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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15)

일상생활에서 쾌도난마란 무슨 뜻으로 사용될까? 다른 사람이 생각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돌발적으로 일어나서 미처 손 쓸 사이 없는 상태에서 전광석화같이 예상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상대방을 타격해 일패도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략의 관건은 상규(관습) 속박에서 벗어나 남이 생각이 미치지 않는 틈을 타 정예의 능력을 집중해 기세, 기량에서 정확하게 승리를 얻는 것이다. ‘출기불의(出其不意)’가 중요하다.

 

남북조시대 북위(北魏, 386~534)의 고양(高洋)은 어릴 적부터 자질이 총명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타인들은 그의 진면목을 알지 못했지만 승상인 부친 고환(高歡)은 아들이 남다름을 느껴 자주 말했다. “이 녀석은 견문이나 생각, 지모가 나를 뛰어넘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기 아들 6명 중에 누가 제일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였다. 능력을 시험해 보기로 한 고환은 잔뜩 얽히고설킨 삼실을 아들들에게 하나씩 주고는 풀어보라고 하였다. 모두 얽혀 있는 삼실을 한 가닥씩 풀어내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데 둘째 아들 고양(高洋)은 칼을 뽑아 단번에 실타래를 잘라버렸다. 그러고는 “어지러운 것은 베어 버려야 합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고환은 고양이 나중에 크게 될 인물이라고 생각하였다. 나중에 고양은 동위(東魏, 534~550)의 황제 자리를 찬탈해 북제(北齊, 550~577) 정권을 세웠다.

 

 

다른 사례를 보자. 하후무(夏侯懋〔楙〕)가 복양(濮陽)을 지키고 있었다. 여포(呂布)가 장수를 파견해 거짓으로 투항하게 한 후 기회를 틈타 현지에서 하후무를 납치해 인질로 삼고 재물을 요구하자 여러 장수들은 속수무책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호(韓浩)가 홀로 군대를 이끌고 군영의 문밖에 주둔해 장수들에게 행동을 잠시 멈추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서 군영을 안정시켰다. 한호가 하후무가 머물고 있는 곳에 찾아가 납치해 인질로 삼고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 “너희는 흉악무도하고 비열하구나. 어찌 감히 우리 대장군을 납치할 수 있더란 말이냐. 너희는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구나. 나는 도적을 토벌하라는 명령을 받고 왔다. 장수 한 명을 납치해 인질로 삼는다고 하여 너희가 제멋대로 저지른 못된 짓을 방임할 수 있겠느냐!” 그러고서는 울면서 하후무를 찾아가 “국법과 관련된 일이니 제가 어찌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을 건네자마자 신속하게 병사를 불러 인질로 잡고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였다. 인질범들은 놀라고 두려워 고개를 떨어뜨리고 용서를 빌었다. 한호는 즉시 인질범 모두를 잡아들였다.

 

조조(曹操)가 그 사실을 듣고는 한호의 행동을 높이 평가하면서 명령을 내렸다. “지금 이후로 사람을 납치해 인질로 삼은 인질범을 만나면 반드시 전력으로 그들을 공격하라. 납치된 인질 때문에 망설이지 마라.” 그때부터 납치해 인질로 삼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다.

 

‘쾌도난마’ 수법으로 문제를 처리하는 것은 상대와 대적할 때 반드시 알아둬야 하는 책략일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운용할 수 있는 묘법이다. 놀랄만한 효과가 있다.

 

여공필(呂公弼)은 송(宋) 왕조 명재상 여이간(呂夷簡)의 아들로 성도(成都)를 관리할 때 정무를 가혹하지 않고 관대하게 처리하였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가 위엄과 결단력이 없다고 느껴 그에게 강하게 반박하거나 속이는 경우가 있었다. 여공필은 그런 상황을 고쳐야겠다고 결정하였다.

 

어느 날, 그의 부하가 법을 어기는 일이 발생하였다. 법에 따라 마땅히 장형을 받아야 했지만 그 병사는 장형을 받지 않겠노라고 큰소리로 떠들어대면서 “차라리 칼로 나를 죽여라!”고 외쳤다. 여공필이 그에게 말했다. “너에게 장형을 내리는 것은 국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네가 칼로 죽여 달라는 것은 네가 원하는 일이다. 지금 먼저 장형을 받고난 연후에 다시 참수하겠노라.” 그렇게 간단명료하게 항명하는 부하를 처리하였다. 무슨 다른 커다란 이치가 필요하겠는가? 이후 모든 부하들은 숙연해졌다. 어떤 이도 다시는 방자하게 굴지 못했다.

 

 

‘쾌도난마’를 실행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결심과 의지가 대단히 중요하다. 적어도 자신의 행동에 성패가 걸려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아야하고 “장사는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니”라는 사상을 갖춰야한다. 대담하게 모험할 수 있어야한다. 모험을 즐길 줄 알아야한다. 시원시원하게 처리하지 못하여 맺고 끊는 맛이 없으면, 망설이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각 방면을 빈틈없이 돌보아 구석구석까지 샅샅이 고려하면서 피상적인 것에 머물면, 어떤 때에는 실패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인물]
○ 하후무(夏侯懋) : 무(楙), 자는 자림(子林), 삼국시대 위나라 장수, 패국(沛國) 초현(譙縣, 현 안휘〔安徽〕 박주〔亳州〕) 사람으로 대장군 하후돈(夏侯惇)의 아들이다.

