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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자리가 다 어디 갔을까' ... 상심에 빠진 제주[우럭삼춘 볼락누이-민요로 보는 제주사회와 경제(3)] 우럭삼춘 볼락누이
진관훈 박사  |  adel@jejut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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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26  10:5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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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다. 제주바다에 살던 우럭조카가 꿈을 꾸었다. 그런데 그 꿈이 하도 요상하여 이웃집 볼락삼춘에게 기억나는 내용을 상세히 얘기했다. 이를 다 듣고 난 볼락삼춘은 ‘조심해라. 특히 내일 사, 오시에는 절대 밖에 나가지 말라’라며 우럭조카에게 충고했다. 어차피 그리될 운명이었나. ‘어따 무신 일 싯수강’이라며 설렁 설렁 대답하고, 다음날 시간 맞춰 마실 나간 우럭조카의 시야에 들어온 죽음의 유혹은 ‘혼들혼들’ 새우였다. 볼락삼춘의 신신당부를 까맣게 잊은 우럭조카는 ‘에따’ 새우를 먹었고 그 순간 ‘그만’ 이었다.

제주민요 ‘생선노래’의 줄거리이다. 이어 말미에 맛이 좋은 옥돔, 맛이 좋은 미역, 잘 잡히는 생전복, 거름에 좋은 듬북, 비늘 없는 갈치 등 당시 제주바다를 주름잡았던 해산물들의 무용담을 우화(寓話)하였다.

볼락 삼촌 들어 봅서 우럭 조캐 무승것고?
간밤의 꿈을 보난 홍낚시에 걸려져 베곡
대구덕에 앚아 베곡 더운 불로 초아 베곡
단 불로 초아 베곡 용상도 타 베곡
굽은 절로 마타 벱디다

우럭삼춘 들어 보게 볼락누이 들어 보게 코생이조케 들어 보게
지난밤의 홍낚시에도 은단칼로 맞아 베곡
백모칼로 허터 베곡 벡탄칼로 초아 베곡
절 삼 베도 마타 베여라

간밤의 꿈을 보난 벡 발 술에 올라 베고
은낚시에 걸려 베고 대구덕에 들어 베고
돔베 모를 테워 베고 은장도를 쿰어 베고
백모살을 허터 베고 은대양에 누워 베고
노픈 상에 올라 베고 절 삼 베도 마타 베고

생성삼춘 들어봅서 엊치냑에 꿈을 보난
쒜 공쟁이 물러 베고백 발 술로 차 베고
대구덕에 담아 베고 은단칼을 쿰어 베고
돔베 우의 올라 베고 백모살을 허터 베고
벡탄불을 초아 베고 늬 발 상을 받아 베고
절 삼베도 마타 베고 술 석잔도 받아 베고

아이고 게민 조심호라
늴 사 오시 뒈거들랑 이레 저레 나가도 말라
어따 무신 일 싯수강
사 오시 뒈연 나간 보난 세위놈이 혼들혼들
에따 요거 먹어 보라 먹으난에 그만이여

저 바당의 우럭 선성 굴레 커신 우럭 선성
맛이 좋은 올톰 선성 맛이 좋은 메역 선성
잘 부뜨는 셍복 선성 거름 좋은 듬북 선성
곳된 오민 고생이 선성 비늘 웃인 갈치 선성
고메기 축에 소두리 선성 쫌뿍 부뜬 오본작 선성

* 세위=새우, 고생이=용치, ᄀᆞ메기=쨈물우렁, 소두리=두드럭고둥, 오본작=오븐작, 떡조개, 듬북=모자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주바다는 ‘물 반, 고기 반’이었다. 보리가 익을 무렵이면 바다는 알이 밴 보리자리와 보리멜 차지가 되어 송곳 꽂을 틈조차 없었다. 이를 모르고 불쑥 빈 막대 하나 들여 놓을라 치면 그 나무막대 부여잡고 앞 다투며 올라오는 바다의 소영웅들을 맞이해야 했다.

   
▲ 병문천 하류에서의 멸치잡이 [사진=제주도]

이렇듯 굳이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지 않고 해안가에서 낚싯대를 던져 놓아도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우르르 딸려 나왔다. 얼마 전 평생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는 친구가 해준 말이다. ‘초등학교 때 바닷가에 있었던 자기 집 마루에 앉아 대나무 낚싯대로 엄청 많은 바다고기를 잡았노라.’ 그 친구 추억담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그 시절 바닷물에 발을 담그면 수많은 물고기들이 내 발 주위로 몰려들었다. 물론 그 물고기들은 내 발보다 각질이 많은 아버지 발을 더 선호했다. 나중 알고 보니 그들이 바로 ‘닥터 피시’였다.

대략 100년 전 제주바다에는 멸치, 고등어, 저립, 자리, 돔, 옥돔, 벳돔, 감성돔, 볼락, 갈치, 복어, 바다장어, 넙치, 숭어, 은어, 상어, 오징어 등이 우굴 우굴 했다. 남군에서는 ‘옥돔’을 생선이라 했다. 북군에서는 이를 ‘솔라니’라 부른다는 걸 고등학교 때 제주시 와서 처음 알았다.

지금 대표적 제주 특산물인 고등어, 갈치는 50년 전만 해도 생선 축에 끼지 못했다. 고등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꽤 있었고 ‘그 맛있다’는 갈치호박국을 안 먹는 사람도 많았다. 고등어는 지금도 멸치 떼에 섞여 제주바다를 찾아온다. 예전엔 멸치와 함께 어획하고 말려 비료로 쓸 정도 풍족했다. 갈치 역시 제주도의 풍성한 어류 중 하나로 염장(鹽藏)하여 내다 팔거나 간혹 어비(魚肥)로 쓰였다.

