마라도=짜장면’ 아닌가. 나는 마라도 짜장면을 먹어보지 않았지만 사람들 말로는 특별한 맛은 아니라고들 한다. 그래도 거기 가면 꼭 먹어봐야 할 것 같은 느낌, 그게 바로 ‘문화’로 자리잡은 것이다.

사실 ‘제주에서는 제주 전통음식’, 이것부터가 고정관념이다. 제주도민들은 설렁탕, 냉면, 삼겹살 같은 건 먹지 않고 늘 몸국, 성게국, 오겹살만 먹을까?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아직까지 나를 포함한 외지인의 머리 속에 제주도는 관광지로서의 ‘섬(島)’이라는 느낌뿐이고 대한민국의 한 ‘지역(道)’, ‘삶이 있는 고장’이라는 개념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제주도는 ‘놀러’ 가고 휴가 가는 곳이지, 전주, 대구, 부산, 강릉처럼 뭔가 ‘일’이 있어 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다. 일 때문에 출장 가더라도 제주로 간다고 하면 “오, 좋겠네!” 한다. 그리고 제주에서는 꼭 뭔가를 해봐야 한다. 바쁜 출장 일정 중에도 바닷가에서 회를 한 접시 먹든지 카페에서 아련한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커피잔이라도 찍어올려야 한다.

   
▲ 제주를 찾는 횟수가 늘수록 삶의 고단한 모습이 들어온다. 아무리 멋지고 여유롭고 낙원 같은 곳이라도 생활의 모습은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젊은 아빠들은 참 대단하다. 짧은 휴가기간 동안 렌터카를 빌려 가족을 태우고 섭지코지에서 협재해변으로, 다시 서귀포 올레시장으로, 김녕 미로공원으로, 모슬포와 마라도로 ‘날아’다닌다. 이 동선을 연결해보면 선 하나 부족한 별(★) 모양이다.

한 마디로 짧은 시간 안에 여행지 제주의 모든 것을 다 빨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낭만의 여행지이니까. 그런데 나는 외지인에게 제주가 관광지만이 아닌, 뭔가 ‘생활’이 있는 곳이라는 느낌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제주도는 제주도민이 생활하는 근거지이고 그 살아가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관광 아닌가.

서울 사람들은 제주도에 왔다가 비를 한번 만나보면 제주에서 얼마나 할 일이 없는지 실감한다. 실내공간이 적다는 건 인공적인 콘텐츠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박물관, 수족관, 기념관처럼 뭔가를 교육하고 감상할 공간은 많다. 그러나 역시 ‘관광산업’의 연장선이다.

어떤 의도와 목적도 없이 편안하게 문화를 공유할 곳이 많으면 좋겠는데 들어갈 곳은 식당과 카페뿐이다. 신제주 안으로 들어오면 좀 낫지만 머리 속에 ‘관광지’만 가득한 외지인이 시내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 박헌정 수필가

비현실적이고 허황된 큰 기대를 하면 안 되지만 제주는 관광이라는 한정된 이미지에서 종합적인 이미지로 확장되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외지인이 제주에 와서 꼭 제주 음식만이 아니라 피자와 설렁탕 맛집을 기억해야 하고 제주도에는 관광업자뿐 아니라 제주 사람이 산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더 다양한 매력이 필요하다. ‘삶’이 빠져선 불가능하다. 계속 제주의 생활과 분리된 관광산업만 눈에 보이니 외지인들은 “비싼 제주도에 가느니 차라리 동남아가 훨씬 싸고 좋다”고 하지 않는가. 섬(島)이냐 행정구역(道)이냐, 나는 외지인으로서 조심스럽게 제주도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박헌정은?
= 서울생.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현대자동차, 코리안리재보험 등에서 25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50세에 명퇴금을 챙겨 조기 은퇴하고, 책 읽고, 글 쓰고, 여행하는 건달이자 선비의 삶을 현실화했다. 공식직함은 수필가다. 은퇴 후 도시에 뿌리 박혀버린 중년의 반복적이고 무기력한 삶에 저항하기로 했다. 20대는 돈이 없어 못하고, 30-40대는 시간이 없어 못하고, 60대는 힘과 정보가 없어 못하던 일들, 꿈만 같지만 결코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야 할 일들, 50대의 전성기인 그가 그 실험에 도전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인생 환승을 앞둔 선후배들과 공유한다. 직장생활 중 대부분을 차지한 기획, 홍보 등 관리부서 근무경험을 토대로 <입사부터 적응까지(e-book)>를 썼다. 현재 중앙일보에 <박헌정의 원초적 놀기 본능>을 연재 중이다.
   
▲ 서울 사람에게 제주는 늘 ‘설레고 즐겁고 기뻐야만’ 할 것 같은 공간이다. 그러니 매번 그 감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 서울 사람에게 제주는 늘 ‘설레고 즐겁고 기뻐야만’ 할 것 같은 공간이다. 그러니 매번 그 감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 제주를 찾는 횟수가 늘수록 삶의 고단한 모습이 들어온다. 아무리 멋지고 여유롭고 낙원 같은 곳이라도 생활의 모습은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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