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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스런 소나무가 있는 영송원(靈松園)을 거닐며 ... 인생무상

 

1980년대 뿌리가 앙상하게 드러난 채로 근처의 계곡 주변에서 발견된 소나무가 보호 차원에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2백년 이상 나이를 먹음직한 이 소나무를 신령스러운 소나무란 뜻으로 영송이라 부른다. 이러한 사연으로 탐라교육원 정원 이름도 영송원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곳에는 기품 있는 소나무들이 수석과 벗하고 있는데, 다른 소나무들이 서서 자나 이 소나무는 누워 잔다. 그래서 영송을 누운 소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제주도에는 제2횡단도로변과 이곳에 단 2 그루만의 영송이 있다 한다.

 

전설에 의하면 한라산 신령이 타고 다니던 사슴이 죽자, 산신은 사슴의 넋을 달래다 그만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그렇게 아끼던 사슴이 신령님 옆에 와서 드러눕는 게 아닌가. 반가운 나머지 산신은 사슴의 등을 한없이 쓰다듬어 주었다.

 

다음 날 그 자리엔 사슴 대신 한 그루 소나무가 누워있었다. 사슴이 환생한 것으로 여긴 산신은 밤마다 찾아와 사슴을 대하듯 쓰다듬어주었단다. 그래서인지 소나무는 위로 자라는 대신 옆으로 가지를 키워댔다. 사람들은 서로 의지하며 자라는 이 소나무를 사슴 소나무라고도 부른다.

 

명산에 명석 난다는 말처럼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 주변은 돌과 나무의 어울림으로 향기롭다. 탐라계곡 근처에는 특이한 자연석과 나무들이 흩어져 있는데, 그중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린 나무가 있다. 필자는 이 나무를 ‘의지의 나무’라 부른다.

 

뿌리 내린 나무는 바위를 반쪽내기에 이르렀다. 세월의 풍파를 같이 지켜보며 더불어 삶을 나누는 나무에게서 삶의 의지를 배우고, 바위의 아픔에서 인내와 상생(相生)의 지혜를 배운다. 4계절 모습이 뚜렷한 이 곳은 필자에게는 인생의 길목과 같은 곳이었다.

 

녹담만설의 계절에 필자는 이곳에 부임하고 물러나기도 했다. 눈꽃이 지고 나니 동백이 이내 꽃망울을 키우더라. 아이들을 기다리다 그랬을까, 외로움에 붉게 타버린 슬픔을 토하듯 무수한 동백꽃이 피었다 지고, 목련이 순백색의 꽃망울을 터뜨린다. 이어 벚꽃이 화사하게 옷단장을 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던가.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은 권력의 속성뿐만 아니라 인생무상을 표현하기도 한다. 정년 퇴임을 앞둔 필자에겐 이곳 탐라교육원은 인생무상과 함께 보이지 않은 탐라의 역사를 비추어준 운명의 별인 셈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문영택은?
= 4.3 유족인 부모 슬하에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구좌중앙초·제주제일중·제주제일고·공주사범대·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프랑스어교육 전공)을 졸업했다. 고산상고(현 한국뷰티고), 제주일고, 제주중앙여고, 서귀포여고, 서귀포고, 애월고 등 교사를 역임했다. 제주도교육청, 탐라교육원, 제주시교육청 파견교사, 교육연구사, 장학사, 교육연구관, 장학관, 중문고 교감, 한림공고 교장, 우도초·중 교장,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한수풀역사순례길' 개장을 선도 했고, 순례길 안내서를 발간·보급했다. 1997년 자유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수필집 《무화과 모정》, 《탐라로 떠나는 역사문화기행》을 펴냈다. 2016년 '제주 정체성 교육에 앞장 서는 섬마을 교장선생님' 공적으로 스승의 날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2018년 2월 40여년 몸담았던 교직생활을 떠나 향토해설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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