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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축제'로 전락해버린 '제주세계섬문화축제'조시중의 [프로빈셜 홀(Provincial Hall)(11)] 잔인한 피라니아와 닮은꼴 조배죽
조시중  |  joe-micha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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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4  10: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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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아마존 강에 서식하는 피라니아(piranha)는 떼로 몰려다니며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날카로운 이빨과 기형적으로 튀어나온 아래 턱은 다른 고기를 쉽게 물어 뜯을 수 있도록 발달해 있다. 순식간에 다른 물고기의 살점을 뼈만 남을 때까지 물어뜯는다. 그러나 움직이지 못하는 고기를 집중적으로 공격하여 물어뜯는 비겁한 속성을 가졌다.

김철수는 죽을 때까지 물어뜯을 것처럼 덤벼들던 조배죽들의 손아귀에서 잠시 벗어난 듯했다. 그러나 그동안의 후유증으로 온 몸에 치명적인 장애가 나타나고 트라우마와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우선 급하게 몸을 추슬러 잠시 머물다가 떠나서 새로운 삶을 찾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사무실 구석 한편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섬마을 축제(?)

조배죽들은 전임자가 만들어 놓은 섬축제가 이유 없이 기분이 나빠 불만이다. 컨벤션센터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시민회관 수준으로 축소해 버렸다. "이 행사를 치러봐야 도움이 안된다." 그런 이유인지 행사 본부는 대충 꾸려지고 일부는 곧 은퇴할 직원들과 임시 심부름하는 직원들로 채워져 있다. 반대파로 낙인이 찍혔다는 또 다른 직원이 있었으나 소식도 없이 사라졌다.

정체가 불분명한 허접한 기획사가 선정되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이 자들의 실체는 곧 드러났다. “섬마을 축제 아닌가요?”라며 작은 섬의 시골에서 개최되는 노래자랑이나 장기자랑 같은 이벤트로 알고 있었다. 이 자들은 그 정도의 수준이었다. 전문가의 말과 행동을 찾아 볼 수 없이 왔다가 가고 갔다가 오고 누구인지 구분이 가지도 않는다. 열려진 지옥의 문으로 들어섰다는 사실을 알고 후회하였으나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그들의 능력이 원래부터 되질 않았지만 그래도 행사의 성공을 위해서 인내하며 이것 저것 다 챙겨 주었다. 시급하게 처리하여야 하는 일을 많이 도와주었다. 김철수가 맡은 일은 원래 단순한 가벼운 사무였다. 그러나 프로빈스에서 행사 일주일 전에 행사본부의 일부 직원들을 철수시켜 버리는 바람에 다른 사무를 모두 떠안았다. 이어서 예기치 않았던 지시가 떨어졌다.

“프로빈스의 각 과에 외국 공연단 한 팀을 맏겨라.”는 지시를 받고 경악하고 말았다.

“안됩니다.”라고 재고하여 달라고 간청하였다.

“이유가 뭔가?”는 퉁명스런 관료적인 답변은 이유를 달지 말라는 뜻이다.

“행사는 우리가 통제하여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우리가 프로빈스로부터 거꾸로 통제를 당합니다. 끔찍한 사태가 올 것입니다.” 강하게 항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철수는 프로빈스의 형편을 잘 알다가도 남는다. 관료들은 “고라 주지(얘기해 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고라줘도 고라줘도 끝이 없다. 이제부터 고위관료들은 “알아 봐‼ 알아 봐‼”하면서 직원들을 다그치고 직원들은 “그런 것도 안고라 주곡”하면서 전화질을 해댈 것이다. 그래서 외국어가 가능한 자원봉사자들이 외국 공연단을 맡기로 하여 선발되고 사전에 교육이 되었다. 그런데 관료들은 자원봉사자들도 통제하려 들 것이다.

