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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153쪽에 270개 정책 담은 경제정책방향

 

문재인 정부 5년 임기 마지막 해인 2021년 경제정책방향이 17일 발표됐다. 153쪽 자료에 270개 정책의 추진 일정이 열거됐지만, 장밋빛 성장 전망에 제시된 대책은 재정 살포와 일부 고가제품에 대한 세금 감면, 공공 일자리 제공 등 그동안 해오던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경제회생은 물론 코로나 위기 탈출도 버거워 보인다.

 

정부는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을 내세웠다. 구호는 거창한데 대책이 너무 빈약하다. ‘확장적 거시정책 유지’ ‘역대 최고 수준 조기 집행’ ‘지방정부 추경 편성 독려’ 등 확장재정과 나랏돈 조기 살포 외에 뾰족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경기가 침체해 세금이 덜 걷히는데 적자국채를 찍어서라도 돈을 뿌려 경제지표를 관리하고 4월 서울ㆍ부산시장 재ㆍ보궐선거에서 표를 얻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모양새다.

 

경제 반등과 활력 제고를 위해 ‘내수 경기를 재생시키고 투자를 확산시키겠다’며 내놓은 대책들도 구닥다리 일색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 연장,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 가정에 일부 환급 등 1990년대부터 우려먹는 소비진작 방안이 고정 출연했다.

 

선도형 경제로 가는 길로 ‘디지털 뉴딜’ ‘그린뉴딜’ ‘데이터ㆍ비대면 경제 활성화’ 등이 제시됐다. 하지만 추상적인 말의 성찬에 머물 뿐 구체성이 떨어진다. 비대면 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도 코로나19 사태로 필요성이 더욱 커진 원격의료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고용 대책도 노인을 포함한 취약계층에 104만개 공공 일자리 제공, 청년인턴 확대 등 종전 대책의 무한반복이다. 재정을 투입한 공공 알바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민간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깨워야 한다. 규제혁파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실행해 고용 잠재력을 근원적으로 높여야 한다.

 

세계는 규제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에 이어 아시아 신흥국 인도네시아도 지난 11월 과감한 규제개혁에 나섰다. 78개 법률을 개정해 1200개 규제를 일괄 철폐하는 ‘일자리창출 특별법’을 시행한다. 광물과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함에도 불합리한 규제와 노동 경직성으로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나라가 조코 위도도 대통령 취임 이후 경제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 올렸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을 때마다 재탕삼탕 지적을 받으면서도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다. 새해 경제정책방향도 기존 정책에 코로나 접두사를 붙여 각색한 것들이 적지 않다. 탁상공론 나열도 문제이지만, 경제정책의 정치화는 더 걱정스럽다. 내년 4월 서울ㆍ부산시장 선거와 2022년 대통령선거를 의식하는 여당에 의해 정책이 뒤집히거나 반反시장ㆍ반기업 입법이 횡행하면 경제회생은 더 멀어진다.

 

정부와 여당은 기업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공정)경제 3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만 제정하지 말고, 9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규제완화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해외로 나간 기업의 리쇼어링(모국 복귀ㆍreshoring) 정책이라도 더욱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적극 추진해 실질적인 투자와 고용창출 성과를 도출하자.

 

한국 경제도, 세계 경제도 코로나 터널에 갇혀 있다. 길이 험한데 앞이 보이지 않으면 손전등을 켜고 나침반을 봐야 한다.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을 정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통해 국민 1000명과 경제전문가 3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들은 백신 보급 지연과 재확산 등 코로나 관련 불확실성을 가장 큰 위기 요인으로 지목했다. 아울러 코로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중점 정책으로 ‘경제ㆍ방역간 균형’을 꼽았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피해가 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배달원을 비롯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지원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과거의 낡은 틀을 벗어난 정책을 펴달라는 주문이다.

 

연일 10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고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경우까지 나타나는 와중에 소집된 경제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K방역 등 소프트파워로 코리아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고 자화자찬했다. 대다수 경제예측기관들이 내년 성장률을 2%대 후반 내지 3%에 턱걸이할 것으로 보는 데도 정부는 3.2% 성장을 목표로 잡았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도 있지만, 지금 장밋빛 성장 전망이나 공허한 말잔치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구호로만 위기극복을 외쳐서도 안 된다. 청와대와 경제팀은 무엇으로 한국 경제의 대전환을 이룰지 더 고민해야 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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