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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중의 [프로빈셜 홀(Provincial Hall)(4)] 시련의 시작 ... 멧돼지들의 테러

이 소설은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어두운 세력들이 전국의 지방정치를 장악해 온갖 이권개입과 탐욕으로 얼룩지는 가운데 제왕적 권력을 장악한 프로빈스의 총독(Governor)과 그 추종 세력들의 행태를 담고 있다. 그들은 조배죽 혹은 십상시(十常侍) 무리들이다.

 

주인공 김철수는 가상인물이다. 프로빈스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그들의 집중공격으로 무려 20여년간 수천길 벼랑 끝, 한 순간을 버티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할 위치에 서 있었다. 주인공의 육체는 이미 완전히 부서져 버려 하루살이처럼 연명하면서도 희미하게 남은 정신에 의지하며 떼거지로 무지막지하게 덤벼드는 조배죽과 십상시들을 상대로 그냥 그렇게 버티는 수밖에 없던 신세였다.

 

1대 100, 승산 없는 싸움, 김철수는 최후의 결사항전을 준비한다. 주인공과 프로빈스의 운명이 걸려 있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사건들은 실제와 같이 묘사되어 있으나 모두 픽션이다. [편집자 주]

 

 

도전

 

김철수는 젊었을 때 고등고시를 보기 위하여 공부를 하였으나 영어 때문에 실패했다. 다시 도전하고자 영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토플' 책 한권을 3년이 넘게 공부했다. 책 표지에 비닐이 벗겨지고 너덜거려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자 그 책을 다시 새로 구입하여 복습을 반복하면서 책 한권을 통째로 머리에 주입했다.

 

두껍고 어려운 법률서적들을 반복하며 읽어 나갔다. 그렇게 치열하게 하였던 공부는 10여 년이 지나면서 기억이 다 지워져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도지사가 공무원들에게 해외유학의 기회를 열어놓자 도전하기로 결심을 했다. 오래 전에 손때가 시커멓게 묻은 토플 서적과 법률 서적을 다시 꺼내 기억을 되살려가며 달달 외워 버렸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황금 같은 해외유학의 기회였다. 그러나 '조배죽'들에게는 김철수를 탄압하는 특별한 도구가 되어 버렸다.

 

테러

 

1997년 6월 출국 하루 전날 프로빈셜홀 1층 로비, 김철수가 로비를 가로질러 동쪽 현관으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 우장창(吽臟脹)은 김철수를 보자마자 10여 미터를 후닥탁 튀어오더니 무지막지한 주먹으로 김철수의 명치를 후려 쳤다. 자기 스스로 화가 잔뜩 올라 '배설을 대와 대기는(배알이 뒤틀리는)' 멧돼지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멧돼지들은 시력이 나쁘다. 앞에 물체가 흐릿하게 흔들리면 스스로 화를 내면서 전속력으로 다가와 받아 버린다. 피하는 게 상책인데 피할 겨를이 없었다. 김철수는 “헉” 숨이 멈추어지며 순간에 큰 고통을 느껴 지하실로 들어가는 계단에 배를 감싸고 주저앉아 버렸다. 망연자실 앉아 있는 김철수의 등 뒤에서 우장창은 “유학 갔다 오면 죽여 불켜(죽여 버리겠어)......ⅩⅩ” 며 화를 이기지 못한 멧돼지처럼 거품을 뿜으며 푸드덕 거리다가 사라졌다.

 

잠시 후 김철수는 겨우 통증을 가라 앉혀 한 숨 돌리고 터벅터벅 별관으로 걸어갔다. 별관 입구에는 우타박(禹駝狛)이 비스듬히 기대어 서서 담배를 질근질근 씹어대며 힘없이 걸어오는 김철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그의 오른 발로 김철수의 왼쪽 발등을 찍어 밟아 버렸다. 쇠망치로 내려치는 듯한 무게로 왼쪽 발등이 부서지는 통증이 몸 전체에 밀려왔다. “악”하고 비틀거리며 벽에 기대어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우타박이 “두고 봅시다이....”라고 빈정댄 것 같은데 통증이 너무 심해 들을 수 없었다.