예상했던 끔찍한 상황이 나타났다. 프로빈스는 갑(甲)이 되고 행사본부는 을(乙)이 되는 상황으로 돌변하였다. 허루 아침에 프로빈스의 관료 수십명은 상급자가 되어 김철수를 지휘 감독하고 김철수는 수십명의 관료를 상급자로 모셔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통제 불가능한 상황

행사 시작 일주일 전부터 프로빈스의 모든 사무실에서 수십통의 전화가 행사본부에 동시에 걸려오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모든 통신이 마비되고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급한 도움이 필요했지만 모든 통신이 두절되어서 일부러 급하게 찾아 온 외국의 실무자가 김철수에게 물어 왔다.

“상황은 통제되었는가?(under control?)”

“all situations are occupied and controlled by bureaucrats. I cannot handle anything. (모든 상황은 관료들에게 점유 당하고 통제 당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끔직한 상황.(terrible situation)”이라며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스스로 해결하라.(help yourself)”고 하는 수밖에 없다.

심각한 문제는 쉴 틈도 없이 걸려오는 핸드폰 통화다. 배터리는 서너시간이면 떨어지고 다시 갈아 끼웠으나 금방 소진되었다. 진행되는 상황을 통제하여야 하나 거꾸로 수십명의 상급자들로부터 통제를 받아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핸드폰에는 관료들이 무료 입장권과 식권을 달라는 요구가 폭언과 함께 쏟아지고 있었다. 강압적인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급히 수십만원 어치의 입장권과 식권을 마련하여 주었으나 고스란히 개인의 부담이 되었다.

관료들은 전화질 같은 단순노무를 뛰어나게 잘한다. 다른 국제행사와 '7대경관'에도 이 실력을 여지없이 보여 주었다. 외부에서 전화를 걸면 종일 통화 중이다. 할 일이 없어도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상대방과 연결이 안 된 먹통 전화에 대고 목청을 높이기도 한다. 일 하는 척 하는 것이다. 다들 전화하고 있으니 따라서 전화를 해야 된다. 통화 중이면 연결이 될 때까지 종일 계속 전화만 돌려대니까 손가락 하나로 일과를 보낸다.

김철수는 프로빈스의 모든 과에서 통화를 자제하여 주도록 고위 관리에게 간청하였으나 거부 당했다. 통신이 두절되자 현장으로 뛰어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되어 시간과 에너지는 모두 소진하고 있었다. 집중적인 통화 공세로 체력이 소모되고 있었다. 체력이 될 때까지 해 보기는 하겠지만 스스로는 얼마나 버텨 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프로빈스의 관료들은 상황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 한 관료는 김철수에게 “기념품을 싸게 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투정을 부려댔다. 다른 관료는 외국어를 배우겠다고 “외국인을 소개해 달라‼”고 하기도 한다. 또 다른 관료는 “막걸리를 사 달라‼”고 한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바보 천치들 아녀? 바쁜 사람 잡아서 한가하게‼”라고 거절해서 돌아서 버렸다. 이 프로빈스의 간부라는 자들은 나중에 김철수를 압박하는 조배죽의 일원이 된다.

 

 

 
▲ 조시중

섬축제가 참담한 실패로 끝난 후 “행사본부가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더라면 실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김철수는 스스로 평가했다. 임원들은 허접한 기획사에 코가 꿰여 질질 끌려 다니고 있었다. 김철수는 맡은 범위를 훨씬 넘어 모든 사무를 떠맡아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하는 우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이 어처구니없이 벌어진 통제 불가능한 상황은 일개 하급 공무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려는 숨겨진 의도일 수도 있다.

조배죽들은 전임자가 기획한 섬축제가 못마땅했다면 하지 말았어야 했었다. 섬축제가 끝난 후 허접한 기획사 선정의 책임을 덮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다. 김철수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씌워 희생시키려는 유치하고 졸렬한 계략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계략을 미리 읽을 수 있었다. 하늘은 병과 약을 동시에 주는 것 같았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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