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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17번째 부동산 대책, 분양가상한제 후유증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발표한 6일, 부산과 경기도 일산에선 외지인들의 주택매수 문의가 폭증했다고 한다. 어디서 무슨 정보를 들었는지 보름 전부터 발길이 잦아졌는데, 11ㆍ6 부동산 대책에서 부산 동래ㆍ수영ㆍ해운대구와 경기 고양ㆍ남양주 일부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자마자 야단법석이었다. 무리를 지어 관광버스를 타고 온 경우도 눈에 띌 정도였다.

 

꾼들은 용케 돈 냄새를 맡고 재빨리 움직인다. 조정대상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 제한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분양권 전매제한 등 규제가 가해진다. 그런데 제2 도시 부산이 여기서 풀려 ‘빚 내 집 사기’가 수월해지자 원정 갭 투자꾼들이 몰렸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린 곳은 물론 당초 예상됐던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된 곳들로 투기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핀셋 지정은 문재인 정부의 17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그동안 대책이 16번 나왔지만 집값은 잠시 주춤했다가 튀어 오르기를 반복했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것도 큰 원인이다. 전국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고 서울도 주택보급률이 96% 수준임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고 특정지역 주택분양이 과열됨은 부동자금이 생산적 부문으로 가지 않고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고 있음이다.

 

뭉칫돈의 부동산 쏠림은 통계로 입증된다. 지난해 집값은 11년 새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국내 주택 시가총액(시세 합계)은 1년 새 8.9%(383조원) 불어난 4709조원으로 사상 최대였다(한국은행 통계). 최근 5년 집값 상승률은 연평균 7.0%로 경제성장률(연 3.0%)의 두배를 넘고,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승률(연 4.7%)보다도 훨씬 높았다. 경제는 오그라드는데 부동산만 비대해지고 있는 것이다.

 

 

시중 부동자금이 왜 기업투자 등 생산 부문보다 부동산으로 쏠리는가. 기업의 35%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한다(한국은행 2018 기업경영분석). 지난 8월 기준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가 1년 새 11만6000명 줄어든 반면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는 9만7000명 증가했다.

 

게다가 구직을 포기한 채 ‘그냥 쉰다’는 경우가 1년 새 35만명 늘어난 217만명으로 사상 최대다. 고용의 양과 질 모두 악화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일률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 정책 실패의 부작용이다. 오죽하면 5개 경제단체가 공동성명을 내 “답답하고 무기력한 심정”이라고 토로했을까.

 

실물경제 돌아가는 것과 기업인들의 경제심리가 이 지경이니 ‘경제의 거울’ 증시가 괜찮을 리 없다.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코스피는 4.98% 상승했다. 주요 20개국(G20) 증시 대표지수 상승률 가운데 18위다. 러시아와 유럽국가 다수가 20% 넘는 상승률을 보였고, 미국 증시 상승률도 17.7%다. 한국보다 상승률이 낮은 국가는 지수가 하락한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두 나라뿐이다. 부동산의 대체 투자수단인 주식시장이 한국에선 매력이 없는 이유다.

 

부동자금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이태 연속 1%대로 전망될 정도로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기업들은 투자를 꺼린다. 예금금리가 연 1%대 초반으로 떨어져 은행에 돈을 맡긴댔자 이자가 몇푼 안 되는데 서울 집값은 17주 연속 상승세를 탔다. 이런 판에 정부 정책은 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분양가 상한제 적용과 자립형사립고ㆍ외국어고ㆍ국제고 폐지 예고로 서울 강남 집값을 밀어 올리는 부작용을 빚고 있다.

 

경제의 핏줄인 돈의 흐름은 그 나라 경제의 건강 상태와 같다. 지금 한국 경제는 자영업과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투자와 소비가 뒷걸음치면서 혈관 곳곳이 막히는 ‘돈맥경화’ 속 부동산만 과열되는 현상을 빚고 있다.

 

돈이 넘치는데 집값을 잡겠다고 아무리 규제를 강화하고 투기 단속 등 엄포를 놓아도 통하지 않는다. 부동산 비대화 및 거품을 차단하는 비책은 기업과 시장의 활력을 살려 시중 여유자금을 이쪽으로 돌리는 것이다. 한국 증시에 왜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스타 주식과 신산업이 없어 외면 받는가.

 

신산업 태동과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낡고 거추장스러운 규제를 혁파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해 기업의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 기업 활동이 활발해져야 투자와 소비가 살고,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돌릴 수 있다. 자본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저금리 시중 여유자금이 생산 부문으로 돌게 하면 부동산 문제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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