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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질 매영 살아 보게 메와 들멍 나여 메게'[우럭삼춘 볼락누이-민요로 보는 제주사회와 경제(4)] 검질 매는 노래
진관훈 박사  |  adel@jejut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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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03  10: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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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질 매는 할머니.

잡초는 뽑고 또 뽑아도 금세 다시 생겨난다. 다 뽑고 나서 뿌듯한 마음으로 뒤 돌아 보면 이내 파릇파릇한 잡초 새싹들이 와글와글 고개를 내민다. 오죽했으면 ‘다 매영 돌아사 보민 또시 북삭헌 검질’이라며 한탄했을까. 이는 한번이라도 잡초를 뽑아 본 사람이면 다 뼈저리게 경험했던 사실로 농학적 근거가 있다.

잡초 씨는 햇빛을 받으면 발아가 시작되는 ‘광발아성(光發芽性)’ 성질이 있다. 때문에 사람들이 잡초를 뽑아내면 아래에 있던 잡초 씨에 광(光)이 닿아 잠자던 잡초 씨의 발아가 유도된다. 제초작업 덕분으로 경쟁식물들이 사라져 다음 차례가 된 잡초 씨는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을 신호로 일제히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농사도 마찬가지다. 밭에 김을 매면 지표면 김이 없어져 땅속으로 햇빛이 잘 든다. 게다가 뿌리 끝까지 뽑아 흙을 뒤집어 놓으면 흙 속까지 햇빛이 들어간다. 그러면 그때까지 때를 기다려왔던 김 씨앗들이 이를 신호로 일제히 발아를 시작한다.

검질 매게 굴 너른 밧듸(밭에) 임을 돌앙 메여 가게
실픈 일랑 그만두게 요 농국(農穀)을 지여다근
늬영 나영 고찌 먹게 저디 가는 저 선비야
검질 매영 살아 보게 메와 들멍(모여들며) 나여 메게
고찌 메는 우리 임은 어느제 간덜 빈(변)호리까

검질 짓곡 굴 너른 밧듸 사데(사디)로나 우경 메게
앞 멍에랑 들어 오곡 뒷 멍에랑 물러가라
사데 불렁 검질 메게

검질 짓곳 굴 너른 밧듸 조라움이 네 벗이로 고나
검질 짓곳 굴 너른 밧듸 사디 불렁 요 검질 메자
비온 날에 웨(외)상제 울 듯 소리로나 여헤여 간다

구몰코이 삼천코라도 베릿배가 주쟁이여
낮 요기호믄 담벳불이랑 부찌기도 말아근에
어서 재게 들어나 사라 저 헤 지기 전에 재게 튿게
너른 밧듸 좀씨 뿌련 붕에 눈을 부릅뜨멍
삼각수를 거두우멍 앞 멍에로 혼저 가자

넙이(넓이) 넙곱 고지(이랑) 질곡 밋(밑) 검질도 짓인 밧듸
혼 골 메고 돌아 보난 점심때가 넘어 감져
두 골 메고 돌아 보난 담베 참이 다 비엇고나
싀(세) 골 메고 돌아 보난 다름 징심 다 나와도
요내 징심 안 나왐져

노픈 산에 눈 놀리듯 야픈 산에 재 놀리듯
약수 장마 비 보롬 치듯 대천바당 물절(물결) 놀 듯
혼저혼저 메여 가게
다몰고찌 도다 들엉 너른 목에 펀깨(번개)치듯
좁은 목에 베락치듯 화닥화닥 메여 보게

* 검질=김, 굴=동산이 아닌 얕고 펑퍼짐한 땅, 사디=김매는 노래, 후렴 ‘여기 요랑 사디야’에서 나온 말, 다몰고찌=거침없이 앞으로 다가서는 모양이나 불평없이 순종하는 모양

금비(金肥) 보급 이전의 전통사회 제주지역 농사는 ‘잡초와의 전쟁’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의 전통농업은 낮은 토지생산성을 노동생산성(특히 여성노동의 강화)으로 보충하는 조방적 농업방식이다. 화학비료와 제초제가 나오기 전 제주지역 농지 대부분은 토질이 안 좋고 잡초가 많아 농사는 그야 말로 ‘목숨을 건 투쟁’이었다(실제로 더운 여름 ‘조 검질’ 매다가 통풍이 안 되는 밭에서 질식해 죽는 경우도 있었다). 오죽했으면 며느리는 잡초가 많은 ‘진 밭’을 주고 딸은 잡초가 덜 한 ‘뜬 밭’을 준다 했을까.

