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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에 직면해서도 침착하면서 기회를 잡아야한다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16)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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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30  11: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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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옛사람들은 ‘동(動)’과 ‘정(靜)’의 변증관계를 이해하고 있었다. “정으로 동을 제압(以靜制動)”하는 수단으로 모순을 해결하는 데에 능했다. ‘정(靜)’은 꼼짝하지 않는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고요함이다. 잠잠함이다. 평정이다. ‘정(靜)’할 때도 시간은 흐른다. 형세도 변한다. 기회도 시시각각 다가온다. 차량의 흐름에 따라 운행하면서 사물을 보는 것과 같다. 멈춘 것 같으면서도 흐른다. 사물은 정지해 있으나 그것을 보는 차량 속의 시각은 각각 다르다.

당(唐, 618~907)나라 헌종(憲宗, 778~820) 때 배도(裴度)는 중서령의 직위에 있었다. 어느 날, 수하가 허둥지둥 달려와 인장(印章)이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하였다. 관리가 된 자가 인장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실로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라 경시할 수 없었다. 그런데 배도는 보고를 듣고도 당황하거나 허둥대지도 않고 고개만 끄덕이며 알았다고 하면서 좌우에 경고하며 말했다. “인신(印信)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맡겨 보관하라고 했으니 호들갑을 떨지 마라.”

좌우에 있던 사람들이 당황해 어쩔 줄을 몰라 할 줄 알았던 배도가 태연자약하니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배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게다가 배도가 인장을 잃어버린 일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것 같이 행동을 하니 좌우에 있던 사람들이 더욱 놀랐다. 배도가 그날 밤 관청에서 주연을 열어 술을 마시며 즐기는 것이 아닌가. 아무런 얽매임도 없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을 보니 인장을 잃어버린 일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게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주연을 베풀어 반쯤 거나하게 취할 때 쯤 어떤 사람이 인장이 원래 자리에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좌우의 수하들이 황급하게 배도에게 보고하였다. 배도는 전과 다름없이 전혀 개의치 않는 듯이 술을 마셨다. 마치 인장을 잃어버린 적도 없다는 듯이 상관하지 않았다. 그날 밤, 주연은 즐거움으로 가득하였다. 마음껏 즐기고 연회를 마친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편안하게 쉬었다.

주변 인물들은 의아함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배도가 어찌 그리도 태연자약할 수 있는지 궁금하였다. 대나무를 그리기 전에 마음속에는 이미 대나무의 형상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속에 무슨 타산이 있어서 그렇게 했는가. 얼마 지나지 않아 좌우의 그런 심사를 알아차리고 있다는 듯이 배도는 인장을 잃어버린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 하였다. “인장을 잃어버린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인장을 관리하는 관리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가서 사용한 것이 분명하였다. 교묘하게도 바로 그때 그대들에게 발각된 것이라 보았다. 만약에 당시에 주절주절 거렸다면 인장을 훔쳐간 사람이 큰일이라고 생각해 황망 중에 증거를 없애려 하였을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가 몰래 인장을 없애버렸다면 어찌 찾을 수 있었겠는가? 우리가 서두르지 않고 일을 처리해 황망함을 노출시키지 않았기에 인장을 훔쳐간 사람도 당황하지 않게 해 나중에 인장을 몰래 원래자리로 돌려놓게 만들지 않았는가. 그래서 인장도 아무 걱정 없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고. 나는 그렇게 하였던 것이네.”

   

창졸지간에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당황해 어쩔 줄 모르게 된다. 당황하게 되면 일을 해결하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큰 혼란만 야기하게 된다. 생각해보자. 만약에 쌍방이 다툴 때 상대방이 당황한 틈을 타 유리한 정보를 얻게 되고 심지어 위기를 틈타 공격해오면 설상가상의 상황이 되지 않겠는가.

긴급한 시기에 마땅히 위험에 직면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아야 하고 어떤 변화에도 당황하지 말아야한다. 불변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응하여야한다. 바람이 불든 비가 오든 마음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고도의 침작함과 냉정함으로 형세를 분석하여야한다. 이것이 현명함이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풍부하여야 하고 남을 능가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뛰어난 심리적 소양이 있는 인물이어야 가능하다.

문언박(文彦博)은 연회를 베풀어 연회를 즐기기를 좋아하였다. 일찍이 현에서 격구하면서 밤늦도록 그치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를 따르는 사병들이 불만을 품어 모반하여 군사를 일으키려고 기회를 보고 있다가 봉기해 여름에 말을 가두는 우리를 불태웠다. 주변 인물들이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 장교가 그 일을 문언박에게 보고하자 함께 있던 손님들은 그 소식을 듣고는 다리를 바들바들 거리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는데 문언박은 일부러 말했다. “날씨가 너무 춥구먼. 이런 김에 그들에게 불쏘시개로 삼아 따뜻하게 지내라고 하시게.” 태연자약한 기세로 변함없이 술을 마시고 즐겼다. 그러자 사병들은 한꺼번에 맥이 풀려 소동이 크게 번지지 않았다.

   

화는 불과 같다. 화를 돋우면 돋울수록 세어지게 마련이다. 땔감을 치워버리면 불은 자연스레 꺼지게 된다. 이런 방법으로 난동을 잠재울 수 있다. 분쟁을 멈추게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정(靜)’이란 일종의 ‘동(動)’이라 말할 수 있다. 맹목적인 난동을 피할 수 있다. 은밀하게 실력을 숨기어 상대를 놀라게 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정(靜)’을 알면 번다하고 다변하는 정세 속에서 필요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때에는 기회가 제 발로 찾아오기도 한다.

 

 

 

 
▲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인물]

○ 배도(裴度) : 765~839, 자는 중립(中立), 하동(河東) 문희(聞喜, 현 산서〔山西〕 문희 동북쪽) 사람이다. 당나라 중기 때 걸출한 정치가요 문학가이다.

○ 문언박(文彦博) : 1006~1097, 본 성은 경(敬) 씨, 자는 관부(寬夫), 호는 이수(伊叟), 분주개휴(汾州介休, 현 산서성 개휴시) 사람이다. 북송 때 유명한 정치가요 서화가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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