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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교훈 ... '정리정돈'의 시대로 가다[발행인시평] 허세와 허풍과의 결별, 그리고 '다이어트'
양성철 발행.편집인  |  j1950@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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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14  17: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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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년이 지났다. ‘우한폐렴’으로 인류사에 등장한 그 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12일 지구촌에 처음 보고됐다. 인류사 첫 감염·확진판정이었다.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의 공포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 때만해도 잘 몰랐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했다. 신종플루가 그랬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MERS)도 그랬다. 잠시 감염병 위기의 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시간이 해결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벌써 1년이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굳이 바깥으로 나서지 않게 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 휘둥그레진 눈으로 호기심이 발동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젠 거리를 둔다. ‘맛’을 기대하고 바글거리는 식당에 군중심리로 찾아가던 게 예전이었다면 지금은 무조건 사람 많은 곳을 피한다. 일면식이라도 있으면 먼저 내밀던 손이지만 이젠 솔직히 내밀기도 쑥스럽고, 내민 손을 맞잡기도 꺼림칙하다. 기왕이면 많은 사람이 모여 ‘건배’ 구호를 외치던 각종 회합의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한 테이블만 넘어서는 자리라도 불편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솔직히 지긋지긋하다. 코로나19가 이렇게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지 몰랐다.

그렇게 스스로 변해가는 일상을 보며 우울감이 찾아오기도 했다. 실제로 무언지 모를 답답함에 더불어 무기력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삶을 멈출 수는 없는 것이었다. “살암시믄 살아진다(살다보면 살게 된다)”는 제주 옛 선인들의 말은 그릇된 게 없다. 지혜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뒤바뀐 이가 오직 나뿐이랴. 세상사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닥친 현실인 것을. 그렇기에 그건 위안이다. 서로 기대어 살아야 ‘인간(人間)’이라는 말뜻도 다시금 새기게 된다.

그 인간들이 모여 만든 사회는 이제 급변의 시대로 가는 것 같다. 수많은 사람과 형식으로 그 격을 뽐내던 경조사 문화가 과거와 단절의 시대로 가고 있다. 장례식 빈소를 채우던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이제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있다. 그저 마음만 주고받는 게 이제 미덕이 돼 가고 있다. 자녀의 혼사를 치르는 혼주의 속 타는 마음을 모르는게 아니지만 어쩌다 찾아가본 혼례 피로연장은 한산한 풍경이 대다수다. 딱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한국사회가 그렇고, 제주사회가 그렇다. 관혼상제를 유달리 중시하는 제주일진대 집집마다 제례를 치르는 구성원도, 제례를 올리는 격식도 점점 오그라들고 있다. ‘식게’라 불리던 제주의 풍습이 아예 사라질지도 모를 지경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코로나19는 불편과 관습의 파괴만을 가져오진 않았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맹종하던 허례와 허장성세, 잘못된 관행을 파괴하기도 했다. 다시금 반성하게 만든 계기이기도 하다. 불과 몇 달여 전인 지난 4·15총선부터 그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동창회·종친회·마을회 등 각종 사조직이 세를 이끌던 선거판은 대세에 사실 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모이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얼굴을 맞대기도 어려운데 ‘침방울’ 튕기는 구호는 영향력이 없었다. 뭉치는 명분을 도무지 만들어내지 못했다. 예산낭비의 전형으로 꼽히던 마을 단위 노래자랑, 마을잔치 등을 비롯해 그저 그렇고 그런 소규모 행사들은 자취를 감췄다. 불편 없이 마구 달리던 기관차였지만 여지는 없었다. 고장도 탈선도 아닌 아예 기관차를 갈아 타야 될 상황이 온 것이다.

물론 허례와 허장성세가 사라졌다고 좋은 것만도 아니었다. 영세하고, 수공업적이며, 가족단위 소기업형으로 연명하던 제주경제엔 핵폭탄급 악재였다. ‘궨당’ 정서에 의존하며 ‘수눌음’하듯 서로에게 실타래처럼 얽힌 인연으로 지탱해온 ‘삶’은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 과거로 저만치 치닫고 있다. 우리 제주의 경제가, 기업이, 인력이 그만큼 취약한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제주에선 실력을 논하지 마라. 인맥과 끈, 배경이 삶을 결정한다”는 자조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제주로 이주한 외지 출신들의 입에서 나올까? 따지고 보면 공정과 정의는 없고 그저 온정주의만 횡행하다보니 우린 우리의 경쟁력을 사실 뭉개고 말았다.

‘다이어트’ 열풍이다. 군살빼기가 아닌 ‘정신의 다이어트’ 열풍이다. ‘인맥 다이어트’를 비롯해 ‘모임 다이어트’, ‘카톡방 다이어트’, ‘밴드 다이어트’, ‘동호회 다이어트’ 등이 한창이다. 세상은 코로나19로 ‘방콕’에 머물러 있는 듯 보이지만 그 현실의 방에선 불필요한 ‘관계’들이 잘려나가고 있다. 불필요한 ‘허례’가 생략되고 있다. 도무지 실속이 없는 ‘허세’도 과거엔 객기였지만 이제는 현실에서 거세되고 있다. 불필요한 인연들이 ‘정리’되고 있고, 이제 새로운 세상에 몸을 맞추며 주변을 쓰임새에 맞도록 ‘정돈’하고 있다. 그래서 부모·선배·선임들이 늘상 하던 말이 ‘정리정돈’이었나를 곱씹어보게도 된다.

   
▲ 양성철/제이누리 발행.편집인

겉치레와 억지성 인연, 허풍과 거품이 판치던 세상이 지나면 무엇이 남을까? 결국은 정통과 원칙, 정수(精髓)만이 남을 터이다. 어쨌건 그게 ‘가짜’가 아닌 ‘진짜’여서다. 혹세무민(惑世誣民)은 그래서 점점 더 힘을 잃게 된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눈은 이제 새로운 판으로 갈 것 같다. 미래는 그런 방식으로 흐를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그건 어차피 예측일 뿐 미래를 우린 알 수 없다. 우린 인간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먼 훗날 코로나 사태를 견뎌온 우리네 세대가 과거의 행복보다 미래의 희망을 더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간곡히 바랄 뿐이다.

당장의 소망이 있다면 서둘러 2020년과 이별을 고하고 싶다. 그리고 2021년 어느 날엔 다시 희망의 노래를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구에 살고 있는 한 미약한 존재의 작은 꿈이다. [제이누리=양성철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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