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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제주] 앨범 내 꿈을 노래하는 지적장애1급 가수 차세나씨
천사의 노래로 행복을 이어가는 어머니 이금희씨의 삶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딸이 있다. 흡사 천사의 목소리다.  딸이 노래를 부를 때면 엄마는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했다.

 

그 엄마는 딸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고, 그 딸은 그런 엄마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와 웃음으로 답을 했다. 모녀의 행복은 어느덧 이제 세상 모든 이에게 꿈과 희망으로 다가왔다.

 

천사 같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가수 차세나(31)씨다. 지적장애 1급이지만, 당당히 앨범을 냈다. 그리고 그 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이 시대의 '엄마' 이금희(54)씨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살기조차 힘들다는 중증장애 판정을 받아

 

청천벽력 같은 판정을 받을 때에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뭍에서 살면서 결혼, 어렵게 얻은 세나가 3살(1987년) 때 일이다. 심한 열감기를 앓고 있던 세나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치료를 받았지만 좀처럼 나아지는 기색이 없었다. 폐렴으로 악화됐고, 합병증이 도지더니 결국 뇌수막염으로 번졌다.

 

병원에서는 살아도 중증장애로 어려운 삶을 살 것이라고 했다.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하나 밖에 없는 딸이었기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죽을 것이라는 세나를 안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치료에 몰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나의 아빠마저 대장암 선고를 받았다. 몸과 마음이 황폐해질 데로 황폐해졌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가족을 포기할 순 없었다. 그래서 뭍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 제주로 내려왔다. 남편과 세나의 치료환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노력이 무색하게 결국 남편은 하늘나라로 갔다.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아직 제대로 말도 못하는 딸의 치료를 포기할 수 없었다. 아픔을 딛고 세나의 치료를 위해 생계를 이어갔다. 이를 악물고 일을 했다. 딸의 치료를 위해 갖은 방법을 연구하고 백방으로 찾아다녔다. 도달한 결론은 음악치료였다. 하지만 마땅한 음악치료사가 없었다. 그래서 직접 음악을 배우고 치료를 했다. 조금 나아지는가 싶더니 거기서 거기였다.

 

 

#‘세나의 꿈’을 이룰 멘토를 만나다.

 

그런데 희망이 닿았다. 세나가 사회적응 치료를 위해 다니던 복지관에서 ‘세나의 꿈’을 이뤄줄 선생님 가수 윤세진씨를 만난 것이다. 2009년 세나가 28세 때다. 장애자인게 관심이 많았던 윤씨는 당시 복지관에서 사회적응 프로그램으로 음악을 가르치고 있었다. 세나는 윤씨가 가르치는 음악을 곧잘 따라했다. 원래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했던 세나였다. 하루가 다르게 나아지고 있었다.

 

윤씨가 "세나를 제자로 받아들이겠다"고 먼저 제안을 했다. 처음부터 희망이 보였다는 것이다. 설마 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지라 믿고 맡겼다. 하루 5시간씩 매일 연습했다. 부정확한 발음과 음정을 교정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겨우 음 하나 발음 하나를 교정했는가 하면, 금세 잊어버려 다시 배우고 반복하기를 수십 차례.

 

그러던 세나가 제대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말도 제대로 못했던 세나가 어느새 띄엄띄엄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무표정했던 얼굴이 웃기 시작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한 없이 눈물이 났다. “이제 됐구나”

 

윤씨가 앨범을 내자고 제안했다. 건강한 아이들도 유학 보내려고 돈을 터는데 음반 내는데 무엇이 아까우랴.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세나의 첫 번째 앨범 ‘세나의 꿈’을 냈다. 지난해 4월이다. 세나가 어찌나 열정적이었던지…. 집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자기가 부른 노래를 틀면 잠도 안 잤다. 공연도 다닌다. 유명 가수들과도 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이제 세나는 혼자서도 가까운 길 정도는 심부름까지 한다. 아직도 3살 정도의 지능이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성장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

 

 

이씨는 지금 제주시 이도1동 광양로터리 부근에서 작은 천연염색 옷가게 ‘자연의 향기’를 열어 돈벌이를 한다. 세나와 같이 지낼 수 있는 공간이다.

 

-세나는 어엿한 1집 가수다. 또 초청 공연도 자주 다닌다.

 

“윤세진씨를 만난 것이 행운이다. 그 덕분에 앨범도 내게 됐다. 반응이 무척 좋았다. 세나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매일 윤씨의 음악실에 데려가고 데려오는 일이 너무 즐거웠다. 공연도 많이 다녔다. 한ㆍ일 장애우 협동공연에서도 ‘세나의 꿈’이라는 주제로 독주무대를 선보였다. 연애인 협회에서 독거노인 1000여명을 모셔 위문 공연을 할 때에도 유명 트롯가수들과 한 무대에 서기도 했다. 가수들이 모두 깜짝 놀랄 정도였다. ‘콘서트를 열면 찬조해 주겠다’고도 했다. 한 달에 평균 4회 정도 초청도 받는다. 오는 4월 초 왕벚꽃축제 때에도 초청을 받았다. 이미 동네에서는 일약 ‘스타’가 됐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세나와 보내고 있다.”

 

-2집 계획은 없는가?