밭은 논(水田)에 비해 잡초가 많다. 그리고 제초는 여성노동의 몫인 경우가 많았으므로 제주 여성 노동이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제주 농업에서 여성노동 비율은 57.5%를 차지한다. 이처럼 제주 농업에 있어서 여성노동 투입비율이 높았던 이유는 제주 농업이 제초제와 비료 사용이 적은 전작(田作) 중심이었다는 데 있다. 그런 연유로 시집간 뒤 사흘 만에 은가락지 끼던 새색시 손에 골갱이 자루 쥐어주며 ‘검질 매러 가라’고 등 떠밀었다.

씨집간 듸 사흘만의 검질 메레 가랜 호난
검은 가죽신 신단 발에 집세기가 무신 말고
은가락지 찌단 손에 골갱이 초록(자루) 무신 말고

아침 사디 베고픈 사디 징심(점심) 사디 조라움 사디
조냑(저녁) 사디 님 그린 사디 사디 사디 제절로 남져
아침 사딘 늦어도 좋곡 남낮 사딘 방울방울
조냑 사딘 조직조직

앞 멍에랑 들어나 오라 뒷 멍에랑 멀어나 지라
앞읜 보난 태산이여
뒤엔 보난 멘산이여 뒤에서 또른건 보난
혹너월(너울)광 청너월 새에 흘르는 건 눈물이어라

앞 멍에엔 곤 각시 앚안 혼저 오랜 손만 친다
손치는 듼 낮이나 가곡 눈치는 듼 밤이나 간다
앞 발로랑 허위 치멍 뒷 발로랑 거둬 차멍
혼소리엔 두 줌 반 썩 두 소리엔 석 줌 반 썩
혼저혼저 메여나 보게

앞읜 보난 태산이곡 뒤엔 보난 펭지로 고나
뒷 멍에랑 무너 나곡 앞 멍에랑 들어오라
구리쒜 고뜬 주먹으로 노각(鹿角) 고뜬 어께 드난
태산고찌 메여 진다

어떤 년은 팔제가 좋앙
고대 광실 노픈 집의 와랑 과랑 살건마는
우리고뜬 설룬 인싕(인생) 밧 이렁 세는 게 무신 말고

제주지역 농촌에서 남자들이 주로 기경(起耕), 진압(鎭壓) 등과 부역, 토역, 건축, 어업, 기타 힘으로 하는 일을 했다. 여성들이 주로 맷돌, 절구, 잠수업, 망건, 탕건, 갓 짜기, 물 긷기, 세탁, 재봉, 요리 등을 했다. 남녀 공동으로 하는 일로 제초, 수확, 비료운반, 가사 등이 있다.

* 진압농업(鎭壓農法)=뜬 땅에서 파종된 씨앗이 발아하기 전에 남태와 돌태 등을 이용하거나 말을 이용하여 잘 밟아주지 않으면 곧 건조해져 토양은 부석거리면서 바람에 날리기 시작한다. 따라서 밭을 밟게 되면 모세관 현상이 촉진되고 토양의 바람 날림 현상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산촌의 여성은 밭갈이 뒤의 흙 부수기, 파종, 흙 밟기, 탈곡, 풍선(風選), 맷돌, 절구, 양돈, 양계, 물 긷기, 취사, 부역 등과 같은 육체적 노동과 육아, 부조, 친족 교제, 금전 출납, 조상제(祭) 등을 겸했다.

