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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별리고와 원증회고 ...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원망하는 사람과 만나는 고통

 

법구경에 쓰인 고통에 관한 글 중 원증회고와 애별리고가 유독 떠오르는 요즈음이다. 원망하고 증오하는 사람들을 만들지 않기 위해 요사이 나는 더욱 배려하고 경청하려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려 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자식들과 같이 살지 못하는 데서 오는 허전함을 달래려 고향을 자주 찾는다.

 

사랑하는 부모와 형제, 자식들도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 오리니, 평소 이별 연습하듯 살라는 교훈으로 삼으라는 금언이 바로 애별리고이다. 원망하고 증오하는 사람들과도 언젠가는 다시 만나는 고통이 원증회고이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바로 내가 평소 미워하고 원망하고 증오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만나는 만큼의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스트레스가 새로운 질병으로 활개 치는 세상이다. 인생의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원망하고 증오하는 사람들을 만들지 말라. 이것이 원증회고가 주는 교훈이다.

 

이 글들을 만나기 전에 나는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과 살고 있다는 허무함과 자괴감을 갖고 있었다. 매사에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는, 정처 없는 세상을 살았다. 나를 에워싼 원망하는 사람들속에는 가장 가까워야 할 부모형제 자매도 있다고 여겼다.

 

그러다 나는 가족들과의 불화로 심장이 멈출 듯한 가슴앓이 병을 맛보아야 했다. 화병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임을 터득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자그마한 마음의 병이 자신을 죽일 수도 있는 살인의 중병으로 키울 수 있음을.

 

그 이후 나는 내가 먼저 마음을 비우는 길을 찾으려 했다. 수상불여(手相不如) 관상(觀相)이고, 관상불여 심상(心相)이고, 심상불여 용심(用心)이라는 문자도 만났다. 풀이한다면, 손금이 아무리 번듯해도 얼굴만큼 못하고, 얼굴이 아무리 잘 나도 마음만 하지 못할 것이고, 마음이 아무리 고와도 용심 즉 마음먹은 바를 행하는 만큼 하지 못한다라는 의미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처럼 힘든 일이 또 있을까. 어울려 사는 세상살이에서 서로 마음을 도닥여주고 어루만져준다면 더욱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며칠 전 고향 인근에서 죽마고우들이 부인들과 함께 모였다. 해녀출신인 친구 부인이 들려 준 물질 이야기는 상생이 어떠해야 함을 바다가 암시한 일화이기에 여기 소개한다.

 

몇 년 전 서귀포 어느 어촌에 사는 젊은 해녀가 깊은 바다에서 고기 중에 고기인 커다란 다금바리를 발견한다. 다가가도 좀처럼 달아나려 하지 않는 다금바리를 쉽게 포획하고는 망살이에 담고 뭍으로 나왔다.

 

용왕이 보낸 물고기라 여긴 해녀들은 이구동성으로 해녀들의 불문율을 들려준다. 다금바리 고기를 파는 것 대신에 골고루 나눠 먹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문율을 이해 못하는, 제주출신이 아닌 시어머니는 25kg이 넘는 다금바리를 내다팔았다. 그리고 다금바리를 잡은 해녀는 1주일 후 바다에서 변사체로 떠올랐다.

 

해녀는 바다의 불문율을 이해 못하는 시어머니에 대한 묘한 감정을 갖고 물질을 해야 했을 것이다. 물 아래에서도 해녀들의 불문율을 어겼다는 일종의 원초적인 죄의식이 자기를 누르는 것을 이겨 내지 못했을 것이다. 바다에서 해녀들이 건져 올리는 것은 해산물 만이 아니라 원초적인 상생의 예지도 망살이 속에 있음을 알려준 금언이기도 했다.

 

마음의 빚이 있다면 갚아야 할 것이다. 부모에게 영원히 갚아도 모자랄 빚도 자식에게 평생 쏟아야 할 사랑도 모두 마음의 빚일 것이다. 하지만 가족에게만 머물러서는 가족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보다 큰 사랑은 바로 우리의 이웃들에게 관심과 인간적 지원을 보내려는 마음이다. 제주선인들에게 빚진 마음으로 현대를 살아가려는 마음이 바로 그런 마음이 아닐까 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문영택은?
= 4.3 유족인 부모 슬하에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구좌중앙초·제주제일중·제주제일고·공주사범대·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프랑스어교육 전공)을 졸업했다. 고산상고(현 한국뷰티고), 제주일고, 제주중앙여고, 서귀포여고, 서귀포고, 애월고 등 교사를 역임했다. 제주도교육청, 탐라교육원, 제주시교육청 파견교사, 교육연구사, 장학사, 교육연구관, 장학관, 중문고 교감, 한림공고 교장, 우도초·중 교장,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한수풀역사순례길' 개장을 선도 했고, 순례길 안내서를 발간·보급했다. 1997년 자유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수필집 《무화과 모정》, 《탐라로 떠나는 역사문화기행》을 펴냈다. 2016년 '제주 정체성 교육에 앞장 서는 섬마을 교장선생님' 공적으로 스승의 날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2018년 2월 40여년 몸담았던 교직생활을 떠나 향토해설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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