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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임성준 뉴스콘텐츠국장

1987년 11월 당시 S제약회사가 중앙지.방송 광고를 통해 전국에 내보낸 약품 광고 카피가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유명한 카피는 "80세민 젊은 축에 들주게!"였다. 제주 함덕리 사람들의 장수 비결을 소개하며 '80세면 젊은 층에 든다'는 뜻의 제주 사투리를 카피로 썼다.

 

제주엔 지금도 70~80대가 40~50대 처럼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신로심불로(身老心不老)' 노인들이 많다. 칭송 받을만 하다.

 

그래서일까. 제주 사회에서 30대 40대는 어린 취급을 받는다. 50대, 심지어 60대가 청년회장을 맡는 종친회도 많다.

 

30.40대들이 60.70대 '삼촌'이 시키는 일이면 '예'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벌초할 때도 40대는 막내 축에 낀다.

 

 


나이 얘기가 나왔으니 지방 정치권으로 화제를 돌려보겠다.

 

삼촌 뻘인 정치 선배가 30 40대 후배에게 '자넨 아직 창창하니까...다음에 나오면 돼"라고 하면 후배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수긍하고 만다.

 

'다음 차례엔 후배인 나에게 물려 주겠지...'라고 기대했다가 재선.3선의 야욕을 버리지 않는 선배때문에 출마도 못해보고 입신양명의 기회를 놓치는 예비정치인들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30 40대들이 어르신들의 기에 눌리고,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70대 권력자에 기생하는 50 60대 측근들의 여론몰이에 밀려나가기 일쑤다.

 

제주도민들은 지난 2004년 4월 우근민.신구범 전.현직 제주지사가 사법부에 의해 '동반 퇴진'하는 씁쓸한 장면을 지켜봤다.

 

당시 대법원은 2002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허위사실 공표 등 공직선거및 선거부정방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우근민 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을 취소토록 돼 있는 선거법 규정에 따라 우 지사는 단체장직을 상실했다.

 

신구범 전 지사도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돼 5년 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우 지사는 유사기관 설치, 사전선거운동 및 기부행위, 허위 사실 공표, 선거비용 수입증빙서류 미비 등 4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신구범 전 지사는 고교동문 출신 제주도청 공무원들의 모임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다는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됐다.

 

우 지사는 당시 신구범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을 받는 등 선거 과정에서의 감정 싸움이 법정으로 비화됐다.

 

이처럼 선거 과정에서의 감정싸움이 후유증으로 남아 선거 이후까지 지속되면서 전.현직 지사 모두 사법부에 의해 단체장직 상실과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출신으로 제주가 낳은 '행정의 달인'들이 제주의 미래를 위한 정책 경쟁보다는 서로 가족의 신상 문제 등 아킬레스건까지 건들며 헐뜯다가 레드카드를 받은 셈이다.

 

제주도는 민선 1, 2, 3기를 거치면서 이슈가 생길 때마다 도민들의 의견이 갈리고 반목하는 일이 되풀이돼 왔다.

 

이는 전.현직지사가 지사 선거에서 내리 네차례(경선 포함) 맞붙으면서 도민들이 학연.지연 등 연고(緣故)에 따라 '내편 네편'으로 갈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2002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도지사 집무실 성희롱 사건'을 둘러싸고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제주도민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전.현직지사가 나란히 법정에 서게 된 데 대한 부끄러움과 함께 이들의 끝없는 반목으로 인해 제주사회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을 우려해 왔다.

 

우 지사의 지사직 상실로 9급 행정공무원 출신인 김태환 제주시장이 6.5 재보선을 통해 제주지사에 당선됐다.그의 당선으로 10여년간 지속되면서 도내 갈등을 불러 일으켰던 '우파 신파'시대가 마감되는 듯 했다.

 

그로부터 6년 후인 2010년 봄. 복권된 우근민.신구범씨가 다시 제주 정가에 등장한다. 마치 80년대 DJ와 YS처럼 가신들을 이끌고.

 

관선지사를 포함해 8년 1개월 동안 네차례나 지사를 지냈던 한 사람은 또 지사를 해보려고, 또 한 사람은 정적을 떨어뜨릴려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도 우 지사가 지지자들과 함께 당시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고 신 전 지사가 한나라당 제주도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등 총선이 전.현직 지사 대리전으로 비춰지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는데, 2010년 6월 지방선거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됐다.

 

도민들은 민선 자치단체장 선거가 부활한 1995년부터 20년 가까이 이들의 '숙명의 라이벌전'을 수차례 '다시보기'를 해야만 했다.

 

과정이야 어쨌든 2010년 도민들은 우근민 후보를 다시 선택했다.

 

신구범 전 지사는 지난 2010년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기자들에게 "우 후보와 나는 두 사람으로 인해 야기된 20년 가까이 해묵은 도민사회의 갈등을 종식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며 "이제는 두 사람 모두 사심을 버리고 도민 대통합을 위한 밑거름이 돼야 할 것"이라며 자신도 도민 갈등의 책임을 통감하고 동반퇴진을 주장했다.

 

세간에선 2014년 지방선거에서 우 지사가 또 출마한다고 한다. 물론 당사자 입에서 나온 게 아니라, 측근들과 호사가들의 이야기다. 동반 퇴진을 주장했던 신 전지사는 우 지사가 출마한다면 그를 낙선시키기 위해 자신도 나온다고 한다.

 

김태환 전 제주지사도 자신의 정책과 업적이 우 도정에서 왜곡되고 있다며 절치부심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70대 전 현직 지사가 모두 출마한다는 이야기인데... 도민들은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 5선을 지내고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현경대 전 의원도 내년 총선에 재도전한다고 한다.

 

이처럼 원로들이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권력에 대한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각종 선거에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패거리.보스 정치로 대변되는 '3金'과 다르지 않다. 이는 당사자들만이 아닌 30~50대들의 책임도 크다. 세대 교체를 위해 과감하게 나서지 못하고 그들의 그늘 속에서 좌고우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의 주변을 맴돌며 그들 밑에서 한자리 꿰차보려 출마를 부추기는 패거리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그 정도했으면 '그만들 하시죠'라고 과감히 주장한다. 40대 총리 후보가 나오는 세상이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변화를 바라는 2040 세대들의 표심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뒷방으로 물러나라고 주장하며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풍부한 지도자 경험과 정치와 자치 철학, 식견을 갖춘 네 분은 후진 양성을 위해 힘써야 할 때다.

 

그리고, '낀 세대' 40대가 2030세대와 5060 세대간 가교.소통의 역할을 하며 제주사회 변화의 중심에 서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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