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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 남구명 제주판관이 본 제주마의 특징 ... 지각이 있는 말의 성품

 

제주는 말의 고장이다. 말의 성품에는 지각이 있는 듯하다. 마장 마술에서 보듯 동물 중 유일하게 인간과 함께 (하계)올림픽 종목에 참가하는 동물이 말이다. 그만큼 사람과 생사고락을 같이 해 온 동물인 셈이다.

 

다음은 제주판관을 3년여 지낸 우암 남구명(1661-1719)이 쓴 마설(馬說)의 일부이다.

 

한라산은 방성(房星)이 주관하도록 나눠진 들이다. 그러므로 말을 길러 늘어나게 하는 것이 익주(冀州: 중국의 말 생산지)의 북쪽에 견줄 수 있다. 여기에는 두 종류가 있으니, 완종(宛種)이라고 불리는 것은 원나라 사람이 말을 기를적에 가지고 와서 풀어놓은 완마(宛馬: 西域에서 생산된 말)에게서 씨를 받은 것이다.

 

용마 또는 용종(龍種)이라고 불리는 것은 진용(眞龍)이 내려와서 암말과 교접하여 새끼를 낳아 길러진 것이다. 특별히 산 위에 떼를 지어 사는 것들을 산마(山馬)라고 하는데 오래도록 깊은 산의 안개와 구름 속에 살며 여러 차례 용과 교접을 가졌으므로 그 종류는 털이 곱슬곱슬하고 색은 얼룩점이 많아서 골격의 모양도 또한 뭇 품종과는 다르다고 한다.

 

무릇 말의 성품이 자못 지각이 있는 듯하다. 지금 각 둔마장에서 움직이고 멈추는 것을 살펴보면 말들에게는 기강과 법도가 있는 듯 하다.

 

수말 중에 근육과 골격이 장대하고 실팍하나 흉한 허물이 있어서 진상하는 데 합당하지 못한 것들을 둔마장에 풀어놓아 종자를 얻는 자용(資用)으로 쓰니, 말 장부에 파부마(把夫馬)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강한 놈은 암말을 백 마리 넘게 거느리고 다음 것은 칠팔십 마리이고 약한 것은 삼사십 마리를 거느린다. 봄이 되어 새끼를 가질 계절이 되면 파무마와 암말이 서로 꾀는데 나이 많은 것에서 나이 적은 것에 이르도록 차례로 교접하여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차례 서로 교접을 치룬 뒤에 새끼를 가진 것은 놓아두고 새끼를 갖지 못한 것과 교접을 하는데 공평하고 고르게 하는 것이 마치 청음과 같았다. 그러므로 수말은 좋아하고 미워하는 사사로움이 없고 암말은 다투고 질투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 매우 특이하다.

 

내가 말을 점검하기 위하여 여러 차례 목장을 다니면서 말똥이 우뚝하게 높이 쌓여 시루를 엎어 놓은 모양인 것을 보고, 아마도 목장을 관리하는 자들의 한 일이거니 여겼다. 시험 삼아 물었더니 ‘파부마가 한 곳을 정해서 똥을 싸 놓고 몇 걸음을 물러나면 한 무리의 암말들이 차례로 나아가서 차례로 변을 누워서 조금도 다른 곳에 흩어지게 하지 않고 아래로 한 살짜리 망아지들도 어미의 하는 것을 배워서 앞뒤로 흩어놓지 않습니다.’하였다.

 

겨울에 눈이 깊이 쌓이게 되면 목자들은 말이 굶주리는 것을 근심하여 미리 풀과 꼴을 마련하여 산처럼 쌓아 놓는다. 말떼가 먹이를 먹을 때에도 파부마가 먼저 한 단을 뽑아내면 암말의 무리와 망아지들이 머리를 숙이고 빙 둘러서서 한 개의 풀줄기와 한 조각 잎사귀도 깨끗이 먹었다. 그런 뒤에 다시 한 단을 뽑아내어 나누어 먹는 것이 한결같아서 감히 먼저 뽑아내려 하여 다투어 밟거나 흩어놓지 않으니 기율이 이와 같았다.

 

그 외에도 자거나 움직이거나 마시고 복종하는 일에도 하나같이 파부마의 지휘에 따랐다. 그러므로 섬에서는 ‘열 목자가 한 파부마만도 못하다.’라는 말이 있으니, 모여서 함께 생활하지만 산만하거나 게으르지 않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무릇 말은 한낱 혼미한 물건이다(夫馬不過冥然一物). 세상에서 한 아내와 대여섯 첩을 거느린 자들이 능히 이 말과 같이 할 수 있다면 잘한다고 할 것이다. 삼군의 대장이나 각 진영의 지휘관들이 병졸들을 교련하여 군대를 이끄는데 아끼고 미워함을 하나같이 하고 나아가고 물러남을 고르게 하며 주리고 배부름을 함께 하려 한다면, 역시 마땅히 이들의 기율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198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마는, 이젠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더욱 각광받는 귀하신 몸이 되었다. 서귀산업과학고의 말과 관련한 마필과 신설과 제주대학교의 말학교(Jeju Horse School) 신설에서 보듯, 말과 관련한 산업이 제주의 미래 산업으로 부상하리라 예상된다.

 

제주 도처에서 말과 함께 자연과 자원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공간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숙제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은 것을 보는 능력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과거의 말의 고장 제주에서 엿보고자 했다. 제주마여, 제주와 함께 영원 하라!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문영택은?
= 4.3 유족인 부모 슬하에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구좌중앙초·제주제일중·제주제일고·공주사범대·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프랑스어교육 전공)을 졸업했다. 고산상고(현 한국뷰티고), 제주일고, 제주중앙여고, 서귀포여고, 서귀포고, 애월고 등 교사를 역임했다. 제주도교육청, 탐라교육원, 제주시교육청 파견교사, 교육연구사, 장학사, 교육연구관, 장학관, 중문고 교감, 한림공고 교장, 우도초·중 교장,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한수풀역사순례길' 개장을 선도 했고, 순례길 안내서를 발간·보급했다. 1997년 자유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수필집 《무화과 모정》, 《탐라로 떠나는 역사문화기행》을 펴냈다. 2016년 '제주 정체성 교육에 앞장 서는 섬마을 교장선생님' 공적으로 스승의 날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2018년 2월 40여년 몸담았던 교직생활을 떠나 향토해설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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