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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창가에서] 간호사 8인 '컷오프'? ... 코로나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황당하다. 지난 25일 제주도청이 한 일이다. 솔직히 정말 멍청한 일을 저질렀다고 본다.

 

“신종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 간호사 필요가 없어서 출근 안 하셔도 됩니다.”

 

이것은 식당이나 카페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다름 아니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서 채용하기로 했던 간호사 8인에게 제주도청에서 전화 한통으로 끝낸 말이다.

 

식당이나 카페 아르바이트분들에게도 이런 식으로 일방통보를 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방역 전선에서 필요한 전문 인력들을 이런 식으로 대접했다는 것은 단순히 제주도청 담당자의 실수이거나 무지라고 보이지 않는다. 제주도지사나 방역당국 간부들의 안일함이라고 본다.

 

코로나19 최전선의 일꾼들

 

총칼을 쓰는 전쟁터라면 당연히 전선은 아군과 적군이 마주치는 현장이 될 터이다. 하지만 감염병과의 전쟁에서는 전후방이 따로 없다. 전세계 팬데믹 상황에다 지역 전체에 퍼진 경우인 지금은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유행지역이다.

 

그래서 각 공공기관, 학교, 병원, 회사뿐만 아니라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 할 것 없이 정문에서는 열감지와 방문자 기록을 하고 있다. 미량의 코로나 바이러스도 번지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 표시이고, 과학적 통제 방법이다. 건물의 정문에는 매서운 추위에도 등 뒤에 난로 하나 켜놓거나 손난로(핫팩)를 꼭 쥐고 있는 분들이 있다. 비록 보건의료 전문가는 아니지만 기본 방역을 수행하는 최전선의 병사들이다.

 

필자도 일하고 있는 제주공항 ‘워크스루진료소’에는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비행기가 뜨기 전부터 마지막 비행기 도착 이후까지 활주로에서 들어오는 입구와 공항 동쪽 구석에 설치된 컨테이너에 관련 종사자들이 있다. 의사들은 교대로 근무하지만 파견 나온 간호사들은 긴 시간 추위에도 손을 입김에 불어가며 일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해 코로나19 확진사례가 드물던 봄부터 활동하고 있다. 이들도 코로나19 시대의 최전선 병사들이다.

 

종합병원이나 도내 각 보건소에도 건물 입구에는 보통 발열 검사나 출입객 관리를 담당하는 분들이 종일 추위에 떨면서 일한다. 환자들을 직접 보는 의사나 간호사들은 선별진료소 근무를 하면서 코로나19 검사를 하기 때문에 방호복을 철저히 입고 일을 해야 한다. 방호복을 입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봄, 여름, 가을에는 땀이 줄줄 흐르고, 겨울에는 옷을 덧대 입지 못해서 상당히 춥다. 손에는 솜털장갑이 아니라 비닐이나 고무장갑을 껴야 한다. 의료기관 입구를 지키는 이나 환자를 직접 맞대는 이들 모두 코로나19 최전선의 병사들이다.

 

제주도의 대책 없는 대처, 방역일꾼 자르기

 

필자는 오래 전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서 격리병상, 중환자실 및 관련 보건의료 인력들과 제주도에는 없는 생활치료센터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병상 상황과 검사진행 건수 등을 매일 도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것은 지금과 같은 감염병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결정하는 물자와 인력, 정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월 25일. 어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제주도에서 지난달 30일 문을 연 제주생활치료센터에 근무하기로 한 8명의 간호사 채용 약속을 전화 한 통으로 일방으로 취소해버렸다. 이유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서 센터 운영이 필요 없어졌고, 그래서 의료 인력이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안일한 판단이다. 이에 대해서는 제주도지사와 제주도 방역 책임자들에게 할 수 있는 모든 비난을 쏟아내고 싶다.

 

제주 생활치료센터는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른 병상 부족 사태를 막고, 증상이 경미한 환자들을 임시로 거주하게 하기 위해서 마련된 곳이다. 서귀포 국세공무원교육원에 뭍지방보다 한참 늦게 200명 규모로 마련했다. 당연히 의료진들이 필요하다. 그 의료진들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갈 수 있는 쉬운 인력들이 아니라 나름 감염병 대처를 위한 보건의료 교육이 되어 있으면서 건강상태 등 확인을 해서 보내진 사람들이다. 이들을 조직하고 근무하게 만드는 것에만 한 달 넘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최전선의 특수요원들인 셈이다.

 

확진자 격리 치료시설인 제주 생활치료센터에서 4개월간 근무하기로 한 간호사가 받은 전화 한 통은 제주도가 얼마나 감염병을 우습게 보는 건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리고 핀셋방역이니 준비철저니 말로만 벌여왔던 방역 대처의 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신뢰를 저버리게 된다.

 

생활치료센터에서 일을 하기로 한 간호사는 하던 일을 그만 두고, 가족들에게도 오래도록 못 볼 것을 알리면서 출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출근 사흘을 앞두고 제주도청에서 전화로 생활치료센터에 나오지 말라고 한 것이다. 지원한 8명 간호사 중에는 육지에서 오게 된 분도 있었다.

 

이들 간호사들뿐만 아니라 도내 종합병원 입구에 발열 검사와 출입객 관리를 하는 분들도 최근 되돌아가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각 의료기관 당 3~4인인데 제주도 방역당국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기관방역지원사업추진부’에서 보낸 분들이다. 병원에 일손이 모자라니 제주도청과 건강보험공단에서 인력 지원을 한 것이다. 지금 코로나19는 소강상태가 아니다. 여전히 건물 입구에서는 출입객 관리를 해야 하는데 왜 인력들을 빼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물며 돌려보내더라도 최소한 2주나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두고 해지 통보를 해주는 것이 예의이지 않을까? 위기상황이 닥쳐서 이들을 또 부르기 위해서라도 인력 풀을 갖추려면 서로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

 

“4개월간 생활치료센터 숙소에서 숙식하며 나오지 못한다는 말을 수긍하고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자질구레한 일들을 인수인계하는 등 주변 정리를 했다.”

 

“계약 체결에 필요한 서류는 다 받아서 진행해 놓고 해지는 전화 한 통으로 끝내는 건 어떤 정책인지, 제가 마음먹고 봉사해 보겠다고 다짐했던 진심까지 완전 묵사발 당한 기분이다.”

 

한 간호사가 제주도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마지막 부분이다. 인력을 뽑을 때는 당장 필요한 최소 인력을 마련하고, 그 외 인력들은 비상시에 동원될 수 있도록 예비해 두는 것이다. 비록 제주도내 확진자가 대폭 줄었다고 하더라도 예상된 전문 인력 수요를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이 제주도를 책임지는 도 정의 모습이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코로나19 유행시기이지, 해소된 시기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얼마간의 비용이 들더라도 최전선의 일꾼들은 계획성 있게 준비시키고, 여전히 현장에도 투입되어야 한다. 참으로 개탄스럽다.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와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 책을 펴냈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KAPHC) 회장,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회(KAHCPD) 부회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아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보건정책 전문가다. 지난 4.15 총선에 정의당 후보로 나와 제주갑 선거구에서 분루를 삼켰지만 총선 직후 곧바로 코로나19 감염이 창궐하던 대구행 의료자원봉사에 나서 숱한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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