산엔 가민 살장귀(살장구) 소리 고진(수풀) 가민가민 우김새 소리
저 드르(들)헨 푸습새 소리 밧듼 들민 골강쉐(골갱이) 소리
집읜 들민 정고레(고래, 맷돌) 소리 베엔 가민 벳방귀(뱃고동) 소리
물엔 들민 솜비질(숨비질) 소리 물에 들민 섬의 절(물결) 소리
귀에 젱젱 울리는 구나

선소리랑 궂이나 망정 훗소리랑 소랑소랑
너긔 성선 누길런고 날보단 더 잘 호여라
선소리랑 궂을망정 훗소리랑 크징크징
먼 딋 사름 듣지 좋게 밋듸 사름 구경 좋게
검질 사데(사디) 느직느직 검질 손이랑 조직조직

손콥으로 뽑아 가멍 발콥으로 밀어 메멍 혼저 펄짝 들어메게
쉐경놈의 곱은쉐(호미)로 검질 짓곡 골너른 밧듸 혼져 검질 메여가게
어서 대강 나여 메자 혼소리에 덜삭거령 어긴여랑 동겨메자

얼싸 공중에 뜬 지레기(기러기)
일로 가카 절로 가카 호단 이밧데레 드는 소리로고나
앚인배기 진달래가 오신도신 피는 서리로고나
이 낭인가 저 낭인가 오동낭(오동나무)의 상가지가
붉은 산의 중턱의서 늙은 범의 암케 물고
이레 궁글 저레 궁글 궁글리는 소리로 고나

제주 전통농업의 주요 재배작물은 조, 보리, 육도(陸稻, 산듸), 메밀, 피 등이다. 보리는 음력 2~3월경이 되면 검질 매는데 보통 1회 정도 제초작업 한다. 조는 보리와 달리 3~4회 정도 검질 맨다. 조는 파종 후 일주일이면 ‘검질 북삭’ 할 정도로 잡초가 많다. 따라서 파종 후 25일 전후해 초벌 검질, 초벌 검질 후 15일 후 두불 검질, 그 후 15일 후에 세벌 검질 맨다. 보통 콩 농사의 검질 매기는 2회 정도로, 6월 25일~7월 5일 경 초벌, 7월 15일~25일 경 두벌 검질 맨다. 메밀은 한 번 정도 제초하고 안하는 경우도 있다. 산듸(밭벼)는 4회 정도 제초 작업 한다.

청동 고뜬 폴다시(팔때기)에 쒜골갱이 들어 잡곡
메 콥(톱)고뜬 골갱이로 좁은 목에 베락(벼락)치듯
너른 목에 펀께(번개)치듯 어석 펄쩍 메여 지라

하영 먹젠 산전(山田)에 올랑 마의정당 쒜정당 줄에
발을 걸련 유울엄서라 덥곡 더운 이 오놀이여
어느 때민 저 지경 가리 얼른 뚱땅 메여나 놓게
혼 밧구석만 도웨여 도라 골갱이 끗에 불이 나듯

   
▲ 진관훈 박사

제주도에서 김매기는 여성 위주의 노동으로 호미를 사용했다. 검질 매는 연장은 호미다. 제주도의 호미에는 골갱이(또는 주골갱이)와 삽골갱이 두 가지가 있다. 골갱이 형태는 숨베와 날이 거의 직각을 이루고 있으며 숨베와 날의 너비와 같다. 호미 날이라 할 만한 부분이 따로 없고 꼬챙이로 볼 수 있는 정도이다. 또 숨베는 날이나 자루 길이에 비해 긴 편이다. 삽골갱이는 골갱이에 비해 날의 등이 뾰족하게 솟아 날은 반달모양이나 새모꼴을 이룬다. 골갱이는 수분이 충분하여 흙이 부드러운 논이나 밭의 풀을 뽑아낼 때 쓰며 살골갱이는 가물어 땅이 단단하게 다져졌을 때 검질을 땅 위로 긁어내어 자르는 데 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참고문헌>

김영돈(2002), 「제주도 민요연구」, 민속원.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1974),「韓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濟州道篇)」.
좌혜경 외(2015), 「제주민요사전」, 제주발전연구원.
제주연구원〉제주학아카이브〉유형별정보〉구술(음성)〉민요(http://www.jst.re.kr/digitalArchive.do?cid=210402)http://www.jst.re.kr/digitalArchiveDetail.do?cid=210402&mid=RC00089906&menuName=구술(음성) > 민요http://www.jst.re.kr/digitalArchiveDetail.do?cid=210402&mid=RC00003720&menuName=구술(음성) > 민요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 역임, 현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제주대학교 출강.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 『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오달진 근대제주』(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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