멸치는 원담(石堤)을 쌓아 당망(攩網)으로 잡았다. 이를 ‘멸치 후린다’고 한다. 이에 관한 민요도 많다(별도의 연재물로 소개할 예정). 1930년대 전 세계가 경제 대공황(大恐慌)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거렸지만 제주도의 어느 한 마을은 멸치 풍년으로 인해 호경기를 누렸다.

“경제공황으로 방방곡곡에서 별별 참극이 연출되는 이때에 구좌면 월정리(月汀里)에는 멸치(鰯)이 풍산(豐産)으로 외지로부터 약 삼만 원의 돈이 들어와서 전무후무한 호경기를 이루었다”(동아일보, 1932.11.11.).

예나 지금이나 제주 특산물인 자리는 24년 전까지만 해도 바닷물 보다 더 많았다. 그런데 바다 수온 상승으로 독도 앞바다로 올라가 버렸다. ‘그 많던 자리가 다 어디 갔을까’ 하며 ‘자리젓에 콩잎 몇 장’이면 세상 부럽지 않던 제주사람들은 상심에 빠져있다. 한때 본의 아니게 제주관광 이미지를 흐려놓았던 옥돔 역시 제주도에 가장 흔하게 퍼져 있는 어류로 연중 어획이 가능했다. 당일바리 옥돔에 미역이나 무를 넣은 ‘옥돔국’은 저승에서도 자주 찾는 제주의 맛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얕은 해안의 해조 군락이 있는 암초대에 무리를 지어 사는 토착어인 볼락(보들락)은 고망낚시로도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우럭 역시 해안 바위 사이에서 무리지어 서식하기 때문에 오죽했으면 ‘우럭 호나 쯤이사’할 정도로 마음만 먹으면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오징어, 저립, 복어, 은어, 장어, 모도리(큰상어귀상어), 흉상어, 굉이상어, 수염상어 등 다양한 어류가 풍성했다.

   
▲ 진관훈 박사

제주민요 ‘우럭삼촌’은 제주바다에서 흔히 잡히는 물고기인 우럭을 의인화하여 어느 며느리의 시집살이를 풍자한 노래이다. 시집살이 떠나는 딸에게 친정어머니는 ‘말 안하고 3년, 귀 막고 3년, 눈 감고 3년, 합해 9년만 참고 살라’고 당부했다. 그래서 시집온 며느리는 누가 뭐라 해도 아무 말 안했다. 그랬더니 시어머니가 오히려 답답하다면서 남편에게 친정에 데려가라고 야단쳤다. 그렇게 소박맞고 친정 가는 길에 마주친 꿩에게 며느리는 ‘꿩꿩 장서방 어떵어떵 살암디’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꿩을 잡아다 부리는 시누이, 날개는 시어머니, 살찐 뒷다리는 시아버지 드리고 정작 부부는 썩을 대로 썩은 가슴을 먹었더니 이제는 잘살게 되었다는 시집살이 사연이다. 시집살이에 관한 제주민요는 세분화되어 있다. 시집으로 가는 길, 시집 가족(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누이)에 대한 원망, 시집관(觀) 등(별도 연재물을 통해 소개할 예정임).

우럭삼춘 멩심 헙서 지난밤에 꿈을 보난
쒜바농도 입에 물어 벱디다 훌쳐도 벱데다
대구덕에 좀도 자 벱디다 장도칼도 옆의 차 벱데다
좋은 쌀도 맞아 벱데다 혼불도 좋아 벱데다
절도 삼 베 맡아 벱데다 술도 삼 잔 맡아 벱데다

빚나름도 촘아헌게 훌쳐도 가는고 훌쳐도 가는고
옛날 옛날 씨녁살이 호젠 호난 친정 어멍이 호는 말씀이
씨집이 가민 말 몰랑 삼년 귀 막앙 삼년 눈 어두겅 삼년
아홉 헤 구년만 살암시민 살아진 덴
호난 벨거옌 골아도 속솜 헤연 살아가난 씨어머니가 호는 말씀
답답헤연 못살켄 아들고란 친정에 돌아가 불렌 헤여간다
친정더레 에어 돌아 가노렌 호난

꿩은 아잣단 꿩꿩 호멍 담우터레 올라아지난
그 메누리가 말 골아가는고 말 골아가는고
꿩꿩 장서방 어떵어떵 살암디

쫑쫑 부리를 씨누이나 주고 덕덕 놀개를 씨어멍이나 주고
솔진 뒷다리를 씨아방이나 드리고
간장 썩고 속썩은 가심이를 님광 내나 먹젠 호난
남편님은 돌안 돌아오란 잘 살아가는구나 잘 살아가는구나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참고자료>

제주시수산업협동조합(1989), 「濟州市水協史」.
稻井秀左衛門(1937), 「朝鮮潛水器漁業沿革史」, 조선잠수기어업수산조합.
김영돈(2002), 「제주도 민요연구」, 민속원.
좌혜경 외(2015), 「제주민요사전」, 제주발전연구원.
제주연구원〉제주학아카이브〉유형별정보〉구술(음성)〉민요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o?cid=210402)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etail.do?cid=210402&mid=RC00088977&menuName=구술(음성) > 민요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 역임, 현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제주대학교 출강.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 『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오달진 근대제주』(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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