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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 발동 이후

 

일본이 4일부터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동했다. 대상은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제조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ㆍ부품이다. 청와대 정책실장 설명대로 ‘일본에서만 수입하는, 우리가 가장 아프다고 느낄 1~3번을 짚었다’고 하니 일본이 마음먹고 한국의 급소를 찌른 셈이다.

 

한국으로선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지난해 일본에서 들여온 규제 대상 3개 품목 수입액은 4500억원 정도이지만, 이로 인해 발목이 잡히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수출액만 176조원이 넘는다. 일본의 이들 소재 세계시장 점유율이 70~90%여서 대체 수입처 찾기도 쉽지 않다.

 

경제보복 조치까지 동원하며 한일 양국이 정면충돌한 것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 벌어진 비상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규제에 나선 것은 치졸한 행위다. 그렇더라도 우리 정부의 대응 자세는 무책임하고 답답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료들이 대책을 마련한다며 피해업체 임원들을 불러놓고 “일본에 지사가 있는데 사전 동향을 파악하지 못했느냐”고 몰아세웠다. 지난 6월 말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보복 조치가 있을 경우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답변했던 외교부 장관은 정작 보복이 시작되자 “상황을 보면서 연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문제가 불거진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양측 입장은 강경 일변도다. 일본 정부는 다음 대항 조치로 군사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 허가신청을 면제하는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경우 탄소섬유나 공작기계 등이 수출규제 품목에 오른다. 정면 대응을 자제하던 한국 청와대도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WTO(세계무역기구) 규범과 국제법을 위반한 보복적 성격의 수출규제’로 규정했다.

 

한일 양국은 더 이상의 경제보복 조치와 감정적인 맞대응을 자제하고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양국 정부는 정치충돌의 파편을 기업들이 무방비로 받지 않도록 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일본의 7ㆍ4 수출규제 발동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만 어려워지는 게 아니다. 문제의 소재ㆍ부품을 생산하는 곳은 물론 다른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들까지 일본 기업들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보는 부메랑이 된다.

 

사태가 장기화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문제의 3개 소재ㆍ부품을 조달하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유리기판 등 다른 소재나 부품을 만드는 일본 기업들의 수출도 감소한다. 한국 반도체산업의 설비투자가 위축되면 일본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도 줄어든다. 또 한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일본 전기ㆍ전자 업체들이 컴퓨터 제조 등에 사용하는 현실에서 일본 기업들이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사실상 금수禁輸 조치는 한일 양국 기업들을 함께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다. 그에 따른 반사이익은 여러 제조업 분야에서 제품 경쟁력과 기술력에서 경쟁 관계인 중국이 누리게 될 것이다.

 

어느 나라든 생산의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소재나 부품 전부를 국내에서 조달하지 않는다. 세계 각국에서 품질이 뛰어나고 가격도 합리적인 소재와 부품을 찾아 수입하는 전문화ㆍ분업화가 일반화돼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기술력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한국과 일본은 부품과 제품을 서로 공급하는 밀접한 관계다. 교역규모나 여행객 왕래로도 양국은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사이다. 이를 선거에서의 승리 등 정치적 목적과 특정 정치지도자의 욕심이나 오판으로 망가뜨리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행위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한국에서 반일反日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일본제품 불매 및 판매중지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지금 서로 싸울 때가 아니다. 오히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재추진하거나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을 통해 경제교류를 확대할 때다.

 

오해와 불신이 더 깊어지기 전에 양국 지도자가 조속히 만나 대화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행한 날, 한국을 대표하는 K-팝 그룹 방탄소년단이 일본에서 낸 싱글로 오리콘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양국 정부는 두 나라 국민, 특히 젊은층을 생각해 미래지향적 사고로 전환해야 마땅하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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