 

억울한 감정을 누르고자 자판기에서 동전을 넣고 커피를 한잔 뽑아 마시려는 순간 우골통(愚㐔狪)은 김철수의 오른쪽 팔꿈치를 툭 올려 쳐버렸다. 종이 컵의 커피가 손 등 위로 뒤집어져 버렸다. 우골통은 김철수가 손에 흘러내리는 뜨거운 커피를 털어내는 장면을 보며 희죽거리고 있었다. “그런 것도 안고라 주곡(안말해 주고)....” 빈정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몸에 기운이 다 빠지고 있었다. 아마도 해외 유학 가는 방법을 얘기해 주지 않았다는 것 같다.

 

'조배죽'들의 시비는 '그런 것도 안고라 주곡‼' 하면서 시작된다. 이렇게 험한 시련이 시작되고 있었다. 1997년 6월 이 순간부터 2016년 6월까지 20년이다. 대낮에 프로빈셜 홀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부글부글 끓었다. '이 ⅩⅩ들을....' 출국을 포기하고 이것들을 처단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당장 출국 준비를 하여야 하는 처지에 분통한 심정을 눌렀다. 가방에 책이며 옷가지를 주섬주섬 담아 넣었다. 아내에게는 폭행을 당했다는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왼발을 쩔뚝거리며 다리를 끌다시피 고통스럽게 미국에 도착하였다.

 

우장창은 김철수보다 세살 위다. 땅딸하고 다부진 체격과 짧은 깍두기 머리로 조직 폭력배의 똘마니 노릇이 어울렸다. 우타박과 우골통은 김철수보다 네댓살이나 어리다. 그러나 그들과는 대화 한번 나누어 본적도 없다. 다른 감정이 있을 리 없다. 단지 멧돼지처럼 자신들 스스로 속을 긁어가면서 화를 북돋았다.

 

그들은 다른 직원이 유학을 간다고 한들 아무런 손해를 볼 게 없다. 그런데도 배알이 뒤틀린 '밴댕이 소갈딱지'들에 의해 프로빈스는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었다.

 

사선(死線)에서

 

김철수는 이틀 후부터 미국에서 한 달여 동안 발목의 통증 때문에 쩔뚝거리면서 걸어 다녔다. 좀처럼 통증이 누그러지질 않았다. 어느 일요일 오후에 일이 터져버렸다. 학교 기숙사에서 빨래를 마치고 잠시 쉬는 순간에 배가 찢어지는 고통이 밀려와서 배를 움켜쥐고 복도로 기어 나갔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악악” 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일이 벌어지고 온몸에 땀이 물 흐르듯이 쏟아졌다. 주말이라 학생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잠시 후 달려 온 미국 학생에게 앰블런스를 불러 달라고 소리치면서도 고통을 이기지 못하여 바닥을 굴렀다.

 

UCLA 캠퍼스 안에 있는 대학 병원에서 급히 달려 온 구급대원 두사람이었다. 구급대원들은 김철수를 들 것에 눕히고 산소 마스크를 씌우자 고통이 잠시 멈추었다. 구급차에 옮겨지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라고 생각하는 짧은 순간에 학교 숙소로부터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병원 응급실에 도착 했다.

 

구급차에서 내려지는 이동식 들것에서 바퀴가 내려지는 철커덕 소리와 함께 응급실 입구를 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병원 직원이 서류를 작성하면서 이것저것 물어 보았지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위가 다 찢어지는 고통이 다시 밀려왔다. “reduce the pain, please.(고통을 줄여 달라.)”라고 배를 감싸고 있었지만 마침 주말인지 직원들이 잘 보이질 않았다.

 

병원 직원인 듯한 덩치가 크고 뚱뚱한 여자가 나타나 “shut up,,,,,fucker(조용히 해....ⅩⅩ야)” 라고 응급실이 떠날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의사 한 사람이 다급히 달려오더니 진단을 하다가 “OR(operating room, 수술실)!” “OR”하고 소리를 치자 직원들에 의하여 급하게 김철수는 수술실로 옮겨지고 있었다. “anesthesia(마취)!” 긴장한 의사의 말을 들으면서 천정의 형광등과 급하게 움직이는 의사들과 간호사 서너 사람의 얼굴이 아른 거렸다.

 

수술실 천정의 형광등을 쳐다보는 마지막 순간에 '여기서 죽는구나....가족들 얼굴도 보지 못하고 여기서 죽는 구나....' 라고 생각하였으나 마취에 취해 눈꺼풀이 무거워 졌다. 정신을 차려 보려 했지만 눈을 뜰 수가 없어서 '포기하면 죽는다....포기하면 죽는다....나는 죽지 않는다.'라면서 잠이 들어 버렸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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