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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중의 [프로빈셜 홀(Provincial Hall)(16)]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호접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말하는 '승자독식(The winner takes all)' 혹은 아바(ABBA)의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요(The winner takes it all)‼'라는 노래와 같이 승리한 자가 모두 가진다. 이 노래 가사에는 '패자는 몰락하죠. 간단하고 명백해요. 내가 어떻게 불평을 하겠어요.'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김철수는 조배죽들과 경쟁하였던 적이 없기 때문에 승자나 패자가 될 수도 없다. 몰락할 이유도 없고 불평할 이유도 없다. 간단하고 명백하다.

 

그런데도 김철수는 버티면 버틸수록 조배죽들에게는 호구(虎口)가 되어가고 있었다. 호구는 어수룩하여 이용 당하기 좋은 사람을 말한다. 영어로는 푸쉬오버(pushover)라 하여 살짝 밀어도 넘어지는 사람을 말하기도 한다. 조배죽들은 “이번 주말에 미깡 타도라(감귤 따달라)” “아이 논문 지도 해도라(해달라)”며 농담인 듯 아닌 듯 사생활에 도움을 요구했다. 전성시대가 되었으니 승자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김철수는 세상이 모두 이 모양인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편하게 살아 갈수도 있었는데 단호하게 거절하는 자신이 미련스럽다. '그러니 그 모양이지‼'라고 스스로 자신을 빈정댔다.

 

우찰방(禹察訪)은 자신의 차 열쇠를 직원의 책상 위에 툭 던지며 “세차를 하고 주유를 해 와‼”라고 명령했다. 부하 직원에게 비용을 부담하라는 뜻이다. 이 직원은 '다음에 한번만 더 해봐라‼ 가만있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었지만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다음 순서는 김철수의 차례다. '가짜 여비로 충당하는 수밖에....'라고 생각하였지만 이 순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우찰방은 대신 “아랫것들이 알아서 다 해 줘야 되는데 말이야. 요즘 것들은 안돌아가요‼”라고 질책하듯 내뱉었다. 김철수는 못 들은 척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어는 날 나이가 지긋한 중소기업체 사장님이 김철수를 찾았다. 복도에서 잠시 만나자 하여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다. 업무적으로도 전혀 관련이 없다. 이 사장님은 조용히 김철수의 바지 주머니에 하얀 봉투를 찔러 넣었다. 봉투를 받네 마네 옥신각신 할 수도 없는 형편이고 이유를 알지 못하였다. 이상하다 싶어 퇴근길에 회사에 들려 봉투를 돌려주면서 사정을 물어 봤다.

 

우창봉(愚熗熢)이 사무실에 들러 큰 잘못이 있는 것처럼 떠들어 대면서 “김철수를 찾아가서 잘 봐달라고 사정을 해라‼”고 했다는 것이다.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조차 모르고 잘못이 있으면 봐달라는 얘기다. 김철수는 한직에 전전하였기 때문에 인허가를 담당하거나 감독하는 사무를 처리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니 금품을 받을 이유도 없다.

 

김철수는 “사장님은 아무런 잘못이 없고 저는 업무권한도 없습니다. 저희들이 잘못했습니다.”고 빌었다. 그제서야 사장님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었다. 다음날 아침 출근하는 김철수에게 우창봉이 “혼자만 먹지 마라이(말라)‼”고 은근히 압박하였지만 상대를 할 이유가 없다.

 

김철수가 그 돈을 받아 우창봉에게 밥이나 술을 사주었다면 영락없이 뇌물을 받는 꼴이 된다. 반면에 우창봉은 공짜 밥과 술을 먹는 꼴이 된다. 뇌물 받는 자와 먹는 자가 다르다. 이 우창봉의 짓궂은 장난은 그동안 즐겨 써먹은 수법 같기도 하다. 주변 사람들이 "김철수가 뭘 받아 먹었다"며 수군거리는 것 같아 얼굴이 뜨거웠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구차스럽게 변명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김철수는 조배죽들의 노리개감이 되었고 시험대상이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도 조배죽들은 뭔가 보여주려는 듯 설레발이 요란스러웠다.

 

'무대뽀' 조배죽

 

몇 년이 지난후 김철수는 미국에 들른 길에 호접란 수출 농장을 찾았다. 캘리포니아의 농장은 직선거리로 수십분씩 자동차로 달려야 한다. 지평선이 안 보이는 대평원에 끝없이 펼쳐지는 광대한 농장을 연상하면서 차를 몰고 갔으나 예상과는 달리 조그만 시골의 골목길을 뱅뱅 돌아야 했다. 농장은 프로빈스 시골의 조그만 비닐 하우스 정도에 불과하였다.

 

프로빈스에서 여기에다가 수백억을 쏟아 부었다한다. “에∼효‼....이게 수백억짜리라고?” 김철수의 입에서 탄식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예전에 호접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요란법석을 떨었었다. 추진을 하네 마네 하면서 많은 관계자들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었다. 그러나 전임자들이 추진을 검토하였으나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서 포기를 한 사업이다. 김철수는 전문가들의 판단과는 다른 방향에서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호접란 사업은 노동 집약적인 사업이라서 수출에는 맞지를 않는다고 보았다.

 

이 사업은 다른 부서에서 추진하였다. 강압적인 지시에 따라 추진하였던 이 사업은 온갖 오욕을 뒤집어쓰고 수많은 의혹을 남기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김철수의 판단은 이렇다. 미국에 호접란을 수출하려면, 우선 종자를 파종하여 일정한 크기로 성장하면 묘종을 포트에 옮겨 심어, 다시 미국에 있는 농장으로 옮겨 심어야 한다. 거기에서 다시 일정한 크기로 성장하면 대형 화분에 옮겨 심어야 하고, 꽃을 피우는 시기에 맞추어 판매처로 공급하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고 모두 수작업에 의존하여야 한다.

 

단계별로 인건비와 이동 단계에서 운송비가 과다하게 소요되고, 꽃을 피우는 시기를 맞추어 판매처에 보내지 못하면 가치를 상실하는 위험이 매우 크다고 보았다. 필수품이 아닌 기호품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취향에 의존하여야 하고 시기를 상실하면 상품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는 점에서 시장성조차 의심스러웠다. LA 시내에서 보였던 조그만 꽃가게에서 낱개로 몇 개의 호접란 화분이 보이기는 했었다. “후우....” 긴 한숨을 쉬었다.

 

특히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의 복잡한 과정은 자동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생산하여 대량으로 공급되는 공산품에 비하여 위험이 매우 높다고 보았다. 그런 여러가지 이유로 매우 승산이 낮다고 보았다. 그런데도 조배죽들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능력이 없다 보니 전임자들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여 묻어버린 사업을 다시 꺼내 추진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후에도 자주 나타났다. 전임자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지만 결과는 더 나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래서 토를 달지 않고 총독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무대뽀' 조배죽이 필요한 모양이다.

 

김철수가 호접란 농장을 찾은 이유는 따로 있다. 프로빈스에서 같이 일하던 직원이 '우동춘의 모략에 빠졌습니다‼'라는 여운을 남기고 호접란 농장에 잠시 파견되어 머물다가 사라졌다. 김철수는 그 직원이 이용을 당하고 버림받은 사연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멀리 떠나고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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