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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의 균열, 그리고 다시 생각하는 민주주의김승석의 [제주개발법제사(8)]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반대운동의 평가
김승석 변호사  |  duta8@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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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22  10: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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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법 반대 시위 [제이누리DB]

제주도 개발특별법의 제정 목적은 제주도를 국제적인 관광휴양지로 조성하기 위한 종합개발계획의 수립과 추진 동력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함인데, 이런 정책 가치와 목표가 제주도민들의 사회적 가치와 크게 괴리됨으로써 도민들의 적극적 제정 반대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보여 진다.

제주도 관광종합개발계획(1973∽1982년)과 제1차 제주도종합개발계획(1985∽1991년)을 중심으로 한 20여 년 동안의 관광주도형 지역개발은 지역 간 또는 산업 부문 간의 불균형 발전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도민들 다수의 부정적 인식이 깊었는데, 1990년 8월 공개된 개발특별법의 제주도 시안조차도 균형발전의 제도적 장치 설계에 소홀이 한 것이다.

도민들의 기대치에 미달하였다는 비판적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고 반대운동을 주도한 ‘제주도개발특별법제정반대 범 도민회’가 현재의 지역실정에 필요한 것은 개발특별법이 아니라 보전특별법이라고 주장하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형국으로 변했다.

이뿐만 아니다. 개발이익의 불공평한 배분을 완화시키기보다 오히려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까지 생겨났다. 개발사업의 시행으로 종전의 토지이용이 제한되거나 심지어 토지수용으로 생활터전을 빼앗겨 타지로 이주하거나 개발 주변의 자연파괴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아야 하는 고통까지 겪어야 했던 도민들이기에 두 번째의 화살에 찔리지 않으려고 반항한 것이다.

도민들의 반대가 저항적 지역이기주의에 기초하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 각종 성명이나 홍보물의 내용에 「도민」과 「외지인」, 「도내 기업」과 「외지 대자본」이라는 이분법적 개념이 표출되고 있어서 반대운동의 발단이 지역이기주의에 연원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지역이기주의와 전혀 무관하다고는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 반대가 지역주민의 생존권과 환경권의 보전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그 반대운동을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하는 것은 매우 편향적 시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입법은 국회의 전유물이고, 또 그 입법의 동기나 배경이 국가 및 지역의 상생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수혜자인 국민이나 도민들의 ‘법 감정’을 무시하면 결과적으로 ‘죽은’ 법(死法)이 되고, ’살아 있는‘ 법(生法)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개발특별법 제정반대운동은 그 기간이 1년 4개월이고, 반대시위에 참가한 연 인원이 1만 8000여 명이고, 점거와 농성 등의 물리적 투쟁으로 다수의 구속자와 부상자가 함께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비폭력, 평화운동이라 할 수 없겠다.

여기에다 대중매체의 특별법에 대한 높은 관심과 양용찬 열사의 분신사건은 반대 운동의 향방을 제시하였음을 물론, 대중운동의 기반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고 보여 진다.

이 반대운동은 도민여론을 찬·반 양쪽 분열시켜 사회통합의 저해하는 역(逆)기능을 낳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 당초의 시안과 달리 도민주체 개발방식이나 개발이익의 도민 환원 등의 제도적 장치를 신설함으로써 진일보했다는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다.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공과(功過)를 저울질하기가 두렵다. 왜냐하면 필자도 그 시안 작성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보고 느낀 바대로 순(順)기능과 역(逆)기능을 말하고 싶다.

첫째, 긍정적 측면을 살펴본다. 무조건 반대운동이 아닌 적극적 참여 투쟁은 사회적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으나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힘이 됐다. 지역사회와의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지는 새로운 법률의 제정이나 공공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관(官) 주도형 ‘결정-통보-방어(decide,announce, and defend)’와 같은 프레임이 깨지고 민주주의 훈련이라는 학습 효과를 낳아 그 후에 전개된 전국적 시민운동의 모델케이스가 되었다.

   
▲ 김승석 변호사

둘째, 부정적 측면을 살펴본다. 16개월 동안의 반대운동은 제주도가 추진하는 각종 개발사업과 정책 집행을 지연시킴으로써 행정능률과 정책의 공신력을 추락시켰다. 개발특별법 제정 과정에는 가치관의 갈등, 이해관계의 갈등, 구조적 갈등 등의 종류와 원인이 복합적이었는데, 갈등 당사자 사이의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은 뒷전으로 밀리고 1차 산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한 반대 측과 상공인과 개발이익의 직·간접적 수혜자들로 구성된 찬성 측의 쌍방형 감정적 대립으로 인해 지역사회가 균열되는 아픔을 낳았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석은? = 현재 제주불교신문 편집인이면서 변호사를 하고 있다. 인터넷신문 <제주의 소리> 발행인 겸 대표, 제주도 정무부지사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대한문학 제53호 신인문학상을 받은 '나 홀로 명상'(2009년, 불광출판) 수상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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