 

○ 여포(呂布, ?~199), 자는 봉선(奉先), 오원군(五原郡) 구원(九原)현(현 내몽고 포두시〔包頭市〕, 구원구〔九原區〕, 마지진〔麻池鎭〕 서북쪽) 사람이다.

 

○ 한호(韓浩) : 자는 원사(元嗣), 하내군(河内郡, 현 하남 무척〔武陟〕 서남쪽) 사람으로 동한 말기 조조(曹操) 휘하의 장수다.

 

○ 여공필(吕公弼, 1007~1073), 자는 보신(寶臣), 수주(壽州, 현 안휘 봉대〔鳳台〕 사람으로 북송시기 대신이다. 송 인종(仁宗) 때 명재상 여이간(吕夷簡)의 둘째아들이다.

 

① 쾌도난마(快刀亂麻), 쾌도참난마(快刀斬亂麻) :

 

“잘 드는 칼로 헝클어져 뒤엉킨 삼실 가닥을 단번에 잘라 버린다.” 복잡한 사안을 명쾌하게 처리하는 것을 비유한다. 헝클어진 삼실을 잘 드는 칼로 자르듯이 복잡하게 얽힌 사물이나 비꼬인 문제들을 솜씨 있고 바르게 처리하여야 한다.

 

② 일패도지(一敗塗地) : 싸움에 한 번 패하여 땅에 떨어진다는 말로 한 번 싸우다가 여지없이 패하여 다시 일어나지 못함을 뜻한다.

 

유방(劉邦)이 태어난 고장 패현(沛縣)도 진(秦)나라에 대항하는 소용돌이에 휩쓸려가고 있었다. 현 지사는 반란군 편에 서려고 했으나 유방을 내세워 위엄을 보이자고 간하는 사람이 있었다. 지사는 수긍하고는 유방을 데리러 보냈다. 100명 정도의 부하를 거느리고 나타난 유방을 본 순간 지사는 겁이 났다. 오히려 유방에게 당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사는 성문도 열지 않고 유방을 되돌려 보냈다. 유방은 성안의 장로들에게 편지를 화살에 매달아 쏘아 보내 천하의 정세를 설명하였다. 이에 장로들은 지사를 죽여 유방을 맞아들이고 새 지사가 되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때 유방이 말했다. “천하가 혼란에 빠진 지금 지도자가 무능하면 일패도지하는 것이 십상이오. 결코 목숨이 아까운 것은 아니요. 내가 위에 서면 여러분이 장차 길을 잘못 들게 되기 때문이오. 달리 적당한 인물을 골라주었으면 좋겠소.” 장로들이 권했다. “평소부터 당신에게는 불가사의한 일만 일어나고 있소. 귀인이 될 운명인 것이오. 점을 쳐 보아도 당신이 제일 적당하다고 나와 있소.” 이리하여 유방은 패현의 지사가 되었다.(『사기(史記)』) 일패도지하는 말은 보통 싸움에 패했을 때에 쓴다. 원래는 장차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③ 출기불의(出其不意) : 어떤 일이 뜻밖에 일어나다, 각지 않던 판에 나서다 뜻이다.

 

세(勢)라고 하는 것은 이(利)로 인하여 권을 제하는 것이다. 병법이라고 하는 것은 궤도(기만술)다. 이익으로 그것(적)을 꾀어낸다. 그것을 혼란시켜 취한다. (적의 역량이) 실(實)하면 그것을 대비(備)한다. 강한 적은 피한다. 적이 화내면 집요하게 도발한다. 비굴함으로써 적을 교만하게 만든다. 적이 안정되어있으면 피로하게 만든다. 적이 화목하면 이간시킨다. 대비가 없는 곳을 공격하고 뜻하지 않았던 곳을 공격한다.(勢者,因利而制權也.兵者,詭道也.利而誘之.亂而取之.實而備之.强而避之.怒而撓之.卑而驕之.佚而勞之.親而離之.功其無備,出其不意.)(『손자병법(孫子兵法)·계편(計篇)』)

 

④ 장사일거불부환(壯士一去不復還) :

 

형가(荊軻)는 진시황(秦始皇)을 암살하려던 자객이다. 진시황에게 복수심으로 불타는 연(燕)나라 태자 단(丹)의 부탁으로 형가는 상복 차림을 한 태자와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역수(易水)에 다다랐다. 형가의 친구 고점리(高漸離)가 축(筑) 악기를 타고 형가는 곡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바람은 소소한데 역수마저 차구나. 장사는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하리니(『역수가(易水歌)』).” 형가는 자신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진시황에게 연나라 지도를 바치며 지도 속에 넣었던 비수를 꺼내 진시황의 소매를 잡으며 칼로 찔렀으나 칼은 빗나가고 서로 쫓고 쫓기는 상황이 벌어지다가 환관이 약낭(藥囊)을 던져 형가를 방해할 때 진시황은 장검을 어깨 뒤로 뽑아 형가를 잡는다. (『사기(史記)·자객열전(刺客列傳)』)

 

『역수가(易水歌)』 : 바람은 쓸쓸하게 불고 역수 강물은 차갑도다. 장사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니. 호랑이 굴을 찾아 이무기의 궁으로 들어가노라. 하늘을 우러러 한 번 외치노니 흰 무지개를 이루었도다.(風蕭蕭兮易水寒,壯士一去兮不復還.探虎穴兮入蛟宮,仰天噓氣兮成白虹.)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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