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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람의 제주 느낌표(8)] 제주시의 숨은 명소 제주대 캠퍼스

 

후배가 교수로 있는 제주대에 가봤다. 작은 학교인 줄 알았는데 캠퍼스가 매우 넓고 쾌적했다. 제주의 대학캠퍼스 방문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제주도 곳곳을 다녀봤지만 인터넷에서 제주대를 찾아가보라는 내용은 본 적 없다.

 

제주분들은 “거기 뭐가 있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도시에 살다 보면 넓고 여유로운 공간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여행가인 나로서는 뭔가 느낌이 있는 곳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 남다르다.

 

바깥에서 근사한 식사를 대접해주려는 후배한테 캠퍼스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교수식당에서 점심을 사달라고 했다. 몸국과 돔배고기를 맛있게 먹고 앞 건물 라운지에서 커피까지 여유롭게 마셨다. 제주도의 이런 장소도 여행 온 외지인들이 와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로운 매력이 넘치는 코스다.

 

‘여행 콘텐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젊은 세대들의 여행은 자연물 감상 대신 편안한 휴식과 색다른 공간에서의 색다른 느낌을 따라간다. 그들이 찾는 곳을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면 ‘대체 저기에 왜 갈까?’ 싶다. 기껏 비행기 타고 날아와서 실내카페에 들어가 커피 마시며 앉아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감각은 다르다. 서울 홍대 앞은 사람이 많으니 더 찾아가고, 전주 한옥마을은 한복 입어보려고 간다. 제주는 예쁜 카페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다. 어차피 여행은 추억을 남기는 것, 그 과정과 방법이 기성세대와 다를 뿐 지향점이 같다. 그래서 요즘 세대들이 여행에서 빼놓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스마트폰과 커피다.

 

서울 신촌의 이화여대를 찾는 중국 관광객이 많다. 이화(梨花)의 중국식 발음이 ‘이익이 생긴다’는 리파(利發)와 비슷하다는, 우리에게는 별로 와닿지도 않는 이유로 캠퍼스에 들어와 사진 찍고 구경하고 심지어 수업중인 강의실까지 들어온단다.

 

그런데 제주대학교도 그런 식으로 외부인의 이목을 끌 수 없을까? 수업을 방해 받으라는 게 아니라 ‘공간’으로서 말이다. 평화롭고 아늑한 캠퍼스를 즐기고 학생식당이나 교수식당에서 맛있는 밥도 사먹고 교수들로부터 뭔가 쉽고 재미있는 강연 같은 것도 들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말 하면 제주대 교수들이 가뜩이나 일도 많은데 무슨 소리냐고 따질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더 확장되면 컨벤션 산업이다. 국제회의나 박람회, 학술행사 같은 컨벤션 산업이 이벤트, 관광, 숙박, 식음료까지 포괄하는, ‘굴뚝 없는 황금산업’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지자체마다 이벤트를 유치하려고 경쟁하고 제주에도 중문의 컨벤션 센터와 훌륭한 호텔들이 매우 많다.

 

그런데 그런 대규모 시설들은 별다른 준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온 일반인에게는 문턱이 높다. 특별한 기회에 일정한 자격이 있어야 가는 곳이다. 가볍고 부담 없이 참가해서 강연 듣고 둘러보고 머리도 식힐 수 있는 ‘경량급’ 컨벤션 행사도 창출될 여지가 충분히 있지 않을까.

 

학교의 가장 안쪽에 ‘골프아카데미’란 게 있다. 제주시민 대상으로 운영하는 것 같다. 서울의 골프 매니아들을 유치해도 좋을 것 같다. 지도자 있겠다, 기숙사도 있겠다, 대학의 권위까지 있겠다… 잘 연습시켜주고 수료식에서 골프장 사장님들이 박수 치는 가운데 총장님 명의로 금박 박은 수료증 한 장씩 나눠주면 잘 되겠다는 상상도 해본다. 남의 동네에 와서 오지랖이 너무 넓은가? 그냥 좋고 부러워서 하는 말이다.

 

박헌정은?
= 서울생.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현대자동차, 코리안리재보험 등에서 25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50세에 명퇴금을 챙겨 조기 은퇴하고, 책 읽고, 글 쓰고, 여행하는 건달이자 선비의 삶을 현실화했다. 공식직함은 수필가다. 은퇴 후 도시에 뿌리 박혀버린 중년의 반복적이고 무기력한 삶에 저항하기로 했다. 20대는 돈이 없어 못하고, 30-40대는 시간이 없어 못하고, 60대는 힘과 정보가 없어 못하던 일들, 꿈만 같지만 결코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야 할 일들, 50대의 전성기인 그가 그 실험에 도전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인생 환승을 앞둔 선후배들과 공유한다. 직장생활 중 대부분을 차지한 기획, 홍보 등 관리부서 근무경험을 토대로 <입사부터 적응까지(e-book)>를 썼다. 현재 중앙일보에 <박헌정의 원초적 놀기 본능>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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