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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동쪽 첫마을 ... 시흥리(始興里)김승욱의 [제주역사나들이](45) ... 10차 시흥리 탐방코스 (3)
김승욱  |  kswinn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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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04  15: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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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리(始興里)

   

심돌마을로 불리던 지명이 1904년 정의군수 차수광 시절 『시흥리(始興里)』로 마을 이름을 바꾼다. 당시 행정구역 개편으로 정의군에 속했던 종달리가 지금의 제주시 구좌읍으로 편입이 되면서 시흥리는 서귀포시 동쪽 첫마을이 되었다. 옛 정의군과 제주목 경계에 있어 정의군의 시작이 되는 마을이고 흥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마을호수는 약 200여 호였다.

   
▲ 두산봉에서 시흥리로 가는 길

​올레 1코스와 헤어져 시흥리로 발걸음을 옮기니 멀리서 성산일출봉이 고개를 빼꼼 내민다. 여느 제주의 시골길처럼 밭담사이로 길이 이어져 있다.

   
▲ 두산봉 응회환의 지층

두산봉은 비교적 수심이 있는 바다에서 화산이 폭발하여 화산재가 둥근형태로 쌓여 굳어진 응회환이라고 앞서 설명했다. 시흥리로 가는 길에 두산봉은 자신의 속살을 보여준다. 먼 옛날 화산의 분출물이 켜켜이 쌓여 굳어진 지층의 모습을 보란듯이 내어주고 있다.

제주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지질공원답게 닿는 발길마다 지질학적 특징을 느낄 수 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정말 그말이 맞다. 필자도 예전엔 그저 절벽이려니 했으니까.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어도 고향 제주의 속살을 느낄 수 있는 소박한 나들이가 정말 좋다. 느낌이 좋다.

   
▲ 배추꽃과 두산봉

한적한 밭담길을 걷다 살짝 무료해질 무렵 뜻하지 않게 만난 꽃밭이다. 한겨울에 핀 노란 꽃밭. 관광을 목적으로 일찍 파종한 꽃이 아니다. 내버려둔 밭에서 절로 피어난 배추꽃이다. 배추꽃과 유채꽃은 육안으로 구분이 힘들다. 다만 잎사귀로 판단할 뿐이다.

   
▲ 김승욱

겨울 제주의 들녁 곳곳엔 이처럼 버려진 듯 무심하게 피어있는 배추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길가 한 귀퉁이에도 피어 있고 밭 한가운데에도 피어 있다. 밭 주인은 그저 내버려 둘 뿐이다. 힘든 겨울을 나는 동안에 꽃을 피워내는 정성이 갸륵해서 일까.

배추꽃의 내음은 닮은 생김새 만큼이나 유채꽃과 구분이 안간다. 배추꽃 향기에 취하면서 코도 호강한다. 물론 그 내음에 호불호가 있지만 난 그저 좋다. 따뜻했던 한겨울 나들이에서 만난 뜻밖의 행운이다.

유채가 자연종 배추와 양배추간의 이종간 자연 교잡으로 생긴 종이라는 것, 이를 우장춘박사가 밝혀내어 당시 식물학계가 발칵 뒤집혔다는 사실은 덤으로 알게 되었다. 결국 유채나 배추나 한 형제였던 것이다.

   
▲ 수확이 끝난(?)무우밭

마을 곳곳에 무우밭이 있다. 제주는 당근과 더불어 월동 무우의 최대산지이다. 구좌읍을 비롯한 제주의 동쪽지형이 무우를 재배하기에 적합하다. 두산봉 안팍으로도 무우밭이 끝없을 정도로 자리한다. 올해는 무우값이 폭락하여 농민들이 울상이다. 수확을 안하고 내버려둔 밭이 지천이고 갈아엎은 곳도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자연의 이치와는 다르게 사람사는 세상은 이처럼 복잡하다.

   
▲ 빌레에 조성한 작은 분재원(?)

시흥마을 초입, 집주인은 집앞의 거대한 빌레를 화분삼아 자신만의 분재를 만들었다. 마을안에 위치한 거대한 빌레도 놀랍거니와, 빌레의 틈새에 흙을 다져놓고 소나무와 화초를 정성스레 심어 놓았다.

   
▲ 빌레에 심어진 소나무와 화초

사진찍기를 흔쾌히 허락하시는 주인장의 목소리에서 뿌듯함이 배어있다. 걷는 이만이 접할 수 있는 특권이다. 시흥을 들르면 한번쯤 가볼만하다.

   
▲ 시흥리 마을 안길
   
▲ 길가의 폭낭

올레의 한켠에 오래된 돌담과 폭낭이 서로 의지하며 겨울을 나고 있다.

   
   
   

제주의 여느 마을처럼 시흥리의 겨울은 고즈넉한 분위기로 나그네를 맞는다.

시흥리 마을 안길을 거쳐 어느덧 출발지인 송난포구로 돌아왔다.

따뜻했던 겨울 여정이 끝나간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욱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오현고를 나와 서울대 공대 건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육군 ROTC 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삼성물산 주택부문에서 일했다. 경영위치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공부를 더 한 뒤 에이스케이 건축 대표이사를 거쳐 제주로 귀향, 현재 본향건축 대표를 맡고 있다. 제주대 건축공학과에서 건축시공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주말이면 고향 제주의 벗들과 제주의 역사공부를 곁들여 돌담·밭담·자연의 숨결을 더듬고자 ‘역사나들이’ 기행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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