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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天馬)로 불려진 한혈마(汗血馬)의 비밀이권홍의 '중국, 중국인'(236) ... 중국사에 담긴 미스테리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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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4  15: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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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혈마(汗血馬)는 전설 속의 신비롭고 최상의 능력을 보유한 기이한 말을 가리킨다. 피와 같은 땀을 흘리며 바람처럼 빨리 달린다고 전해온다. 여러 왕공 귀족들은 그 말을 구하기 위하여 천금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한(漢) 무제는 그 말을 구하기 위하여 원정을 감행하기도 하였다.

새벽 6시, 해가 서서히 뜨며 밝아올 때 북경의 연룡(燕龍) 경마장의 마방은 벌써 떠들썩해졌다. 일꾼들이 매일 첫 번째로 하는 일, 마방 정리가 시작되었다. 그중 조마사가 가장 분주하다. 그는 막 중국으로 수입된 말 3필을 책임져야하기 때문이다. 몇 개 월 후 그중 한 필을 경매시장에 내놔야한다. 현재 경매최저가격이 100만 인민폐에 달하고 최종 경매가격은 중국 말 경매사상 가장 비싼 가격에 낙찰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이 말의 원산지는 멀고먼 중앙아시아 국가 투르크메니스탄(Turkmenistan)으로 국제적으로 공인된 이름은 아칼 테케(Akhal Teke)다. 중국인은 그 말에 전기적인 색채가 농후한 명칭, 한혈보마(汗血寶馬)라 붙였다. 현재 전 세계에 3000여 필밖에 없고 그중 2000여 필은 투르크메니스탄에 있다. 그 나라의 국보다.

그렇다면 한혈마가 달릴 때 정말로 피를 흘릴까?

시간을 2000년 전인 한(漢)나라로 돌려 보자. 한나라 수도 장안에서 서북쪽으로 1만 킬로미터 이상이나 떨어진 곳에 대완(大宛, 한나라 때 중국인이 중앙아시아의 동부 페르가나〔Fergana〕 지방을 부르던 이름)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당시의 대완국 경내는 사막이 널리 퍼져있었다. 사막 중 많지 않은 오아시스에서 현지인은 그들만이 고유한 말을 길렀다.

『한서漢書』기록에 따르면 그 말이 땀을 흘릴 때면 어깨에 피와 같은 붉은 땀방울이 난다고 한다. 물론 피와 같은 땀을 흘린다는 것에 대해서 기록과 전설 속에는 다른 관점을 표출하기도 한다. 하나는 그 말이 땀을 흘릴 때 피도 같이 나온다는 것이다. 즉 땀과 피가 함께 나온다는 말이다. 또 다른 관점은 그 말의 일부분에서 땀을 흘릴 때 피가 배출된다고 한다. 주로 목덜미 양쪽에서 그렇다고 한다.

이러한 설에 대해 중국 농업대학 동물과학기술학원 연구원 두옥천(杜玉川)은 말이 땀을 흘릴 때 혈액이 배어 나온다면 말에게 이로운 점이 전혀 없다고 말한다. 생물이 진화 과정 중 어떤 현상이나 생리 행위도 동물의 생존과 발전에 이로운 쪽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말도 마찬가지다. 땀을 배출할 때 피까지 스며 나온다면 생물 진화 과정에서 존재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말이다. 결국 한혈마가 땀을 흘릴 때 피가 흐른다는 말은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혈마에 대하여 중국 선조의 착오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말의 일부 부위에서 혈액을 배출한다는 말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어떤 병리에 대하여 깊게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생충을 생각해보자. 기생충이 말의 체외에서 활동하다가 피부를 통하여 체내로 들어갈 때 피부를 뚫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마침 말이 격렬하게 운동한 후 혈관이 확장되면 피부가 약하고 혈관이 발달한 말들은 상처부위에서 출혈 현상이 있을 수 있다. 그런 현상을 보고 말이 달리면서 땀을 흘릴 때 피도 배어 나온다고 볼 수도 있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이전 50년대 중국은 소련에서 수십 필의 한혈마를 선물로 받은 적이 있다. 그중 세 필을 두옥천이 근무하고 있던 중국농업대학에서 양육하였다. 두옥천은 그 말들과 20년을 함께 생활하였다. 두옥천은 “당시 그 말과 거의 20년을 같이 보냈는데도 그 말이 피땀을 흘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1958년, 우리들은 내몽고 목축장에서 실습하였다. 그곳은 당시 한혈마의 중요 양식지였다. 100여 필의 말들과 같이 지내면서 반년을 실습했는데 땀을 흘리면서 피가 배어 나오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한혈마라는 이름은 도대체 어떻게 얻어진 것일까?

