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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중의 [프로빈셜 홀(Provincial Hall)(12)] 정사를 관리할 능력이 없는 조배죽

 

중국의 후한(後漢) 시대에 십상시(十常侍)라 불리는 10여명이 환관들은 우매(愚昧)한 왕을 허수아비로 내세워 전횡을 일삼다가 반란이 일어나 모두 주살을 당했다.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누리는 것 말고는 다른 정사를 관리할 능력이 애초부터 없었다. 반면에 남들을 모함하여 함정에 밀어 넣는 계략은 탁월하다. 다른 사람은 흉내 낼 수 없을 동물적인 감각이다.

 

행사본부의 누군가가 사기꾼에게 농락을 당해 초청장을 발급해 버렸다. 김철수는 공항에서 이들을 면담한 결과 축제를 빌미로 불법입국한 자들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격리시켜 놓았다. 불법 입국자들을 즉시 관계기관에 인계하겠다는 서류를 결재 올렸으나 우상오(禹鷞烏)는 “난 모른다”며 거부하였다. “결재해 달라.” 여러 차례 요청을 하였으나 “모른다‼”며 버럭 겁을 먹고 허둥지둥 도망가버렸다. 그러던 사이에 불법으로 입국한 자들은 사라져 버렸다.

 

초청장을 발급해 준 자가 누구인지 파악을 하려 하였으나 아무런 근거서류도 찾을 수 없었다. 모두 몰라라 자빠졌다. 우상오는 모든 사태의 책임을 김철수에게 거꾸로 뒤집어 씌우려 했다. 그를 잘 안다는 자원봉사자는 “저 사람(우상오)은 원래부터 나무에 올라가는 능력은 없고, 나무에 올라 간 사람을 떨어질 때까지 막 흔들어 대는 것을 즐긴다. 나무에서 떨어지면 다시 밟으려 드는 사람이다. 왜 저런 사람에게 이 막중한 사업을 맡겼을까?”라면서 혀를 끌끌 찼다. 김철수는 조배죽들의 독특한 캐릭터를 직접 경험하고 있었다.

 

불과 대여섯명의 행사본부 직원들이 온갖 방해공작을 뚫고 다 쓰러져 가는 섬축제를 살리려고 뛰어 다녔지만 참담한 실패로 막을 내렸다. 미련스러울 정도로 온 몸으로 때웠다. 의도적으로 실패로 몰아가려는 세력들이 실제로 있었다. 김철수는 이를 돌파하기 위하여 ‘행사기간 내내 잠이라도 제대로 잤었는가? 밥이라도 제대로 먹었는가?’ 돌이켜 보았다. 그러나 수십명의 프로빈스 관료들에게 행사기간 내내 노예같이 끌려 다녔던 기억 밖에 나질 않는다. 이제는 지난 몇 년 동안 겪었던 일련의 사건으로 몸과 마음은 이미 모두 피폐해져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김철수는 잠시 쉬고 싶었다. 프로빈스를 떠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옮겨 새로운 삶을 시작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기획사로부터 김철수에게 300만원의 향응을 제공했다는 고발장이 수사시관에 접수되었다. 단지 이 고발 하나로 무거운 징계를 받아 불명예를 모두 떠안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천길 벼랑 끝에 서 있다. 조배죽들은 음습한 계략을 꾸미고도 남을 자들이다. 빠른 대응이 필요했다.

 

치졸한 계략

 

그렇지 않으면 사법재판으로 무고함이 밝혀지더라도 상당한 기간 동안에는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한다. 모든 것을 제치고 이 고발이 무고라는 사실을 규명하여야 했다. 기획사 직원들은 여기저기 전국의 이벤트 행사장에 떠돌아다니는 뜨내기들이다. 김철수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자들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찾았다. 향응을 제공 했다는 근거를 대라고 다그쳤다.

 

“300만원 어치 향응의 근거가 뭐냐?”

 

“(김철수가) 세 번의 (전체 직원들) 회식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

 

“그러니까 (세 번의 전체 직원 회식을) 내가 다 먹었다는 거냐? 누가 시켰냐?”라고 따져 물었다.

 

“우상오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습니다.”라고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거 무고라는 사실을 알고 있냐?”라고 다그치자 그 자의 얼굴색이 갑자기 창백해지면서 입술이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간의 사정을 털어 놓았다. 기획사 선정의 잡음을 덮기 위하여 누군가에게 약점을 잡아 덮어씌우겠다는 발상이었다. 그러다가 빌미를 잡을게 없어서 향응을 제공했다는 허위내용으로 고발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중앙에 힘이 있는 권력자가 그렇게 (김철수가 모든 죄를 뒤집어 쓰게) 만든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 뜨내기들은 일은 할 줄을 모르면서 중앙에 힘이 센 어느 누구와 “잘 안다”며 입에 달고 다녔다. 이 자들의 입에서 유명한 정치인들 이름이 줄줄이 흘러 나왔다. 권력자들의 이름을 자신의 친한 친구들인 것처럼 공공연하게 입에 달고 다니는 자들은 전형적인 사기꾼들다. 이 자들의 본색을 파악한 김철수는 처음부터 약점을 잡힐 조그마한 구실도 만들어 주지 않았다.

 

우상오에게 이 사실을 확인하려 하였으나 이미 연수라는 목적으로 해외로 급하게 떠나 버린 뒤였다. 치졸한 모략을 꾸며 놓고 도망가 버린 것이다. “이 미친 조배죽‼” 하고 속이 부글거렸다. 길고 긴 재판이 진행되고 1심 재판에서 무고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프로빈스의 고위 관리인 우형우(杅鋞吁)가 찾았다.

 

“(소송을) 그만 해 도라게(달라)....총독이 골치 아파부난(아파서) 우리가 버치다게(힘들다).”

 

“총독이 골치 아프니 하급 공무원의 고통은 뭉개버리겠다. 이 말씀이군요?”

 

“잘 알암구나게(아는구나).”

 

“그래서 나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겠다?”

 

“그게 아니여게(아니라).....” 했지만 조배죽들은 믿을 수 없다. 그들은 그때마다 묻어버리려 '뭉'을 쓴다. 뭉개버리면 잠시 조용하다가 사태가 다시 악화되고 다시 문제가 생기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서 함정으로 밀어 넣을 자들이다. 그래서 멈출 수 없다.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로 무고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 조배죽들은 총독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으니 김철수에게 갖은 압박을 가할 것이다. 변두리로 떠돌아야 했다.

 

프로빈스를 떠나야 할 자들은 내가 아니라 조배죽들

 

조배죽들은 별다른 업적이 없고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이 세월을 허비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다음 선거를 치르기가 불안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고 총독의 지지율은 위태롭다. 선거에서 진다면 조배죽들은 누리던 권세도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다. 그들의 가장 우선하는 일은 독특한 방식으로 개발한 ‘의전’이나 잘 챙기는 일이다. 총독이 불편하지 않도록 편안히 모셔 충성심을 보여주고 귀여움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십상시들처럼 조배죽들은 정사를 다룰만한 능력이 애초부터 없다.

 

다음 선거에 내세울 거창한 사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했다. 국제촌놈들은 자신의 능력이 ‘그릇이 되질 않는다.’는 사실도 모르면서 유치찬란(幼稚燦爛)한 간판을 내걸었다. 지방 항공사를 설립하고 국제자유도시를 만들겠다며 요란을 떠는 조배죽들을 멀리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21세기에 들어서자마자 벌어지는 이 웃기지도 않는 코메디극을 보면서 ‘프로빈스를 떠나야 할 자들은 내가 아니라 바로 너희들(조배죽들‼)이다‼’라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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