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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현안과 이슈 집어삼키는 ‘조국 블랙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다.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 조 후보자 가족은 사모펀드에 재산총액을 넘는 74억원을 약정하고 10억여원을 투자했다. 이 펀드는 어느 중소기업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고, 그 뒤 이 기업의 관급공사 수주가 크게 늘었다.

 

또 부친이 운영하던 사학재단을 자식들이 물려받으면서 빚은 말소하고 채권만 받으면서 상속세는 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부친과 동생이 운영하던 회사의 학교 공사 수주와 부도 및 청산, 새 회사 설립과 재단 상대 소송 등 일반인들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절차를 거쳤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우 민감해하는 교육 관련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후보자의 딸은 단 한번의 필기시험 없이 특별전형으로 일류대학과 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갔다. 고교 2학년생이 대학에서 딱 2주 인턴을 하고선 영어 의학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스펙을 대학입시 때 자기소개서에 적었다.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면서 두차례 유급했는데도 6학기 내내 장학금을 받았다.

 

잇따라 제기되는 갖가지 의혹들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간 경제전쟁 등 산적한 현안과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은 조국 후보자 감싸기로 일관하며 국민을 실망시켰다. ‘조로남불’ ‘조유라’ 등 박근혜 정부 시절 최순실ㆍ정유라의 입시부정 사건과 비교하는 자조와 한탄이 확산됐다.

 

후보자의 딸이 다닌 대학에 6년 전 박근혜 정부 시절 나붙었던 것을 리바이벌한 ‘그래서, 안녕들 하십니까’란 제목의 대자보가 다시 등장했다. 젊은 대학생들은 촛불집회를 열었다. 딸의 부정입학 의혹을 ‘가짜 뉴스’라고 항변하던 조 후보자가 부인과 자녀 명의 사모펀드를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친 등 가족이 운영해온 사학재단도 국가나 공익재단에 넘기고 손을 떼겠다고 했다.

 

조국 후보자가 누군가. 교수 시절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날카롭게 의견을 피력했던 진보 성향 학자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하다가 검찰 및 사법 개혁을 이뤄낼 적임자로 지목됐다. 이런 인물이 기득권에 물든 인사로 비치자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항의하며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상처를 받았다.

 

국민들은 조 후보자 주변의 비상식적 행적과 상식적 기준을 못 본 척하는 여권의 행태에 낙담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묻지마식 조 후보자 엄호 기준이라면 실정법 위반이 아닌 한 정치공세다. 과거 정권의 적폐에 높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댔던 것과 부합하지 않는다. 합리적 의심에 근거한 언론 보도를 ‘가짜 뉴스’로 몰아세우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다. 이미 의혹 수준이 아닌 사실로 드러난 것들만 해도 민심의 이반은 심각하다.

 

 

'조국 후폭풍’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가 다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특히 20대 젊은층과 문 대통령의 고향인 PK(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경제, 고용노동, 복지, 교육, 대북, 외교, 국방 정책과 공직자 인사 등 8개 분야로 나눠 평가할 때 공직자 인사가 가장 낮은 점수(24%)를 받았다. 복지 분야만 긍정평가(52%)가 우세했고, 나머지 7개 분야 모두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다.

 

정치권의 비상식적 행태는 국민의 정치혐오를 가중시킨다. 민주당의 조국 엄호에는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검찰개혁이 좌초되고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는 것 같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9월 초 청문회 개최와 국무총리 청문회보다 하루 많은 ‘3일 청문회’를 주장하는 것은 추석 민심 잡기를 의식한 제스처로 보인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정치공학적 계산을 멈추고 법이 정한 기일(8월 30일) 안에 청문회를 열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ㆍGSOMIA) 종료 문제로 한일 양국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조국 청문회’로 아웅다웅할 때가 아니다.

 

다시 대학가에 붙은 대자보는 이렇게 울부짖는다. “촛불로 쌓아올린 세상이 한걸음쯤 나아갔다고 믿었는데…, 다를 바 없는 것 같다”고. ‘아버지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란 제목의 대자보도 붙었다. 정치권과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만들 책무가 있다. 국민은 그저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길 바란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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