사실 중국은 고대부터 말을 길렀던 목축업이 성행한 국가 중의 하나다. 그러나 한나라 때 대부분의 마종(馬種)은 체형이 비교적 작고 털색도 뒤섞인 토종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혈마와 같이 체형이 크고 신체도 빼어나면서 단색의 말은 그 당시 사람들 눈에는 신비하게 보였을 것은 당연하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그런 말들은 인위적 양육을 거치면서 털색도 더더욱 단순하게 되었을 것이라 한다. 밤색, 월따말(검정 갈기에 검정 꼬리를 한 붉은 말), 흑색, 청색 등등. 밤색과 월따말 위주의 말 색깔의 기조는 홍색이다. 그와 같은 말들은 피부가 얇고 털이 많지 않으며 홍색이 바탕이다. 운동 후에 대량으로 땀을 흘리면 햇빛 아래 붉은 색이 선명하게 비치며 반짝일 것은 분명하다. 그런 붉은 색조는 금속과 같은 색깔이니 사람들이 땀을 흘리면서 피가 배어 나오는 것으로 착시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신비로운 이름인 한혈(汗血)이라 불렀을 것이고.

『한서』기록에 따르면 한 무제가 좋은 말을 구하기 위해 점을 쳤는데 “신마는 서북에서 온다”는 점괘를 얻었다고 한다. 한 무제는 특별히 당시 박망후(博望侯) 장건(張騫)을 서역으로 출사하도록 명했다. 서역의 여러 나라와 연합해 함께 흉노를 견제함과 동시에 서역에서 좋은 말들을 얻어서 돌아오게 하기 위함이었다. 서역의 여러 나라와 연합하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장건은 대완에서 좋은 말 한 필을 얻어 돌아왔다. 그 말이 한혈마다. 한 무제는 그 말을 보고 기뻐하며 말 이름을 ‘천마(天馬)’라 하였다.

   

진짜 ‘한혈마’는 어떤 말인가?

조마사에 따르면 한혈마가 먹는 것은 다른 말과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고 한다. 먹는 양과 마시는 물의 양은 다른 말보다 조금 적다고 한다. 한혈마의 속도는 천 미터를 1분 06초에 주파하고 하루 100에서 120킬로미터를 달린다고 한다.

 

 

 

 
▲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한혈마의 골격 구조는 특별하다고 한다. 다른 말과 비교하면 한혈마는 학처럼 목이 좀 길다고. 머리를 들고 가슴을 펴고 활개 치며 달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목덜미가 길다는 특징 이외에 한혈마는 빼어난 기마 품질을 가지고 있다. 기갑(騎甲) 효능도 남다르다. 비교적 낮으면서 평평하고 길면서도 다른 말들처럼 너무 높거나 약하다는 느낌 없어 풍만하여 안정감이 높다. 말안장은 직접 근육 위에 안치할 수 있어 뼈에 닿지 않아 말을 타도 상처를 입히지 않으며 힘도 비교적 균형을 이룰 수 있어 멀리까지 평안하게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이외에 한혈마는 터득 능력이 빼어나다고 한다. 우연히 말고삐를 잡고 달릴 때 달리다가 멈추라는 말 한 마디면 말은 멈춰 선다. 다른 말들보다도 말을 잘 듣는 것이다.

이런 저런 한혈마의 특징들을 종합해보면 한 무제가 불원천리하고 한혈마를 구하려 혈안이 됐었는지 이해가 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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