 

“윤씨가 지금 몸이 아프다. 그래서 지금은 윤씨의 가르침을 잠시 중단하고 있다. 대신 내가 민요와 가야금 등 국악을 공부해 가르치고 있다. 세나 때문에 음악도 배우고 있다. 이제는 ‘진도 아리랑’을 완전히 부를 정도다. 예상대로 음악치료가 효과를 보면서 음악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2집도 계획하고 있다. 지금은 2곡 밖에 없지만 그때는 좀 더 많은 곡을 수록할 계획이다. 1집은 판매를 안 하고 있지만, 2집부터는 판매도 할 계획이다. 그 수익금으로 불우한 장애어린이를 돕는데 사용하고 싶다. 또 출연료 없이 무보수로 노래봉사활 동도 이어갈 예정이다. 이제는 세나도 사회 구성원으로 받은 도움을 돌려줘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아마 ‘세나의 마음’일 것이다.”

 

-지금 세나의 생활은 어떠한가?

 

“첫 앨범이 나오고 나서 방송사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도 했다. 주변에서는 인기 프로그램인 ‘스타킹’에도 출연시키라고까지 했다. 점포 주변 상인들 사이에서 세나를 모르는 이가 없다. 손님들도 세나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다. 가게에 같이 있기도 하고, 주변에도 같이 다닌다. 복지관에만 보내지 않는다. 때로는 주변 마트에도 목록을 적어주고 물건을 사오라고 하면 곧잘 사온다. 주민자치센터 등 각종 음악교실에도 보낸다. 동네 어른들께서 너무 예뻐해 준다. 그래도 아직 세나는 옷 입는 것, 밥 먹는 것, 배변 등을 혼자서 하기 힘들다.”

 

-처음부터 음악치료에 확신이 있었나?

 

“딸이 지적장애여서 관련 공부를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제주도지적장애인복지협회 부설 주간보호시설장도 했고, 복지협회 제주시지부장도 했다. 사이버대학을 다녀 사회복지과도 졸업했다. 6년간 열정적으로 했다. 세나 만이 아닌 모든 지적장애아들이 모두 내 자식 같았다. 세나에게 더욱 신경 쓰기 위해 이달 초에 그만 뒀다. 원래 지적장애아들은 리듬을 좋아한다. 그래서 지적장애아들은 음악치료를 많이 한다. 장애를 앓기 전 세나는 음악을 좋아했다. 음악치료가 효과를 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제주에서는 세나에게 맞는 음악치료사가 없었다. 음악치료를 하기 전에는 세나도 무척 힘들어 했었다. 그래서 음악을 배워서 치료를 해야겠다고 했다. 그것이 잘 되지 않았다. 윤씨를 만나면서 모든 고민은 해결됐다. 다양한 음악을 접할수록 좋다는 판단에 이젠 국악도 배워 가르치고 있다.”

 

-세나가 벌써 30대다. 언젠가는 세나도 홀로서기를 해야 할 텐데

 

“세나가 정상이라는 것을 포기하고 장애를 받아들일 때가 엊그제 같다. 그 동안 세월이 많이 흘렀다. 뭐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는 그렇게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세나가 점점 나아지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본다. 음악치료와 사회적응 치료를 계속하다보면 많이 좋아질 것 같다. 복지관에만 보내지 않는 것도 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한 것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접하면서 나아지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혼자 심부름 시키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확신한다. 분명 세나는 홀로 설 것이다. 그게 ‘세나의 꿈’이기도 하지만 ‘내 꿈’이기도 하다.”
“하지만 걱정이 하나 있다. 세나가 장애를 앓으면서부터 심장이 좋지 않다. 감기가 걸리면 항상 걱정이다. 항생제 부작용도 있어 폐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죽다 살기를 반복한다. ‘아프다’라는 말을 못하니 얼굴 표정을 보고 아픈 것을 판단한다.”

 

-가게를 운영하다보면 세나와 떨어지는 시간은 없나?

 

“사실 가게를 낸 것 자체가 세나와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천연염색도 같이 한다. 세나가 큰 도움은 안 되지만 같이 하는 것 자체가 내게는 도움이다. 천연염색은 하절기를 중심으로 하다 보니 판매되는 옷들은 모두 천연염색 옷이 아니다. 때로는 물건을 서울에서 떼오기도 한다. 그때만 되면 가슴을 졸인다. 세나를 재우고 마지막 비행기로 서울에 올라갔다가 아침 첫 비행기로 내려온다. 그래도 혼자 집에 있는 세나가 걱정돼 잠을 자고 있는데도 자주 전화해 안부를 확인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안 놓인다. 통화할 때 세나가 ‘엄마 가지마’라고 할 때에는 가슴이 찢어진다. 한 달에 3번 정도는 그런 일이 반복된다.”

 

‘그것은 사랑이예요’ (노래 / 차세나, 작사·작곡 / 윤세진)

 

우리들의 사랑으로 손에 손을 잡고서
우리들의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어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같은 꿈이 있어요
영원토록 지지않는 그것은 사랑이예요

 

*사랑주는 마음속에 사랑은 다시 찾아와요
사랑받는 마음속에 행복의 꿈은 피어나요
아침햇살 눈부시며 우리사랑 비춰주네요
영원토록 변하지 않는 그것은 사랑이예요

 

‘천사에게’ (노래 / 차세나, 작사·작곡 / 윤세진)

 

꽃처럼 어여쁜 아가야
천사같이 고은 그미소
별처럼 빛자는 눈동자
너는 우리들의 천사야
너는 알고있니 널위해 웃는다는걸
영원히 영원히 내곁에 있어주겠니
언제나 언제나 내곁에 있어주겠니
꽃처럼 어여쁜 아가야
천사같이 고은 그미소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
너는 우리들의 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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